초록
이 논문은 마태복음의 동방 박사 경배 서사가 이방인을 마태공동체 구성원으로 수용하려는 신학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 동방 박사 경배 서사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를 비평적 관점에서 새롭게 평가하고, 마태복음에 언급된 경배의 유형도 분석했다.
즉 마태복음에 묘사된 동방 박사는 이방인이라는 학설에, 본 단락의 서사 구조 분석을 확장 정리했고 동방 박사가 행한 경배의 유형에 담긴 신학적 의도를 고찰했다. 이 주장은 세 가지 관점에서 증명됐다.
첫째, 동방 박사가 인종학적으로 유대인인지 이방인인지를 증명했다. 동방 박사의 이방인 정체성은 본 논문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둘째, 마태복음 1~2장이 이방인 수용을 위한 서사 플롯으로 구성됐음을 전제로, 마태는 이 단락에 이방인 수용의 당위성을 직간접적으로 배열시켰고, 예수 탄생에 유대인과 이방인의 대립적 반응을 통해 이방인 수용의 필요성을 더욱 심화시켰음을 관찰했다. 이러한 관찰은 마태복음 1~2장의 서사 구조가 이방인 동방 박사 경배를 통해 이방인 수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돼야 함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마태복음에 나타난 다양한 경배 유형 분석을 통해 동방 박사가 예수를 향해 행한 신적 현현의 경배에는 이방인 수용을 위한 마태의 특별한 신학적 의도가 가미됐음을 밝혔다.
I. 들어가는 말
신약 성서 전반에 걸친 ‘경배’에 대한 연구는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특별히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 나타난 경배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성과물을 도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복음서에 비해, 마태복음에 언급된 ‘경배’의 학문적 연구의 가치는 학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을 만큼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이것은 마태복음 연구의 중심이 주로 ‘교회론’과 ‘예수의 가르침’에 집중된 현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서 신학적 관점에서 마태복음에 언급된 ‘경배’ 연구에 관심을 가진 대표적인 학자는 데이비드 피터슨(D. Peterson)과 마크 알렌 포엘(M. A. Powell)이다. 피터슨의 연구는 마태복음에 묘사된 경배가 구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구약의 경배가 새로운 언약의 메시아로 등장한 신약의 예수에게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논했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구약에서 유일한 경배 대상은 하나님이지만, 마태복음은 예수도 하나님과 동일한 경배의 대상임을 제시하려는 목적으로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부각시켰다는 견해를 제기한 것이다.
특별히, 피터슨은 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 서사 해석에서 그들이 행한 경배의 유형은 인간 예수에게 존경을 표하는 형태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고 봤지만, 마태가 제시한 이 유형의 경배는 결과적으로 예수는 하나님이며 경배의 대상임을 의미한다고 결론 내렸다.
즉 피터슨이 도출한 연구 결과는 마태가 묘사한 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 의도는 예수를 마태공동체가 믿는 하나님과 동일시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연구는 마태복음 서사에는 일률적이고 동일한 유형의 경배가 언급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경배가 묘사되어 있음을 비교적 소홀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포엘은 마태복음에 묘사된 경배의 유형들(types)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획기적인 연구로 피터슨의 견해를 보완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도 역시 마태복음에 언급된 다양한 유형의 경배를 하나로 정의할 특정한 틀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경배의 유형을 분석하는 가운데, 경배하는 자가 엎드려 절하는 자세와 간청에 대한 욕구는 경배를 육체적 행동과 결부시킨 것이라는 신선한 논점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마태복음에 언급된 경배의 유형을 크게 탄원, 화답, 현현으로 구분하면서, 경배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확인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임을 파악했다.
그러나 포엘이 분류한 경배의 유형이 마태공동체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이해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드러나 보인다. 이것은 마태복음 경배의 각 유형에 내포된 신학적 목적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마태공동체의 배경적 상황과 연관되어 충분히 논의 되지 못했다는 과제를 남겨 뒀다.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 서사 본문에 대한 최근의 대표적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진행되어져 왔다.
첫째, J. Nolland는 마태복음 2:1~12 단락에 이어 연결된 헤롯왕의 베들레헴 어린 아이 살해 사건과 동방 박사 이야기는 서로 다른 독립된 자료였지만, 마태에 의해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 발전됐다고 주장했다. 이 견해는 동방 박사 이야기가 뒤 이어 나오는 헤롯왕의 베들레헴 유아 살해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태에 의해 서사 구조가 구성됐음을 전제로 한다.
둘째, 초대 교회 이후 동방 박사는 이방인이었다는 기독교의 전통적 견해에 반론이 제기됐다. 이 반론은 동방 박사의 인종적 정체성과 관련된 자료 분석을 토대로 동방박사가 이방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셋째, 마태복음 1~2장 서사의 한 부분인 동방 박사 경배 이야기의 문학 장르를 이스라엘 역사와 유대교 문헌과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따라서 본 논문의 목적은 위에서 살펴본 마태복음에 나타난 경배의 유형 분석과 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 서사의 최근 연구 결과를 하나로 연결시켜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 서사에 담긴 신학적 의도는 그들이 이방인임을 다시 확인하고 확장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동방 박사가 행한 경배의 유형이 마태의 이방인을 수용하려는 신학적 의도가 가미되어 있는지를 고찰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의 검정을 위해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논점들을 다룰 것이다.
첫째, 동방 박사의 인종학적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그들이 이방인인지를 확인할 것이다.
둘째, 마태복음 전체 서사 구조의 서론의 앞부분인 마태복음 1~2장 분석을 통해 1장과 2장에 서로 다르게 반영된 이방인 수용의 상이성과 2:1~18의 유대인과 이방인의 대립적 구조가 마태공동체의 이방인 수용을 의도한 신학적 목적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마태복음 본문에 언급된 경배의 유형을 분석함으로 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가 어떤 유형의 경배인지와 이 경배의 유형이 이방인 수용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증명해 볼 것이다.
II. 동방 박사의 인종학적 정체성
동방 박사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그들이 인종학적으로 이방인인지 아니면 유대인인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동방박사가 이방인이었다는 학설은 AD 2세기부터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기독교 전통은 선교학적 관점에서 동방 박사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부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D. Sim은 동방 박사가 최소한 인종학적으로는 이방인이 아닌 유대인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자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의 주장은 동방 박사를 인종학적으로 이방인으로 단정하기에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제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단락에서는 동방 박사의 인종학적 정체성에 대한 학자들의 중요한 견해들을 비평적 관점에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학자들은 예수 시대 유대인은 점성술을 하지 않았다는 전통 견해를 전제로 점성술의 도움을 받아 예수를 찾아온 동방 박사는 이방인일 것이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당시 사회에서 이방인만 점성술을 했고, 유대인은 점성술을 하지 않았다는 기존 학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많은 유대 문헌에는 유대인이 점성술을 활용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증거들이 나타났고, 유대인들도 아브라함이 점성술과 관련이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Josephus, Antiquities, 1:158). 따라서 동방 박사가 점성술의 도움을 받아 예수를 방문했다는 증거로, 그들을 인종학적으로 이방인으로 규정하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마태복음 서사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구약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메시아 예수의 탄생 경배 서사 역시 구약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마태가 묘사한 동방 박사는 구약에 언급된 발람을 모델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발람은 유대인이 아니었고, 동쪽에서 왔으며 마법을 사용했다(민 24:1, 22~24). 유대 전통에 의하면 발람은 이방인을 위한 이방인 예언자였지만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하는 사역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은 발람과 동방 박사의 사역 사이에는 몇 가지 일치하는 측면이 있음을 추론 가능케 한다.
1)이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아닌 이방인이라는 것이다.
2)이들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연결시키는 축복의 통로 역할을 한다.
3)이들은 하나님 계시의 전달자 역할을 한다.
4)이들은 모두 동쪽에서 온 것으로 묘사됐다.
두 인물의 사역에 나타난 이러한 공통점은 동방 박사 경배 서사에 마태의 신학적 의도가 내포되었음을 함의한다. 마태의 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동방 박사가 별을 보고 왔다고 묘사한 것은 그들이 점성술 행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발람이 신탁 과정에서 별에 대해 언급 한 것을 모델화 한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이와 같은 관점은 일부 학자들이 제기한 동방 박사의 점성술 사용여부로 동방박사의 인종학적 정체성을 규명하려고 하였지만, 마태복음 2:1~12의 동방 박사의 예수 방문 서사의 목적은 점성술이 아니라 경배임을 확증시켜 준다.
즉 마태는 본 단락에서 동방 박사의 점성술을 통해 예수를 찾아 온 것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이방인 발람이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한 것처럼 이방인 동방 박사가 예수를 경배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신인철 교수
침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