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박사가 방문한 베들레헴이 당시 사회에서 어느 지역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그들이 유대인인지 이방인인지를 보여주는 인종적 정체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동방 박사에게 메시아 출생지역을 분명히 가르쳐준 사람은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은 헤롯이라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마 2:7~8). 그리고 마태복음에서 “유다 베들레헴”(evn Bhqle,em th/j VIoudai,aj)은 신학적인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남서쪽으로 약 4km 떨어진 유대 지역의 작은 마을로 다윗이 출생하고 자라난 곳이다. 구약 시대 유대인들은 이곳을 다윗의 도시라고도 불렀다(삼상 16:1~13; 눅 2:4). 마태복음 서사는 예수를 다윗 왕과 연결시키고 있는데, 족보에서는 예수를 다윗의 자손으로 소개한다. 이것은 다윗 왕조를 다시 회복할 구원자 메시아를 의미하는 칭호로 볼 수 있다(마 1:1).
그리고 두 소경은 자비를 구하기 위해 예수를 다윗의 자손이라고 불렀다(마 9:27). 그들이 예수를 다윗의 자손으로 부른 것은 예수가 메시아적 소명을 수행하고 있음을 뜻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태가 예수를 다윗의 후손으로 족보에 언급하고 출생지를 베들레헴(다윗의 동네) 이라고 기록한 것은 기독론 차원에서 예수의 출생지를 언급한 것이지 동방 박사의 인종적 정체성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Sim이 주장한 동방 박사가 구약을 알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예수의 출생 장소를 확인하려고 했다는 견해 자체는 논쟁의 가치가 희박한 견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방 박사가 인종학적으로 유대인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한 학설들의 문제점들을 확인 하였다. 동방 박사가 유대인일 가능성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이 이방인이었다는 주장을 반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동방 박사가 인종학적으로 이방인이란 사실은 마태공동체가 이방인을 수용 하려는 신학적 의도가 전제되었음을 반영한 것이다.
III. 마태복음 1~2장 서사 구조를 통해 본 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 서사에 의도된 이방인 수용 의도
역사 비평 방법이 복음서 해석에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이 방법의 한계를 접하게 된 학자들은 현대 문학 이론을 고대 문헌인 성서에 적용하여 본문의 의미를 해석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다양한 문학 비평 방법들이 복음서 연구에 적용되어 발전 과정을 거쳤지만, 그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방법은 서사 비평이다.
서사 비평은 복음서 해석에 획기적인 전환점과 상당한 유익을 가져왔지만, 현대 문학적인 기법과 이론을 고대 문헌인 성서에 적용한 서사 비평 방법은, 본문에 묘사된 인물들의 활동, 풍습, 사회의 역동성을 연구하는 것으로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작업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R. Alter, The Art of Biblical Narrative (New York: Basic Books, 1981), 15.
그러므로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성경의 서사 구조와 내용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에 담긴 신학적 메시지와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G. W. Stroup는 성서 서사에 내포된 신학적 메시지를 찾는 연구는 문학 장르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서사’(christian narrative) 해석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G. W. Stroup, The Promise of Narrative Theology: Recovering the Gospel in the Church (Atlanta: John Knox, 1981), 96.
복음서 서사를 신학적 범주에서 해석한다면 문학 장르 연구는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R. M. Frye는 복음서도 당양한 문학 장르의 한 분야에 속하고, 역사적 상황이 내재된 믿음의 책으로 당시 독자들의 삶이 담긴 중요한 통찰력과 이해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의했다. R. M. Frye, “A Literary Perspective for the Criticism of the Gospels,” eds. D. G. Miller & D. Y. Hadidian, Jesus and Man’s Hope. II (Pittsburgh: A Perspective Book, 1971), 219 n 28; 김문현, “요한복음의 인물 연구 역사와 방법론 고찰,”『신약 논단』15/3(2008), 793.
따라서 복음서 해석은 문학 장르를 연구하는 서사 비평 방법과 신학적 메시지를 확인하는 방법의 공존이 이루어진 것이다.
마태복음 서사는 이야기와 해설로 구성되었는데, 복잡한 역사적 사건을 의도된 연대기 순서에 따라 이야기 형태로 기록하였지만, 서사의 플롯에는 복음서 기자가 함의한 신학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R. Scholes and R. Kellogg, The Nature of Narrative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66), 4; C. H. Holman, A Handbook to Literature: Based on the Original by William Flint Thrall and Addison Hibbard (Indianapolis: Odyssey, 1972), 335.
마태복음 서사의 내용은 역사적 예수 사역의 원 그림 위에 하나님 나라 선포라는 핵심 주제로 구성되는데, 마태는 서사 곳곳에 독자들의 상황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마태복음 서사는 저자와 독자 사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N. R. Peterson, Literary Criticism for New Testament Critics (Philadelphia: Fortress, 1978), 33~34.
즉 마태복음 서사가 어떠한 문학 구조로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서사의 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는 저자의 의도된 신학적 목적이 잠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마태복음 1:1-4:17을 마태복음 서사의 서론으로 인정한다. 다양한 마태복음 구조는 W. D. Davies and D. C. Allison, 앞의 책(2004), 58-60; H. J. B. Combrink, “The Structure of the Gospel of Matthew as Narrative,” Tyndale Bulletin 34(1983), 71. 일반적으로 현대학자들은 마태복음 구조를 B. A. Bacon의 5 부분으로 나누는 구조와 J. D. Kingsbury가 3 부분으로 나누는 구조 가운데 하나를 따른다.
일반적으로 문학 작품의 서사 서론은 전체 서사의 플롯과 이야기 구성에 필요한 요소를 담고 있지만, 성서 서사는 지리적 위치, 시간,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향도 있다. Alter, 앞의 책(1981), 80.
마태복음 서사의 서론 역시 성서 서사 구조의 일반적인 원리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마태복음 1-2장 서사 구조는 마태공동체의 이방인 수용 의도를 함의하고 있다는 신학적 전재 하에 본문을 서사 비평 방법과 함께 분석하고자 한다.
1. 마태복음 1장
마태복음 1장 서사에 묘사된 이방인 수용과 관련된 주제는 ‘아브라함’, ‘이방인 여인’, 그리고 ‘예수의 탄생’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예수의 족보에 언급된 아브라함의 이름의 의미는 단순히 유대인의 혈통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아브라함은 이스라엘 백성의 조상으로 하나님을 아버지로 고백하게 하는 신앙적 기초를 놓았고, 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다.
마태는 예수의 족보에 아브라함을 등장시킴으로 예수를 구약 성서의 대표적인 인물과 동등하게 보이게 하려고 했다(마 1:1~17). 이것은 예수를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소개함으로 그가 이스라엘의 구원자며 참 이스라엘임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함의된 것이다. L. Gaston, “The Messiah of Israel as Teacher of the Gentiles: The Setting of Matthew’s Christology,” Interpretation 29/1(1975), 28.
신인철 교수
침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