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성경의 실례들
사실 신약성경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모든 신자들의 공동체인 천상적인 개념인 “우주적 교회”(Universal Church)와 지상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모이는 신자들의 공동체인 “지역교회”(Local Church, 개교회) 이외에는, 지방회나 노회나 총회나 연맹이나 연합회 등 지역교회들을 묶어주는 연합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지역교회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했고 필요하다면 상호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하였다. 신약성경에 의하면 교황이나 총대주교나 총회 산하의 지역교회들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의미의 감독이나 총회장이나 노회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약성경에서 회중주의적 행정이 이루진 대표적인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죄를 반복적으로 범한 형제에 대한 치리(마태복음 18:15~20)
본문은 예수님께서 죄를 반복적으로 범한 형제에 대해서 그를 어떻게 죄로부터 돌이켜 다른 형제들과의 관계를 회복시킬 것인가에 관하여 교훈하신 내용이다.
죄를 범한 형제가 발견되면 은밀하게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랑의 마음으로 권면을 할 것이고, 만약 권면을 듣지 않으면 두세 사람이 함께 찾아가서 그와의 대화를 통해 죄로부터 돌이킬 수 있도록 도우라고 말씀하셨다. 더 나아가 예수님은 그들의 말도 듣지 않는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교회에 말하라”고 말씀하셨고, “교회의 말도 듣지 않거든”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고 하셨다.
마태복음 18:17의 “교회”는 에클레시아(ekklesia), 즉 “(세상으로부터) 불러냄을 받은 자들”이라는 의미이며, 많은 주석가들은 지역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James Leo Garrett, Jr., “The Congregation-Led Church: Congregational Polity,” in Perspectives on Church Government: Five Views of Church Polity, eds. Chad Owen Brand and R. Stanton Norman (Nashville: Broadman & Holman, 2004), 176.
그 죄가 얼마나 무겁고 큰 죄인지는 모르지만 공동체에 상처를 줄만큼 심각한 죄에 대하여, 우선은 비공식인 방법을 통하여 권면을 하고, 그 권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최종적으로 “교회에 말하라”는 것이고 “교회의 말도 듣지 않으면” 교회 공동체로부터의 교제금지(Ban) 혹은 출교(Excommunication)를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심각한 죄를 범한 성도의 치리에 있어서 지역교회 회중(Congregation)이 최종적인 권위를 가지고 교회 스스로 자체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것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Mark Dever, Nine Marks of a Healthy Church, rev. ed. (Wheaton, Ill.: Crossway Books, 2004), 221.
2. 교회일군들의 선택과 안수(사도행전 6:1~7)
사도행전 6장에는 최초로 교회 내의 평신도 지도자들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루살렘교회에서 행하던 구제사역에서 잡음과 교제의 균열이 발생하게 되었다.
히브리파 유대인 신자들에 비해서 헬라파 유대인들의 과부들에게 구제의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때 사도들은 자신들이 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했던 본업인 “기도하는 일과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사역”을 제쳐 놓고 구제사역에 신경을 써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 일을 감당할 평신도 지도자들을 세웠다. 침례교회에서는 일반적으로 7명의 안수집사들이 최초로 세워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절에서 열두 사도가 “모든 제자들을 불러 이르되”라고 했고, 3절에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받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고 했고, 5절에 “온 무리가 이 말을 기뻐하여”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들 일곱을 택했다고 했다.
6절에는 온 무리가 일곱 사람들을 택하여 “사도들 앞에 세우니 사도들이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하니라”라고 하였다. 여기서 “모든 제자들,” “너희,” “온 무리” 등의 표현은 지역교회 회중을 의미한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Lordship)에 따라 지역교회 회중이 주체가 되어 사도들로 하여금 구제사역을 위한 일군들을 선택하여 임명하도록 한 것이다. “온 무리,” 즉 교회 회중이 일곱 사람들을 택했고 그들을 안수하도록 사도들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역교회 회중의 최종적인 권위에 따라서 교회일군들의 선택과 안수와 임명이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Ibid. 222.
3. 세계선교사역의 결정과 선교사들의 파송(사도행전 13:1~3)
본문은 안디옥교회에서 바울의 제1차 세계선교사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묘사해 주고 있다. 안디옥교회에 “선지자들과 교사들”(바나바,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 구레네 사람 루기오, 분봉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 사울)이 있었는데, 이들이 주를 섬기며 금식하는 중에 성령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우라”(2절)는 말은 안디옥교회의 전체 회중 가운데에서 특별히 두 사람을 성별하여 이방인들을 향한 선교사역의 일군들로 세우라는 말이었다. Garrett, “The Congregation-Led Church,” 164.
성령님께서 안디옥교회를 향해 사명을 부여하셨는데, “내가 불러 시키는 일” 즉 세계선교사역을 맡기시겠다는 것이었다. 3절에 “이에 (그들이) 금식하며 기도하고 두 사람에게 안수하여 보내니라”고 했는데, 여기서 “그들”은 문자적으로는 1절에서 언급한 “선지자들과 교사들” 5명을 가리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배후에는 안디옥교회 회중의 위임이 있었으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안디옥교회의 세계선교사역이 5명의 “선지자들과 교사들”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교회 회중 전체의 선교를 위한 헌신과 공동체적인 기도와 공적인 인정으로서의 안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바나바와 사울이 따로 세움을 받고 안수를 받고 “보냄을 받은” 것은 궁극적으로 안디옥교회 회중의 권위와 책임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R. Stanton Norman, The Baptist Way: Distinctives of A Baptist Church (Nashville: Broadman & Holman, 2005), 90.
4. 예루살렘 회의(사도행전 15:1~35)
바울과 바나바는 갈라디아 지방에서 제1차 선교여행을 마치고(행 13~14장) 안디옥교회로 돌아와 선교보고를 하였다(행14:27, “그들이 이르러 교회를 모아 하나님이 함께 행하신 모든 일과 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을 여신 것을 보고하고”). 그런데 어떤 유대주의자들이 안디옥으로 내려와서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그들과 바울 및 바나바 사이에 적지 아니한 다툼과 변론이 일어나게 되었다(행 15:1~2).
그래서 안디옥교회에서는 바울과 바나바를 비롯한 몇 사람을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장로들에게 보내어, 이방인들도 구원받기 위해서는 할례를 받고 모세의 율법들을 지켜야 하는지 문의를 한 것이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이방인들도 당연히 할례를 받고 율법들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행 15:5), 베드로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성령님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구별하지 않고 복음을 믿는 회심자들에게 똑같이 역사하셨음을 증언하였다(행 15;7~11).
이어서 바울과 바나바도 갈라디아지방에서의 선교사역에 관해 보고하면서 하나님의 능력이 이방인들에게 임하였던 사실을 간증하였다(행 15:12). 이에 예루살렘교회의 장로였던 야고보가 이방인들이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 모세의 의식들을 지킬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발표하였다(행 15:13~21). 예루살렘 회의에 관한 기사는 지역교회의 자치권과 교회들 간의 협력과 회중주의적 정치에 관해서 적절한 교훈을 주고 있다. 다니엘 애킨(Daniel Akin)은 회중정치와 관련하여 여섯 가지의 중요한 교회론적인 가르침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김승진 교수
침신대 역사신학(교회사)
신학연구소소장
예사교회 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