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적인 지도자 직분과 평신도 지도자 직분
침례교인들은 회중주의 정체를 실천한다고 해도 신약성경이 언급하고 있는 교회의 공적인 직분들을 부인하지 않는다. 신약성경에 의하면 그것은 목회자를 의미하는 영적인 지도자 직분과, 목회자가 말씀준비와 선포 그리고 기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봉사 구제 행정 재정관리 등의 사역을 감당하면서 목회자를 돕는 평신도 지도자 직분이다.
신약성경에는 영적인 지도자를 목사, 장로, 감독이라고 부르고 있다(행 20:28, 빌 1:1, 벧전 5:1~2). 사실 신약성경에서 “목사”(poimen)라는 명칭은 오늘날 사용되는 교회의 영적인 지도자로서의 담임목사(Pastor)라는 개념과는 약간 달랐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양을 치며 보살피는 자,” 즉 “목자”(Shepherd)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된 말이었다(에베소서 4:11, “어떤 사람들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
목회서신들에 의하면 교회의 영적인 지도자 명칭은 장로와 감독이다. 장로는 유대적 배경이 강한 지역(팔레스타인, 알렉산드리아, 수리아, 소아시아 등)에서 사용된 영적인 지도자 명칭이었고, 감독은 희랍적인 배경이 강한 지역(빌립보, 데살로니가, 로마, 카르타고 등)에서 사용된 명칭이었다. “장로”(presbuteros)는 인생과 신앙생활의 경험이 많아 삶의 지혜를 두루 갖춘 연장자(Elder)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고, “감독”(episcopos)은 교인들의 삶과 신앙 그리고 교회의 전반적인 사역들을 두루 살펴보는 자(Overseer, Bishop)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오늘날 장로교회에서 장립하는 치리장로와 신약성경이 말하는 장로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평신도 지도자인데 비해서 후자는 영적인 지도자인 목회자이기 때문이다. 장로교회에서도 교회의 공식적인 직분은 장로와 집사 2가지였다.
그런데 디모데전서 5장 17절의 말씀에 근거하여, 장로를 “가르치는 장로”와 “치리하는 장로”로 구분하여 전자는 목사로 후자는 치리장로로 부르면서, 실제적으로는 안수집사와 함께 3원적인 직분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신약성경에 의하면 교회의 공식적인 안수받은 직분은 2원적인데, 영적인 지도자 직분인 목사들과 평신도 지도자 직분인 집사들이다.
초창기 영국 침례교인들의 신앙고백에 의하면 영적인 지도자를 “장로”(Elder)로 표현하고 있다. 1644년에 발표된 영국특수침례교회의 “제1차 런던신앙고백”에 의하면 교회직분을 “목사들, 교사들, 장로들, 집사들”(Pastors, Teachers, Elders, Deacons)이라고 했는데, 1646년 수정판부터는 “목사들과 교사들”은 삭제되어 있고 “장로들과 집사들”만이 교회의 공식적인 직분으로 언급되어 있다. 1677년의 “제2차 런던신앙고백”에서는 교회의 공식적인 직분으로서 “감독 혹은 장로”(Bishop or Elder) 그리고 “집사”(Deacon)로 표현되어 있다. 남침례신앙고백인 “침례교인의 신앙과 메시지”의 1963년판과 2000년판에서 교회의 직분은 목사와 집사임을 명시하고 있다: “교회의 성경적인 직분자들은 목사들과 집사들이다”(Its scriptural offices are pastors and deacons).
신약성경에 묘사된 집사들의 직무는 기본적으로 교회의 영적인 지도자들을 돕는 역할이었다. 집사들은 성도들의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를 채워 주고 그래서 목회자들의 부담을 들어주기 위한 직분이었다.
장로교회에서는 가르치는 장로들(목사들)과 치리장로들이 당회를 구성하여 교인들의 대표자들에 의한 “간접적 대의적 과두정치”(Indirect Representative Oligarchy)를 행하지만, 침례교회에서는 회중 전체가 참여하는 “직접적인 민주정치”(Direct Democracy)를 행하기 때문에 안수집사들에게는 원칙적으로 교회를 치리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다. 교회치리의 최종권한은 회중 전체가 참여하는 사무처리회(Church Business Meeting)에 있다.
2. 담임목사의 지도력과 회중주의
회중 전체가 참여하는 민주적 회중주의 정치는 담임목사의 지도력을 무력하게 만드는가? 담임목사의 강력한 지도력이 교회일에 대한 회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제한하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회중주의 정치는 강력하고도 성서적인 목회 지도력에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목회 지도력의 은사들이 원활하게 활용되도록 하는 최선의 장치가 회중주의 정치이다. 침례교 담임목사는 평신도지도자들의 과도한 참견과 압력을 받지 않고 소신껏 목회를 할 수 있으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신의 목회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부담없이 행복하게 헌신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담임목사의 독선과 고집으로 교회회원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고 독재적인 행정이 강행되어서 교회에 큰 분란이 일어난 경우들도 없지 않았다. 또한 신령하지 못한 교회회원들이 세상적인 동기에서 세상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다수결 투표를 강행하여 담임목사의 지도력을 크게 손상시킨 경우들도 없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민주적 회중정치는 담임목사와 회중 전체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신앙인격과 그리스도 중심적인 민주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양자 모두 신약성경이 가르치는 기본적인 신앙과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담임목사는 겸손하게 섬기는 종의 지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교회회원들은 담임목사를 자신이 속한 지역교회의 영적인 지도자(Spiritual Leadership)로 인정을 하고 그 분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서 헌신하는 것을 보면서 그 분을 잘 따라주는 건전한 추종자의식(Sound Followership)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때 안수집사들은 담임목사와 교회회원들 사이에서 양자 간의 신뢰와 화합을 위해 애써야 한다.
그들은 담임목사의 목회비전과 계획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동시에 교회회원들이 어떠한 영적 현실적 필요를 가지고 있는지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담임목사와 회중 사이에 튼튼한 가교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담임목사의 과중한 목회사역에 부담을 들어주고 안수집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사역들, 예를 들면 새신자들이나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에 대한 심방, 초신자들에 대한 성경공부 인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성도들에 대한 구제활동, 교회활동의 재정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일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승진 교수
침신대 역사신학(교회사)
신학연구소소장
예사교회 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