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집을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베란다 방충망에 굵은 똥파리 두 마리가 붙어 있었다. 앗 차, 저 놈들을 잡아야지. 나는 어디인가 숨어 있는 F·킬라 살충제통을 마침내 발견해냈다. 그걸 들고 베란다로 나아가서 똥파리 두 놈에게 정 조준하여 “쏴~아”하고 살충제약을 뿜어 재켰다.
이놈들은 더운 여름 날씨에 시원했던지 처음엔 살충제약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하긴 받아들였는지 불가항력적으로 얻어맞고 있는지는 내가 파리 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한 알바는 아니지만.
똥파리 두 놈은 처음에 앞발을 모아 무슨 Sign인지 비는 형상을 하더니, 다음엔 방충망에 붙어 있기가 힘이 겨웠던지 비실비실 거리기 시작하더군. 그러더니 안간힘을 다해서 방충망에 붙어있기를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거 어이된 일인지. 그놈들은 방충망에 붙어있기를 포기했는지 그냥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유심히 똥파리 두 놈을 내려다보니 자기들끼리 무슨 약속을 하는 것 같았다. “야! 이거 어이된 판이야. 정신이 좀 몽롱하지. 마치 술 취한듯한 기분 같기도 하고. 정신이 빙 도는 것 같은데.” 아마도 저놈들의 대화가 그랬던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똥파리 두 놈은 이래서는 안되겠거니 생각한 모양이다. “야, 친구야. 우리 정신을 차리고 걸어가 보자 도저히 날지는 못할 것 같네.” 놈들은 발로 걸어서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몇 발자국 가더니 놈들은 Stop. 두 놈이 약속이나 한 듯이 등을 바닥으로 하고, 배는 하늘을 보고 거꾸로 누워버렸다. 아마, 상황판단을 숙고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이놈들은 그 상태에서 빙빙 돌기를 시작 하더니 속도를 가해서 아주 재빠르게 빙빙 도는 거야. 얼마나 빠르게 빙빙 도는지 파리형체가 아닌 어떤 검은 점이 도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빙 빙 빙 돌까? 그러더니 이놈들은 돌기를 그치고 또 생각에 잠겼나 보다.
“야, 친구야. 우리가 지금 정신이 아니야. 정신 차리자. 정자세를 취하자.” 그래서 그런지 놈들은 등을 하늘로, 배를 바닥으로 해서 정자세를 취하고 또 몇 발자국 걷기도 하는 지라. 그것도 잠간. 또 거꾸로 자세를 취하더니 또 빙빙 돌기를 시작하는 거야. 이번엔 정말 눈에 안 보일 정도로 회전하기를 계속.
나는 생각했다. 놈들이 취해버린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놈들은 나에게 작별인사도 안하고 보동자세로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별세(別世)했던 것이었다. 이것이 F·킬러 살충제를 맞은 놈들의 사망과정이었다.
오늘 날 세상은 F·킬러 살충제를 맞은 것 같다. 온통 모든 분야의 모든 것들이 빙글빙글 돈다. 정신없이 돈다. 취해 버렸다. 몽롱한 상태다. 정위치를 유지 못하고 거꾸로 뒤집어 진 상태에서 빙글빙글 뱅글뱅글 돌고돌고 돈다. 정치계가 정신없이 빙글빙글, 경제계가 빙글빙글, 문화계가 빙글빙글, 교육계가 빙글빙글, 군대가 빙글빙글 돈다. 참된 교회야 아니겠지만 일부 명목상의 교회도 빙글빙글 돌고 있다
모두 정신없이 돌고 있다. 마치 파리를 파리로 알아보지 못하듯 세상의 모든 것이 돌기 때문에 아무리 정신 차리고 봐도 무엇이 돌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는 지경이다. 이 모두가 세상이 F·킬러 살충제를 맞은 탓이렸다.
하나님이 세상에게 진노의 잔을 마시게 했으니 세상은 비틀거리고 미쳐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손에서 이 진노의 잔을 받아가지고 내가 너를 보내는바 그 모든 나라로 마시게 하라 그들이 마시고 비틀거리며 미치리니 이는 내가 그들 중에 칼을 보냄을 인함이니라 하시기로”(렘25:15,16)
요새 아이들이 무대에서 머리를 마루바닥에 박고 손발을 하늘로 쳐들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온 세계가 “와와” 좋아하는 모양인데, 왠지 나의 눈에는 F·킬러 살충제를 맞은 똥파리 두 마리의 그것과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니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믿는다. “예수님은 F· Killer 살충제의 해독제로 세상에 오셨다”고.
수류(水流) 권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