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삶에 대한 유언(Living Will)
유언이란 자기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을 발생시킬 것으로 하여 일정한 방식에 따라서 행하는 상대방 없는 단독의 의사표시를 말한다. 이것은 ‘삶에 대한 유언’, ‘자연사 선택 유언’, ‘종명유언’이라고 불리운다.
삶에 대한 유언은 두 가지의 경우로 쓰여진다. 하나는 명백히 치료될 수 있음에도 자연사 선택유언을 하는 경우와 명백히 치료될 수 없는 경우에 자연사 선택유언을 하는 경우이다. 이 공식문서에 의해서 아직 건강하고 활동할 수 있는 동안에 자신이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취급되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밝힐 수 있다.
만일 질병이나 사고 때문에 의사들이나 가족과 대화하는 능력을 잃게 되면, 삶에 대한 유언이 자신의 바램을 미리 자세히 밝혀 주며, 의사들과 가족들은 분명한 지시를 받게 되고, 만일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면 판사들은 유언장을 통해 직접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삶에 대한 유언은 치료를 중단하고자 할 때 필요한 최소의 구비조건이다.
즉 스스로가 의사표시의 능력이 있을 때, 이후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시행될 의료의 내용에 있어서 사전에 자신의 희망을 전하는 것이며, 연명적 의료거절의 의사가 있는 것을 사전에 표시하는 ‘생전유효유언’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이런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는 일에 대하여 누구나 진지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의 마지막 날을 다루는 그리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매우 책임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VI. 나가는 글
연구자는 지금까지 안락사 문제에 대해 성경적 입장에서 살펴보았고 목회철학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안락사 논쟁에 관한 문제의 핵심은 인간적 죽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은 안락사를 어떤 명목이든 이루어져는 안되고 그에 따른 고통은 인간이 감당해야 할 부분임을 제시하고 있다.
즉, 성경적 입장에서 볼 때 안락사는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살인행위라는 것이다. 성경의 대전제는 하나님의 주권이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며, 생명의 연장이나 축소는 인간 권한 밖의 일이다.
안락사 문제에 대한 대안은 생명의 질을 강조하여 살 권리가 있다면 죽을 권리도 있다고 주장하는 안락사 옹호론자들의 찬성과 생명의 가치는 존엄한 것이기에 어떠한 안락사도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안락사 반대론자들 논리를 떠나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를 따르는 동시에 인간성의 측면을 고려하는 통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안락사의 문제는 신학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신학과 의학, 윤리학, 법학의 제 차원들을 포괄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이러한 여러 학문에 대한 학제적 연구를 바탕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안락사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리스도인 중에도 ‘내가 만약 말기 상태가 되어 비참하게 된다면 안락사를 택하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생명의 주인 되신 하나님을 무시하고 인간 스스로 죽음의 순간과 방법을 결정할 수는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러한 이유 역시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지상에서 인간들이 서로 돕고 살도록 하셨다는 사실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지만, 다른 이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고 기꺼이 받는 것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낙태, 생명복제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안락사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정확히 알고 이 세상을 향해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박재현 교수의 ‘안락사에 대한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의 입장’은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성경적 입장을 잘 대변해준다고 본다.
1.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서, 그 절대적 소유권이 하나님에게 있으며, 따라서 오직 하나님만이 그 생명을 종언시킬 권리를 가진다고 믿는다.
2.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는 의료행위는 생명을 지키고, 고통을 줄이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이를 위하여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의료행위 시행자는 자신의 의료행위가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3.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거나 환자 및 가족의 경제적인 고려나 희소한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나 배당 등의 이유로 의도적으로 환자의 죽음을 야기시키는 의료행위를 반대한다.
4.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는 첫째로, 신중한 의학적 판단에 의거하여 회복 불가능한 불치의 질병이나 필연적인 노화로 인하여 임종이 임박했음이 분명하게 입증되고, 둘째로, 분명한 의식을 가진 환자의 요청이 있으며, 셋째로, 더 이상의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분명히 입증된다는 조건 하에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환자가 자연적인 죽음의 과정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장기간의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로부터 인공적 생명연장수단을 제거하는 행위는 반대한다.
5.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는 의료행위시행자가 환자의 삶과 죽음에 관련된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환자나 보호자(가족, 교회, 사회공동체)의 소망과 신념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요청한다. 무엇보다도 기독교의료행위시행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해야 하며, 기독교공동체의 성경적인 정신에 근거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모든 의료행위시행자는 그들의 양심이나 윤리적 신념을 침해하는 치료행위를 거절할 권리와 책임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6.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는 의료행위시행자들이 안락사를 거부함과 동시에 고통을 경감시키는데 필요한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고통 속에 있는 환자를 위로하며, 영적인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한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어떠한 모습이 참으로 인간적이며, 품위를 갖춘 행위일 수 있을까? 인간적 품위를 갖춘 죽음이 고통 없이 편안하게 외적으로 깨끗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유와 책임을 가지고 삶을 정리할 수 있는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적이며 품위 있는 죽음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누구에게도 독약을 주지 않을 것이며 -비록 그렇게 해 달라고 요청 받더라도 -그런 계획을 제안하지도 않을 것이다”(460-377 BC)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서-
김종걸 교수
침신대 신학과(종교철학)
도서관장
한사랑교회 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