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호 교수의 목회와 상식’- 57
자살(自殺)에 대하여 -그릇된 철학사상-
한국은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자살률 1위로서 인구 10만 명당 1년 동안 자살하는 사람이 28.4명이나 된다. 이것을 시간으로 환산해보면 두 시간에 세 사람이 자살하는 셈이다. 2위 일본은 19.4명, 중간 순위 미국이 10.1명, 그리스가 2.6명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차제에 자살의 근본적 이유를 추적해보고자 한다. 고대 철인들은 우주의 기원을, 온전한 초월자로서 순전한 영적 존재인 로고스라고 생각했고, 물질은 그 로고스에서 여러 번에 걸쳐 하향 유출(流出)된 저급한 로고스 데미우르고스의 피조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연히 고대 철학은 영적(정신)인 것은 선, 물질은 악이라는 이원론적(二元論的) 우주관을 가지게 되었다.
스토아학파에 속했던 에피크테토스(Epictetus, AD1)는, “우리는 지상에서 죄수나 다름이 없다. … 우리는 지상의 육신 속에 갇혀 있다”고 했고 사람들을 향해, “[사람은] 시체를 메고 다니는 한 작은 영혼”일뿐이라고까지 말했다. 육체를 파괴하고 영혼에 자유를 주는 것, 즉 자살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가르침이다.
견유(犬儒) 학파의 페레그리노스(Peregrinos P. 1BC)는 아덴 시민에게 이와 같은 이원론을 가르치던 철인으로서 아덴 시민들 앞에서, 물질(육체)이라는 옥에 갇혀 있는 자신의 영혼에게 자유를 준다면서 성화대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 죽었고, 스토아학파의 세네카(Seneca, AD1)는 네로황제로부터 반역의 대가로 자결하라는 명령을 받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동맥을 끊어 자결했다,
고대 철인들 가운데 자살한 인물로는 철학의 원조로서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주장했던 밀레투스학파의 탈레스(Thales, 7BC), 에피쿠로스(Epicurus, 3BC)파의 시인 루크레티우스(Lucretius, 1BC), 세네카, 페레그리노스 등등이다. 이 후에도 많은 철인, 사상가, 문화예술인들이 이 잘못된 철학의 올무에 빠져 자살했으며, 설혹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금욕주의와 염세주의, 또는 회의주의에 빠져서 인간세상을 하찮게 여기기면서 인생을 허비했다.
기원전 2세기에 동시적으로 일어난 에피쿠로스주의와 스토아학파는 지향하는 목표와 이론은 서로 달랐지만 물질 경시와 염세주의는 노선을 같이했다. 앞서 언급한 에피쿠로스의 추종자 루크레티우스는, “인간의 생명이 … 종교의 잔인한 구둣발 밑에 짓밟혀 더렵혀졌다”고 탄식하고, 에피쿠로스를, “처음으로 종교에 도전한 사람”이라고 칭송하더니 돌연 자살하고 말았다.이 잘못된 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초기 기독교에 들어와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成育身)까지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