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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배자를 좋아한다

지구는 좌절의 별이라는 말이 있다. 불운이 겹치고, 운명의 할퀴고, 로또 복권은 번번히 비켜가고, 이 사람에게 속고 저 사람에게 넘어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좌절하고 비웃음거리가 되고, 만인 대 만인의 경쟁에서 늘 선두권에 서지 못하고 뒤쳐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종(種)’으로써 인간은 진화의 무수한 굴곡을 넘어온 고독한 승자이지만 개인으로서 인간은 모두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에 가깝다. 물론 승자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따지면 그 비율은 극히 미미할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지난 20세기에 급격히 줄어들었다.


세상에는 한 사람의 승자와 한 사람의 패자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권투, 체스, 윔불던 테니스 대회, 대통령 선거와 같이 둘이서만 승부를 펼치는 경기가 그러하다, 이럴 경우 패자와 승자의 운명이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고 질서이기 때문이다.

 

물론 패자의 입장에서는 좌절의 고통이 무척 쓰라리다. 예를 들어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헥토르의 목을 찔러 죽인 다음 그의 두 발에 구멍을 뚫고 황소 가죽 끈으로 꿰어 전차 뒤에 매달았다. 그러고는 말에 채찍을 가해 헥토르를 질질 끌고 다니며 패자를 능욕했다.


호메로스는 승자의 이런 행동을 “수치스럽고 잔인한 처사”라고 책망했지만 그 역시 이 장면을 상당히 즐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떨칠 수 없다. 그런데 두 사람이 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수치를 나누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외적인 현상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에는 대개 한 사람의 승리자만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패배자들이다.


우선 산술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100m올림픽 육상 경기에는 세 개의 메달만 걸려 있다. 하지만 지금은 1896년 당시보다 무려 50배나 더 많은 선수들이 이 메달을 차지하기 위해 달린다. 또한 각 나라의 인구도 19세기 보다 평균 다섯 배나 늘고,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있는 고학력층도 100배나 불었지만, 어디서도 대통령을 다섯이나 백 명을 뽑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두번째 이유가 더 중요한데 경쟁이 노동 시장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욕망을 지배하고 더 나은 세계의 관한 만병통치약처럼 찬양되면서부터 자신이 승리자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수십 배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20세기 문턱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가난과 굴종을 바꿀 수 없는 질서나 하늘이 정한 이치로 생각하며 묵묵히 감수했다. 그러니까 가난을 패배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 세상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원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돈과 권력, 명예와 명성, 메달을 향해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는 체제로 바뀌었고, 그로 인해 다수가 낙오하고 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경쟁에 뒤진 사람들은 운명을 탓하거나 자신을 패배자로 여기며 가슴을 쥐어뜯는다.


또한 미워하던 동료가 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고통스러워 한다. 그 밖에 잘 나가던 기업체 사장은 하루아침에 도산을 하고, 회사원은 기업 구조 조정의 여파로 실직자가 되어 힘없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간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고전적인 위안이 있다. 즉 내가 실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이 세상 구조와 썩은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바로 기회의 균등이다.


당신이 진정 능력이 있고 출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열등감과 자책감이 생겨난다. 예전에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고, 어떤 가난한 사람도 느끼지 않았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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