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자는 예쁘게도 쓰이고 밉게도 쓰이는 묘한 말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파들이 헌법을 들추며 공격하자 “그 놈의 헌법….”이라고 해서 구설수에 올랐던 적이있었다. 이 때의 “놈”은 좀 귀찮고 까다로운 존재의 의미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깡그리 몹쓸 헌법이란 뜻은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손자보고“이 놈 이리 오너라.”할 때의 이 놈은 아주 예쁘다는 뜻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가 금년으로 105차를 맞이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총회에 참석해 보면 자구 목사님들 입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소리로 “그 놈의 총회, 이래서 되겠느냐. 이놈의 총회 다시는 참여 안할거야.”한다. 그런 말하는 목사일수로 거의 매회 빠지지 않고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매양 고맙기도 하다.
사실 교리적으로 따지고 보면 성경에는 총회란 기구는 없다. 성경에도 없는 기구를 사람들이 만들어 하자니 분쟁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교회 위에 상회(上會)가 없다. 어떤 교단에서는 사실상 교회 위에 상회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상회 노릇을 하고 있는 데 참으로 비성경적인 인간들의 작동(作動)이다.
왜 교회 위에 상회가 없는가? 교회는 하나님이 창세전에 계획해서 세우시고 예수님을 그 교회의 머리로 하시고 성령님을 내주자(來住者)로 정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회는 하나님이 계획하신 대상이 아니었다. 예수님은 교회의 머리이시지만 결단코 총회의 머리는 아니다. 총회의 머리는 겨우 인간 총회장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차이인가. 총회는 대교회도 아니도. 그러니까 모이면 분쟁이 나고 싸움 소리도 커지기 마련이고, 이 때 툭 나오는 말인즉 “이 놈의 총회”이다. 괜찮다. 이놈 저놈의 총회라 해도 좋다. 왜냐하면 총회를 욕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욕 받으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록 교회에게 부족한 것이 드러난다고 해서 “이 놈의 교회”라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이 놈”하면 머리되신 예수님에게 욕을 돌리고 또 내주하시는 성령님께도 욕돌리는결과가되기때문이다“. 이놈의총회”는있어도“이 놈의 교회”는 없다. 그래도 침례교 총회는 협동 친목하는 공동체라 하는 바, 세상사는 삶의 제약성 때문에 모임을 갖는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놈의 총회”라도 총회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일일 것이다.
어떤 습관성 총회 불출석 단골 목회자들은“이 놈의 총회”에 참여 안하는 자기들을 스스로 경건한 자 같이 느끼면서 참여하는 자들에게 곱잖은 시선을 돌리지만, 그들은 교만한 목회자요 이기주의적 목회자라고 낙인을 찍힐 수 밖에 없다. 당신들 총회할 때 나는 목회한다고. 그러지 말라. 국회가 아무리 어설퍼도 국회없는 국가란 있을 수 없다. 이 세상에 있는 교회가 대정부나 기타 세상과 접촉해야 할 경우 총회는 필요하다. 정치인들을 불쌍히 보아주는 수준 높은 국민이 있어야 하듯, 총회를 위해 일하는 일선 주자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손실이 있다는 것도 알아줘야 할 일이다.
어차피 “이 놈의 총회”에 이 놈의 회원이 되면서 “이 교회”에는 선량한 교인이면 된다. “이놈의 총회 회원”은 혹 있어도 “이 놈의 교회 성도”는 없다. 왜냐하면 “이 놈의 교
회”란 없기 때문이다. “이놈의 교회”가 없는 이유는 예수께서 교회의 머리이시기 때문이다.
水流(수류) 권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