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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목사의 목회 이야기 - 31

따뜻한 온돌방 같은 교회

 

지난 주 집안에 외사촌 동생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다. 덕분에 외삼촌들과 이모님들도 오랜만에 만났다. 자연스럽게 식사자리에서는 옛이야기도 오갔다. 주로 내가 여덟, 아홉 살 때 외가에 함께 살면서 그 외삼촌, 이모들과 경험한 얘기들이다.

지금도 생각난다. 가정예배 때 대표기도하던 이야기, 산에 나무하러 가던 이야기, 개울에서 멱 감던 이야기, 쇠죽 끓이던 이야기, 논에서 일하다가 거머리 붙은 이야기, 새참 먹던 이야기, 두부 만들던 이야기, 약 팔던 이야기, 누에 기르던 이야기, 똥 퍼 나르던 이야기, 등목하던 이야기, 자전거 배운 이야기, 리어카 타고 가다가 이빨 부러진 이야기, 장닭한테 쪼인 이야기, 소뿔에 받친 이야기, 친구들과 농협 창고 앞에서 자치기하던 이야기, 반장자리 뺏겼다며 날 무지 괴롭혔던 친구 이야기 등. 새겨진 진한 추억만큼이나 할 얘기도 많았다.

그 중 따뜻한 온돌방 이야기는 단연 빠지지 않았다. 한 겨울 밤 군불 제대로 땐 아랫목에다 제각각 발들을 모아놓고는 뭐가 그리도 재밌었는지 밤새 재잘거리다가 한둘씩 곯아떨어지던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따뜻한 온돌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몸과 마음은 얼마나 거뜬했는지 모른다.

그러면 우린 그 힘으로 다음날 또 먼 길을 걸어 일하러도 가고, 학교도 가고 그랬다. 여전히 바깥은 살을 에는 추위였지만 지난 밤 그 온돌에서의 회복이 다음 날 그 추위 앞에 다시 당당히 나서는 힘이 됐던 것이다.

교회로 돌아오며 내 교회와 성도들을 생각했다. 몸의 추위도 추위지만, 마음의 추위로 세상을 너무도 춥게 사는 우리 성도들. 우리 교회가 그이들에게 따뜻한 온돌방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주 두 분의 성도님들과 통화하면서 들은 얘기다. “목사님, 저희들한텐 주일 강단 말씀이 너무도 중요합니다. 그 말씀 붙들고 또 일주일을 삽니다. 그래서 너무 감사합니다.” 희한하게도 서로 다른 두 분인데도 말씀은 같았다.

순간 8년 전, 신학교 기숙사에서 함께 살았던 한 형제가 뜬금없이 날 찾아와 던지고 갔던 말도 떠올랐다. 그 형제는 신학교를 졸업하긴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지금은 교회 사역 대신 일반 직장을 다니는 형제였다. “형님, 제가 전도사 사역을 할 땐 몰랐었는데요. 이렇게 일반 직장을 다니는 평신도가 되고 보니 목사님의 주일 말씀이 너무나 중요하더라구요. 목사님이 손 한 번 잡아주시고, 한마디 격려 말씀해주시는 게 그렇게 중요하더라구요.”

순간 지난 추석 때 만난 고향 친구의 얘기도 다시 스쳤다. 그 친구는 교회 집사이다. “종훈아. 나 요즘 너무 힘들어. 교회 목사님하고 장로님들하고 싸움이 일어나서 150명 넘게 모이던 성도가 지금은 50명도 채 안 모여. 난 너무 안타까워. 교회가 그러니 요즘 우리 가정도 그래. 생전 안하던 부부싸움까지 자주해. 그러니 교회는 무조건 평안해야겠더라.” 교회가 따뜻한 온돌방이 되지 못하고 차가운 냉골이 되면 우리 성도들은 어디서 그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겠는가? 세상을 이길 힘을 어디서 얻겠는가? 어디서 그 힘을 회복하겠는가?

그러니 목회자는 무조건 교회를 따뜻한 온돌방이 되게 해야 한다. 그들이 이 추운 겨울 마음 녹일 수 있도록 군불을 열심히 때야 한다. 말씀과 기도와 사랑의 장작으로 아랫목 시꺼멓게 다 타도록 아낌없이 때야 한다. 사명이 있다면 그게 사명이다.

그렇게라도 우리 성도들이 그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하늘의 행복과 주님과의 든든한 동행과 넘치는 생명과 심령의 천국을 맛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요, 내가 목회하는 기쁨인 것이다.

 

김종훈 목사 / 오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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