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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목사의 목회 이야기 - 32

동행(同行)

 

5개월전 일이다. 지인 몇 부부와의 모임 중에 무릎을 치며 깨달았던 것이 있어 소개한다. 너무 못난 얘기라 부끄럽지만, 혹 나 같은 이 땅의 남자들이 또 있을까봐 용기 내어 말한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내가 가졌던 결혼관에 관한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지난 20년간 한 아내의 좋은 남편이 되지 못했다. 물론 남자로서 세상 돌아다니며 나 즐기고 싶은 걸 즐긴 건 아니다. 자식들 밥을 굶긴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남자는 그 책임은 져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결정적인 부족함이 있었다. 바로 아내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한 일이다. 남편으로서 경제적인 것 책임져주고 엉뚱한 짓 안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겼을 뿐 아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편 되어주는 일은 정말 부족했다. 이런 생각이 순간 스친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한 고향에서 자란 둘도 없는 정말 친한 친구가 어느 날 새벽 2시에 연락도 없이 집을 찾아왔다 하자. 그러면서 하는 말이 친구야. 내가 정말 이 밤에 너 밖에 생각이 안 나서 왔어. 나 며칠만 네 집에 좀 머물 수 있겠냐? 이유는 묻지 말고.”

그러면 그 부탁을 웬만해선 거절 못한다. ‘얼마나 급한 사정이면, 이 밤에 나밖에 없다고 찾아왔을까? 필시 무슨 사연이 생겼나보지이렇게 여기고 일단은 그날 밤 서재라도 대충 치워 잠을 재운다. 그런데 만약 다음 날 아침 뉴스에 살인 사건 뉴스가 나오고 수배령까지 내려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자. 그런데 그 인상착의와 정황을 보니 영락없이 어젯밤 나를 찾아온 그 친구가 범인인 것 같다고 하자. 자 그랬을 때, 여러분 같으면 112우리 집에 그 범인 숨어있으니 와서 빨리 잡아가라며 즉각 신고하겠냐는 것이다. 유일하게 나 믿고 찾아온 그 친구를. 그게 옳은 일이어도 친구관계는 그날로 끊어진다.

정말 친구라면 이렇게 할 것이다. 아침에 충분히 자고 일어난 걸 확인한 다음 따뜻한 밥 해먹이고, 회사에는 몸 아프다며 병가를 내고, 조용히 차 한 잔 나누며 자초지종 물을 것이다. 그렇게 충분히 공감해주면서 그 와중에도 날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위로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 마음이 안정 되면 마땅히 자수를 권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 믿고 찾아온 친구를 내가 신고하진 못한다. ? 친구는 편 되어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고픈 말, 해줄 말이 있어도 일단은 먼저 그 편이 되어주는 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내란 누구인가? 친구보다 못한가? 친구 만큼인가? 아니면 친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소중한 존재인가? 죄지은 친구도 그 정도는 해주는데 아내를 그 정도 못해준다면 말이 될까? 나만 믿고 인생을 던진 그 아내의 마음에 스크래치(scratch)를 자꾸 주면 될까 안될까? 아내의 유일한 편은 남편이다. 무조건 편 되어 주어야 한다. 평소보다 갈등상황에선 더 그래야 한다.

하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갈등이 생기면 자식 편만 들었다. 남의 편만 들었다. 교우들 편만 들었다. 아내를 먼저 나무랬다. 그러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이런 남편임에도 지난 20년간 살아준 것이 고맙다.

그래서 난 이 깨달음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진솔하게 용서를 구했다. 내친 김에 집에 돌아와서는 두 아이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얘들아. 아빠가 최근에 이것을 깨달았으니, 앞으로 너희들이 엄마와 다툼이 있을 때 아빠가 엄마 편을 들더라도 너희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빠가 자기들 편 안 들어 주고 엄마 편 들겠다는데도 더 좋아했다. ‘우리 아빠 이제 철들었구만이런 눈치였다. 그게 난 지금도 신기할 뿐이다.

물론 아내의 태도도 달라졌다. 내가 아내를 전적으로 두둔하고 편 되어 주기 시작하니 이제 아내 스스로도 자기 잘못을 불기 시작했다. “아니야. 여보, 나도 잘못한 게 있지.”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쉽고도 간단한 행복의 원리를 난 여지껏 모르고 살아왔다니 너무 부끄럽다. 그게 바로 가장이 만들어가는 가정의 행복임을 몰랐음이 안타깝다. 이 땅의 남편들이여! 기억하라! 아내의 행복은 책임을 지고 편 들어주는데 있다. 아내와 마음으로 동행하는데 있다.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소리치는 아내들의 물음에 대답할 유일한 존재는 남편 당신이다. 그러니 대답하라. “내가 당신의 그 빈 가슴 채워주겠다.

김종훈 목사 / 오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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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차 정기총회 목사 인준 대상자 교육
114차 총회(총회장 이욥 목사)는 지난 6월 30일과 7월 1일 양일간 한국침례신학대학교(총장 피영민) 페트라홀에서 각 지방회가 목사 청원한 124명의 예비 목회자가 참석한 가운데 115차 정기총회 목사인준대상자 교육을 진행했다. 개회예배는 총회 교육부장 김성렬 목사(만남의)의 사회로 한국침신대 피영민 총장이 대표로 기도한 뒤, 이욥 총회장이 “베드로가 스카웃 받은 비결”(눅 5:3~11)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욥 목사는 설교를 통해, “베드로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 중 하나였지만 예수님께서 사용하셨던 크신 뜻이 있었기에 귀한 일꾼으로 사용받았다”며 “하나님은 외모나 성격, 학력과는 무관하게 하나님께서 택하신 뜻대로 사용하셨다. 이번 인준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도 하나님의 부르심의 귀한 여정을 감당하며 놀라운 인도하심을 경험하기를 원한다”고 전한 뒤, 축도로 개회예배를 마쳤다. 이어 총회 총무 김일엽 목사가 이번 교육 일정에 대해 설명하며 “목사 인준자 교육은 우리 교단 목회자로 인증을 받는 첫걸음이기에 침례교회의 사명감을 품으며 1박 2일 동안 다시금 사명을 재점검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하며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첫 강의는 해외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