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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보던 일을 셈하라

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롬12:11)는 말씀대로 목회한 존 모리슨(John Morison)의 안수식이 끝난 직후에 이웃의 목사가 방문해 “목사님은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건강의 한도를 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지요”라고 충고했다. “염려 마십시오. 게으른 목회자가 오히려 먼저 천국 간답니다”라고 응수로 대답했다. 그런데 6개월 후에 그 목사의 임종이 가까웠다는 소식에 찾았더니 “당신이 전에 나에게 한 말을 기억하세요?” 모리슨은 더듬으며 “아, 하지만 그런 건 생각지 마세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때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아직 낮 일때 일을 부지런히 하십시오. 일할 수 없는 밤이 지금 나에게 다가오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한 후 임종에 임했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잠6:6)


“여기 70세 되신 어르신네는 손들어 보세요” 아무도 없어서 “80세 되신 분은 손들어 보세요” 또 아무도 없었다. 설교 후 예배가 끝난 뒤에 나를 포천 양로원에 초청한 김익수 목사와 원장에게 물었더니 여기 요양원에 있는 80명은 거의 90세 되신 분들로 계신다고 했다. 반수는 침상에 있어 불참하고 그나마 휠체어에 몸을 의뢰한 분들만 예배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천국행이 바뿐 어르신네들께 험악한 세상에서 평생 죄악 속에 어울려 살아온 인생으로 소개받았기에 긴급한 구령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반수는 몸이 고단해 고개를 숙이거나 귀가 어두워서 아마도 나의 크게 외치는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산 사직중앙교회 후임 정덕룡 목사가 섬기는 200여명의 시니어 원로교인 6~70대만 하더라도 90%를 잘 알아들었는데 매우 비교가 됐다.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려면 우선 건강해야 되고 시간을 아껴서 최선을 다해 셈하고 잘 섬겨야 하는데. “네 보던 일을 셈하라”(눅16:2)고 불의한 청지기에게 명령한 주인의 음성이 나의 귓전을 울린다. 여기서 청지기에게 물질 관리처럼 무엇을 가진 것이 있어야 나눠주며 섬기고 일할 수가 있는데 이 비유에서 예수께서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눅16:9)하신 뜻을 이제 80의 나이가 돼서야 깨달았으니 정말 나야말로 기회를 망각한 우매했던 나였구나!
재물에 대해 특히 불의의 재물로 잃어버린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사귀지 못한 나의 과거를 회오한다. 평소에 기회를 봐서 버스와 전철에서 개인 또는 모임 사람에게 전도를 했는데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소를 주고 인사를 먼저하며, 자리를 양보하고, 어린이에게는 고급사탕을 나누며, 돈도 주고, 그 어머니와 대화를 걸어 복음을 전했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50여년 수많은 경험에서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레 누구를 만나든지 적절하게 접근해 복음을 전하는 일이 아주 생활화가 됐지만, 그래도 옛날 속담처럼 맨입으론 힘들고 안 될 때가 많았다고 느껴진다.


아! 나의 지난 인생이여! 100년을 산다 해도 보내버린 80년 동안에 보던 일을 셈해보니 정말 최선을 다해 일한다고 한 것이 후회뿐이구나! 54년 목회와 세계선교 사역 중에 내가 침례 준 사람은 얼만고? 120명 예루살렘 교회에서 베드로는 하루 설교에 결신한 후 침례 받은 3,000명(행3:41)의 놀라운 부흥을 보였는데, 서울교회 20년 사역동안 2,482명에게 침례를 줬고, 그동안 도안교회, 이원교회, 사직중앙교회와 지금의 예사랑교회 및 군선교, 교도소선교, 국내외 집회, 기타에서 1,000여명, 도합 수침자는 3,482명으로 교회주보와 나의 목회일지의 통계이다. 결신자는 서울교회에서 20회 예수잔치에 5,125명과 예배시 결신자 2,882명 외에 기타 결신자로 원주 춘천군인복지센터에서 5,500여명에 국내외 500여회 부흥회와 전도선교집회의 결신자 24,500여명으로 도합 4만 명도 못되니!


스펄전(Sperjeon) 고아원장이나 무디(Moody) 부흥사를 통해 100만명이 구원을 받았으니 나도 그렇게 되기를 소원했는데, 이제 남은 삶을 통해 그의 1/10이라도 아귀를 채우도록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언젠가 요단강 건너 우리 주님 만나뵐 때 천사들에게 귀때기나 조인트로 쓰러질라 염려 되구나! 라고 상상해 볼 때 이제 이렇게 늦게 철이든 병신 같은 게으르고 불충한 목사 놈이 아닌가?
“내 형제들아 너희 중에 미혹되어 진리를 떠난 자를 누가 돌아서게 하면 너희가 알 것은 죄인을 미혹된 길에서 돌아서게 하는 자가 그의 영혼을 사망에서 구원할 것이며 허다한 죄를 덮을 것임이라”(약5:19~20)


작년 10월 중순 2만 명의 방글라데시 다카의 야외집회에 주강사로 못간 것은 우선 선교비 2~3천만 원을 급히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목회자, 개척교회, 신축교회, 해외선교사, 외국전도 선교집회, 노숙자나 극빈자 구호와 전도 기타 복음전도에 필요한 재정의 후원이 너무 아쉬운 사정에 내 보던 일을 셈할 때 회오가 남는다. 예수님도 치유, 축귀, 기타의 기적에 특히 두 번이나 축사의 기도로 4천, 5천명을 먹이시기 전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하신 뜻이 무엇이며 바울 사도도 많은 개척교회 중에 빌립보교회로부터 여러 번 받은 선교비에 대해 매우 감사한 말씀(빌4:15~18)은 바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씀이다. 뒤돌아보면서 셈해보니 불의의 재물로 복음의 침구를 사귈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문둥이가 서로 말하되 우리의 소위가 선치 못하도다 오늘날은 아름다운 소식이 있는 날이어늘 우리가 잠잠하고 있도다 만일 밝은 아침까지 기다리면 벌이 우리에게 미칠지니 이제 떠나 왕궁에 가서 고하자”(왕하7:9)
하루는 동생이 찾아와서 당시 4인의 대통령 후보 중에서 N씨의 동생 되는 사람을 통해 3천만 원을 갖고 와서 10일간만 전국을 돌며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서울교회에 부임한지 얼마 안 되어 목회에 바쁘기도 했었고, 원래 정치하고는 멀었지만 멋모르고 4·19데모를 한 후로 국회방청에서 신파 구파로 싸우는 꼴을 목격하고 세상정치꾼들에게 실망하기도 했었고, 목회를 한 후론 세상정치엔 관여해도 안 되고 전혀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이튿날 7천만 원을 갖고 와서 한주간만이라도 도와달라고 간청했으나 매정하게 거절했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에서 정보를 수집해보니 침례교단에선 서울교회 한 목사가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른 후 박 목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날아온 복을 왜 발로 찾느냐면서 2~3천만 원이면 전국 지방회를 돌며 뒤집어쓰게 잘 대접하고 선거돈은 원래 벙어리 돈인데 남은 돈으로 옥수동 금호동 신설동의 15, 20, 30평짜리 무허가 집들을 50~70여 채만 사두었더라면 지금쯤은 아파트가 10채가 됐더라도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아, 정말로 불의의 재물로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구원하지 못한 이 쪼다 자식, 등신 녀석, 맹꽁이 목동 같은 나였구나! 영혼구원과 세계선교에 깊은 열정으로 그렇게 선교비가 필요한 오늘 나에게 왜 이렇게 청지기 직분에 불의한 종으로 남았던가! 그 수많은 예수의 청지기 비유를 깨닫지 못했던가? 이외에도 주님께서는 몇 번이나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계속)


/ 한명국 목사 BWA전 부총재
 예사랑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