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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교회 첫 목회 회고

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한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침례신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대전지방회와 지방회지원 담당 서달수(Cloyes Starnes) 선교사가 협의해 핍박이 심하고 부흥이 안되는 도안교회(현 서머나교회)가 문닫게 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선교부에서 후원해 세운 농촌교회지만 문을 닫게 된다는 말은 신학도가 된 나에겐 충격이었다. 개학 전 남보다 먼저 신학교 기숙사에 와서 성경을 한 주간 읽으면서 성령 충만을 체험한 나는 견딜 수없는 주님의 부르심이 있었다. 196438일 주일, 계룡에서 버스를 타고 유성에 내려 10리길 되는 도안리로 걸어가 찾아가 교회당 청소를 하고 11시가 되니 교인들이 모여왔다.


남자는 이교성 청년 한분이고, 나머지는 박용금 박세순 두 여집사와 병이 있어 나온 자매, 이제자와 김용분 여청년, 그리고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감금례와 박병순으로 도합 8명이었다. 저녁예배를 마치고 돌아올 때 박용금 집사가 가제수건에 싸준 계란 두 개를 사례로 받아 도안교회 전임자요 동방인인 최한원 전도사와 이튿날 나눠 밥에 비벼 먹었다. 그 다음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인들과 함께 나오니 기다렸다는 듯 아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에게 굽실굽실 모여들어 형씨, 누구 허락받고 맘대로 이 교회에 왔어?”라고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 또한 덩치 큰 사람은 내려다보며 한 전도사 첫 인상 좋수다!”했다. “이봐 가만히 보지만 말고 말 좀 해보셔!” 등등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교인들이 그들의 손을 잡고 끌고 가며 만류했다.

그날은 그들의 소위 인행과 시비에 걸려 유성에 늦게 걸어 나오니 이미 계룡 버스 막차는 떠나고 없어 터벅터벅 30리길을 걸어서 호수돈 여고 옆으로 대전 목동산 신학교 기숙사에 오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또 다른 주일은 이웃 옥살미 청년들까지 합세해 20여명이 예배중인데 킁킁거리며 예배당을 빙글빙글 돌더니 깨어진 유리창 구멍으로 이 곳 저 곳에 담배연기를 냅다 불어넣고는 나중에 언덕 위에 올라 한꺼번에 20~30개 돌맹이를 교회당 함석지붕 위에 던지자 우장창창날벼락치는 듯한 소리에 깜짝 놀란 교인들이 순식간에 마룻바닥에 납작 엎드렸다마치 내가 4·19 데모할 때 군인들의 발포 소리에 깜짝 놀라 길바닥에 엎드리던 군중들을 연상케 했다. 어느 주일저녁엔 10여명 정도가 예배당 안에 기어 들어와 앉으니 10여명 교인에 갑절 부흥이 됐다. 남자교인은 이교성 청년 하나뿐인데 남자 쪽 자리가 거의 찼다. 그들은 히죽거리며 웃고, 서로 집적거리며 장난도 치고, 찬송할 때 아리랑이나 유행가를 흥얼대는가 하면, 기도 후엔, ‘아멘, 아멘큰 소리 지르고, 예배 끝에 기도하는 틈을 타서 먼저 나가면서 여자 신발장의 고무신에 오줌을 싸놓기도 했다.

계속 핍박을 받다보니 대전 깡패라도 데려다 시골 깡패들 혼찌검이나 내주고 목회인지 뭔지 다 집어치우고 싶었다.


대학교 4학년때 한 학년 동창이셨던 정진황 교수가 목회시초에 한 선생, 목회는 평생할건대 공부할 때는 공부나 전념하시지 뭐한다고 교회를 맡아 고생해요?”라고 하신 충고 말씀도 떠올랐다. 그러다보니 설교할 때 가끔 성깔이 오르면 동리사람들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세종대왕의 17대 외손 충주 박 씨 후손 동리면 다냐? 충청도 양반 얼씨구나 좋아하고 나자빠졌네, 얼시구나 잘 논다 두고 보자, 예수 믿고 회개 하지 않으면 모조리 준엄한 지옥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 이런 소리가 동리에 퍼졌는지 또는 이번에 온 전도사는 성깔이 있다는 소문이 났는지 한 번은 길을 가는데 툇마루에 앉은 어른들이 예수선상, 좀 봅시다유. 어서 이리 와 앉어유!” 해서 자기들 옆자리에 앉았다. 그 중에 점잖으신 어른께서 일본말로 뭐라 말씀하시더니 그 뜻을 조용히 풀이해 주셨다.


연못가에 손을 물에 넣고 찰랑찰랑 흔들면 파장이 생기고 흙물이 일어나서 물고기는 먹을 것이 있는가 해서 모여 들지만, 연못에 돌을 던지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흙을 파고 아주 숨어버리는 것이라유!”라고 좋은 충고를 주셨다. 처음 갔을 때에 중식 대접을 받은 자매의 얼굴을 살펴보니 몸은 건강한데 무슨 근심이 있는 것 같아 물으니 용문산에 가서 3개월 가까이 기도해도 낫지 않아 돌아왔는데, 3일 일하면 4일 누워있고 4일 일하면 3일 드러누워야 하는데 의사들의 말로는 병명도 없다고 했다. 집에서 키운 송아지를 팔아 한약을 먹었는데도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나는 옛날에 아버지가 치유받을 때를 기억하며 흰 종이에 크레용으로 붉은 십자가를 그려 안방 문 위에 붙이고 기도해줬다. 한 달간 매주일 갈 때마다 식사 대접을 받고 간절히 기도해 줬다. 십자가와 보혈의 붉은 상징은 악귀가 가장 싫어하는 주님의 권능이 있었다. 아주머니는 한 달 만에 감쪽같이 나았다. 귀신은 아주머니와 그 집에서 떨며 도망간 것이었다. 강퍅한 동리로 그 동안 오신 김인봉, 안병걸, 최한원 전도사를 박대하며 교회가 존폐 위기에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예수님의 십자가와 보혈의 능력을 보여 주셨고, 박성식, 진식, 성순의 어머니의 치유로 전도의 문이 열려 도안교회가 부흥하는 계기가 됐다.


그 후에 교회당 훼방꾼 중에 두목 두 사람을 교인들로부터 알아내어 자존심을 접고 집으로 찾아가서 공손히 인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여름방학동안 머물면서 중학교 진학을 못한 청소년들에게 여름학교를 열었는데 대학 남녀 후배들도 돕는다며 주먹 왕초 송턱이에게 도덕, 공대생 박종호에게는 과학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더니 어이없는지 박장대소를 하며 즉시 거절했으나 나의 집요한 권유에 못 이겨 강의를 맡아줬고 여름학교는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그동안 친해진 송석준(송덕이)씨가 찾아와서 전도사님, 나는 죄가 너무 많아서 교회에 들어가 감히 예배는 볼 수 없고 어떻게 도와 드릴 수 있어유?”했다.


나는 우선 고마운 인사를 하고 예배 방해를 못하도록 도안리, 옥살미, 가수원, 유성에 있는 주먹 친구들을 막아 주셔요!” 했더니, 주일과 수요일 저녁 교회당 앞 잔디에 앉아 다른 잡배들이 올 때마다 소리치고 주먹으로 쫓아 예배의 파숫꾼이 되어 줬다. 오래전에 들으니 손석준 씨는 가수원 파출소 소장으로 봉직한다고 들었다.

그리하여 주님의 은혜와 성령님의 역사로 전도할 문”(4:2)이 열리어 12개월만에 군대 갈 때는 주일 헌금은 50원에서 500원으로 교인도 8명에서 10배로 부흥이 되어 80명 교인을 두고 1965419일 입대했으나 첫 목회의 처음 사랑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첫 목회지 도안교회 교인들 중에 지금도 기억되는 교인들이 있는데 우선 박용금 집사의 딸 허연(진영돈 목사 사모), 이제자(박준택 목사 사모)의 동생 재필(하남교회 목사) 박봉순, 박민자와 동생 박민예, 홍춘기와 사촌 홍옥기(그녀의 큰 오빠로 충남지사와 대전시장을 지낸 홍성기 씨를 빼고는 7남매가 신앙생활), 김용분과 동생 노랑머리의 김용기, 54년간 떠나지 않는 교인 박병달(서머나교회 장로), 박현배(서울영천교회 안수집사), 노동숙, 노재성, 김용숙, 박춘자와 언니, 나정화와 동생 나정희 등등 성도들이 54년이 지나도 떠오른다.

지난 57일 서머나교회(옛 도안) 창립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배재인 목사와 함께 오늘의 성장을 보인 성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할렐루야

54년전 도안교회 목사 한명국 드림


한명국 목사 / BWA전 부총재

                   예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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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다시 사셨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그의 많으신 긍휼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시며” (벧전 1:3) 2024년 부활절을 맞이하여 3500침례교회와 목회 동역자. 성도들 위에 그리스도의 부활의 생명과 기쁨과 회복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가 죄인으로 영원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에서 예수님의 죽으심과 다시 살아나심으로 영원한 생명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이 부활의 기쁨과 감격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이 땅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직접 주관하시고 인도하시며 이제는 구원의 완성으로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몸소 가르치시고 보여주시기 위해 그의 아들을 보내주신 사실을 믿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 분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가르치셨으며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 고난 받는 자를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셨습니다. 그 회복을 통해 우리는 이 땅에 믿음의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그 공동체의 핵심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의 놀라운 소식입니다. 이 소식이 복음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