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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치과의사의 일터신앙 이야기

오늘을 그날처럼 /  이철규 지음  새물결플러스  324쪽  15,000원


당신은 직업, 일터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신앙이라는 이질적인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본적은 있는가?
저자는 하얀 가운을 입고 내방한 손님들의 입 안 건강을 속속히 살피는 치과의사다. 그는 직업윤리와 성경적 가르침의 실천이 생각보다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직업과 전문직 윤리를 고민하고 동료들과 상의하며 명시화해 그것을 지켜나가기로 스스로 결심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일터에서도 신앙생활도 같이 상생하며 주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를 실천하고자 고민하고 있는 모든 직업인들에게 경종과 위로를 준다. 이 생활은 소소한 일상을 보내지만 대단한 결단과 실천 없이는 가능할 수 없다. 또한 몸소 겪은 일터의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례를 통해 개인과 손님, 일터의 구성원 등 몸담고, 어울려야 하는 분야의 사회적 모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민에 대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좁혀가고자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겉보기 화려한 의사의 삶 속에 그의 녹록지 않았던 치열한 현장들이 이 책을 통해 유쾌, 온유, 겸손의 화법으로 독자에게 다가와 도전과 도움이 될 팁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의 가정환경은 기독교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회상했다. 대학교 4학년 여름, 아내를 만난 것은 일종의 작은 메타노이아(Metanoia, 전환점)였다. 신앙으로 힘든 환경을 극복하고 있던 아내는 철딱서니 없는 저자에 비해 월등히 성숙하고 기품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아내에 의해 교회를 기웃거릴 무렵, 불교 집안에서 자란 형제들과 어머니까지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은혜를 경험했다는 것.


저자는 수련의를 마치고 신혼의 신부를 뒤로한 채 군의관 훈련소에 입대해 예배를 드리다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기억해냈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매우 수치스러웠지만 오열 뒤에 평안이 잊지 못할 첫 은혜의 경험이 됐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사기를 당해 겨우 마련한 종잣돈 마저 잃고 망연자실하던 차에 주님이 새벽에 다시 그를 만나주셨다. 그리고 다시 만난 건 둘째가 태어났을 때였다. 아기가 아픈 상황이 마치 하나님이 그를 급히 부르시는 초대장 같았다고….


거세게 조여드는 그분의 손길이 그의 환도뼈를 치고 무릎을 꿇게 했다. 고통은 위장된 축복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신정론의 바다에서 가족이라는 작지만 탄탄한 배의 동반자가 되어준 아내와 자녀들과의 만남은 우주적 축복이었다. 이후 교회에서 하라는 일들을 충실하게 되면 신심이 좋아질 것 같아 각종 훈련과 활동에 힘썼다. 그러는 동안 신앙의 겉옷은 그럴듯해 졌지만 정작 속은 빈 강정처럼 점점 부실해졌다. 왜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할수록 인격은 거칠어지고 삶은 자꾸 메말라 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자기의 모습이 자기가 봐도 싫었다. 참된 인간성이 목말라 할 무렵 진정한 회개의 은혜가 임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마음의 평강이 가득해 찬양과 방언의 은사로 하루에 몇 시간씩 기도가 마르지 않았다.


주신 은혜대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면서부터 의료현장에서 관행처럼 해왔던 일들이 죄로 보이기 시작했다. 직원과 환자를 대하던 태도, 거래처를 다루던 거친 매너,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습관적인 변명과 과장 등 삶의 모든 부분이 받은 은혜와 접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는 것. 특히 당시 의료 환경과 제도라는 황폐한 토양을 개간하려 노력한 적은 있던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그때부터 의료 윤리 공부를 시작해 기독교 윤리로 방향을 돌리고, 이후 신학공부까지 하게 됐다. 저자는 신학을 배우며 5년 여간 일과 신앙이라는 이질적 세계의 방안을 모색하다 “회복적 종말론”이라는 거대서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역사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굳건한 신학자, 성경본문으로 성경속의 세계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연결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신학자, 정직한 헌신을 독려하는 목회자, 고된 일상에 지쳐 쓰러진 성도들을 일으켜 세우고 격려하는 목회자, 영원한 날의 기쁨을 바라보며 그 말씀을 붙잡고 일터와 가정에서 믿음대로 살려 애쓰는 성도들, 그들이 십자가의 은혜로 새 창조의 소망을 바라보며 그것을 공동체에 그려가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과 서울대학교 보철과 치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이철규·이대경 치과 공동원장이자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자문교수로 있다. 기독치과의사회 웹진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치과의료선교회에서 후배들과 함께 “좋은 치과 만들기 모임”을 이끌면서 “좋은 치과 체크리스트”와 “기독 치과인 선서”입안을 주도했다.
이한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