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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가을

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침신대 피아노과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기후를 가진 것은 우리가 누리는 축복 중 하나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화하는 자연을 보며 그에 맞는 일들을 하며 살 수 있는 것은 분명 삶 속에서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임에 틀림없는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도 당연히 여기고 감사를 잊고 살아간다.
특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해서 햅쌀이며 과일이며 풍성한 먹을거리가 있고 높고 파란 하늘 아래 갖가지 빛깔로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뿐이랴? 그렇게 예뻤던 단풍이 낙엽이 되어 떨어져있는 거리조차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계절이 가을이다.

이런 다양한 축복을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은혜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절 또한 가을이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더 많은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올 가을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찾아왔고 또 넘치는 혜택을 남기고 떠나가고 있다.


고마운 가을을 보내 주는데는 쇼팽의 음악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19세기 혼란한 폴란드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오로지 피아노를 위한 음악만을 작곡한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 1810~1849)은 자신의 모든 열정과 정신을 담아 주옥같은 피아노 음악을 남겼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음악이라는 매체가 때로는 사람의 감성과 감정을 통해 일하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쇼팽은  그의 피아노곡을 통해 참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자신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고 아름답게 음악으로 표현하여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아련하고 애잔한 기억, 사랑에 대한 가슴 시린 슬픔, 열정, 그리움, 그리고 그 사랑이 주는 환희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음악들을 통해 쇼팽은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마저 메말라 버린 우리가 잊고 있는 서정과 감성을 깨어나게 한다. 이렇듯 쇼팽의 음악은 언제나 가을인 듯 서정과 낭만이 가득하다.
쇼팽의 모든 음악들이 아름답지만 요즘 같은 늦가을에는 그의 27개의 연습곡 중에 하나인 “첼로 에튜드”가 제격이다. 첼로의 묵직한 저음을 피아노로 변환해 풀어내는 그의 선율은 듣는 이의 마음을 녹이며 음악은 시가 되어 다가온다. 시인은 글로 시를 쓰지만 쇼팽은 음악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시를 썼던 작곡가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늘 한편의 시와 같은 느낌이 들고 또 시와 함께 하면 더 절실한 서정을 만날 수 있다.


쇼팽만큼이나 어둡고 힘든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 시인의 시가 쇼팽의 음악과 많이 닮았다. 특히 윤동주의 “너무 쉽게 쓰여진 시”를 쇼팽이 읽었더라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이입하며 공감했을 법하다.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 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쇼팽 역시 폴란드를 떠나 파리에서 바라보는 조국의 함락에 가슴 아파하며 그래도 음악을 천명이라 여기고 그 아픔을 음악으로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단풍의 추억을 남기고 가는 늦가을에 시 한편과 함께 듣는 쇼팽의 피아노 선율은 강퍅한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주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줄 것이다.

오랜만에 가슴을 열고 내가 아닌 남을 돌아보고 이익을 위한 철저한 계산이 아닌 진심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따뜻한 주변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선물인 음악을 주신 이유가 아닐까? 하나님을 찬양하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긍휼의 마음을 만들기 위해 쇼팽의 가을을 마음 가득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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