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는 기원전 3000년 경에 크레타 섬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서 온 세계의 정신적 문화적 유산이 되기까지 진화했다. 그러나 그 신화는 종교로서의 가치를 상실해서 오늘날 올림포스의 신들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리스신화는 문학과 철학과 회화, 심지어는 성경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와 설교자는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가져야한다.
그리스신화 속의 세계와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존재들이다. 기원전 8세기에 ‘신들의 계보’를 쓴 헤시오드는 세상은 무한 공간을 의미하는 카오스에서 나왔고 우주 형성기 말기쯤에 땅에는 인간이, 하늘과 땅 사이에는 티탄(Titan)이라는 신족(神族)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티탄 신족 가운데 젊고 힘센 크로노스가 하늘과 땅을 지배하다가 그의 아들 제우스(로마 신화에서는 주피터)에게 폐위 당했다.
왕좌에 오른 제우스는 그동안 아버지에게 유폐되었던 형제들을 불러내어 포세이돈에게는 바다를, 풀푸톤에게는 하데스(음부)를 다스리게 하고, 자신은 신들의 우두머리로서 올림포스 산에서 하늘을 지배했다.
사도행전 14장에는 바울과 바나바가 루스드라에서 발을 쓰지 못하는 사람을 고치는 것을 본 사람들이 두 사도를 신이라고 생각하고, “바나바를 쓰스(제우스)라 하고 바울은 그 중에 말하는 자이므로 허메”로 알았다는 기록이 있다(12절).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신들의 우두머리이며 허메는 제우스의 사자이자 대변인이다. 바나바는 바울보다 크고 위엄 있게 보였으므로 쓰스(제우스)라고 생각했고, 바울은 왜소한 체격에다 말을 했으므로 쓰스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했다.
사도행전 19장에는 바울이 에베소에 가서, 손으로 만든 우상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니 아데미(로마 신화에서는 다이아나)의 우상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던 은장색 데메드리오가 백성을 선동해서 바울 일행이 큰 위험에 처한 일이 기록됐다(17절). 아데미(Artemis)는 제우스의 딸로서 행운의 여신(그리스), 또는 달과 사냥의 여신(로마)이다. 35절에는, 개역한글판에 “아데미와 쓰스”라고 됐던 것을 개역개정판에서는 쓰스를 제우스로 고쳐서 “아데미와 제우스”로 개정 했다.
신화를 뜻하는 그리스어 뮈토스는 상상 속의 신을 중심으로 하는 설화(說話)일 뿐, 논리적 인과관계를 전재로 하는 로고스와는 다르다. 신학자들 가운데는 성경의 초자연적 기록을 모두 신화라고 주장하면서 성경의 참뜻(kerygma)을 알기 위해서는 신화를 제거(非神話化, demythologization)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성경에서 초자연적 역사(役事)를 제거해버리면 믿을 것이 없어진다. 성경은 믿음의 책이며, 뮈토스의 책이 아니라 로고스의 책이다. 성경을 신화와 동일시하는 믿음 없는 천재들의 논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