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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의 졸업식

백동의 새벽편지-16

새해가 되고 2월이 되면 한국은 졸업식으로 자녀들이 있는 가정들은 희비가 넘쳐난다. 미국에서의 5월은 졸업의 계절이다. 작년 5월에는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하는 모습을 멀리서 인터넷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지켜보며, 우리 가족이 두 번의 졸업식을 하던 2013년 5월을 생각했다. 유학생으로 가장이지만 학위를 마치고 졸업하던 해에 첫째 딸도 대학 졸업을 했다.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주님의 도우심을 생각하면 감사할 뿐이다. 학업, 생활을 위한 일, 그리고 목회로 바쁘게 살아왔던 지난날들과 이민목회 속에서 잠시 잃어버렸던 주님과의 시간들을 둘째 딸의 졸업식을 통해 깨닫게 됐다.


한국의 졸업식과 대부분 미국 졸업식 가운데 차이점 중의 하나가 꽃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졸업식을 하는 학교 앞에 꽃 시장이 줄을 잇는 것과 다르게, 미국에서 생활한지 얼마 안된 어느 해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한국식으로 생각하여 꽃을 한아름 안고 갔다가 우리만 꽃을 들고 있는 모습에 당황해 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보통 기념일에 꽃을 전달하는 것을 좋아하는 문화지만 졸업식은 꽃보다 앞의 진로에서 더 실용적인 것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졸업식의 많은 인파 중에서도 자기의 자녀와 가족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나님께서 세상 어디에서든 자기의 자녀들을 보살피시고 지키시는 모습일 것이다. 시케마츠 기요시의 “졸업”에서 졸업이 헤어짐과 이별의식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처럼 졸업은 새로움을 계획하고 꿈꾸는 시간이다. 어떤 위치에서의 졸업이든 한 계단을 건너는 시간이다. 그리고 쉼을 얻는 시간이다. 학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졸업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아니 인생은 떠날 때까지 배워야 한다. 그런데 만약 졸업식이 없다면 어떨까?


목회에도 쉼의 단계가 필요하다. 갑작스런 결정으로 미국에 건너가 목회를 다시 시작하며 휴식의 시간이 중요함을 돌아보게 됐다. ‘개척해 15년 목회를 하며 중간에 한번이라도 말씀을 따라 가족과 함께하는 진정한 쉼이 있었다면…, 더욱 성경의 말씀을 따라 매주 안식을 누리며 목회했다면 가족과 목회가 더 풍성했을 텐데.’ 하나님께서 강조하시며 “안식하라”란 명령하신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회개했다. 졸업이라는 것이 앞으로의 길이 무엇이든 간에 잠시 쉼을 고르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하나님께서 일주일에 하루를 그리고 매 절기마다 쉼을 얻으라 하신 것은 한 주든 한 절기든 그 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 또 자신 만만했던 일들을 졸업하듯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앞을 향해 달려가라는 말씀이라고 묵상해본다.


미국의 공원에 나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함께 손자 손녀, 어린 자녀들이 나와 낚시를 하는 모습이다. 어린 아이들이 장난치듯 던지고 끌어올린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워주며 함께 즐기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으로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의 자녀들은 훌쩍 커버렸다. 작은 딸이 어린 시절, 개척 교회에서 목회하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엄마에게 표현한 적이 있다. “왜 아빠는 집사되지 목사가 됐어?” 어린 시절 또래 친구가 집사인 부모와 휴일이 되면 휴가를 떠나는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미국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춘기가 되어 버린 딸이 어느 날 말을 했다. “아빠가 집에 항상 같이 있으니까 이상해.”


달려가던 길에 잠시 멈추고 쉼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인 졸업처럼, 인생길에서 쉼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리라. 목회에서도 주님의 명령을 따라 참 안식을 누리며 가던 길을 점검하는 단계가 꼭 필요함을 실감한다. 졸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 우리의 목회 현장에서도 육일은 힘써 일하고 하루를 안식 할 수 있는 말씀의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며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신 후 “안식”하셨다(창2:1~3). 예수님께서도 “습관을 따라” 감람산을 찾으셨다(눅22:39). 한 주든 한 해든 목회에서도 달려가던 길에 잠시 멈추고 쉼을 돌리는 시간이 있으면 어떨까? 인간의 힘으로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학업에서의 졸업식을 하듯, 쉼을 얻는 단계를 통하여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끝까지 건강하게 잘 감당해 가기를 기도해 본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4:13)”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


주님, 졸업으로 잠시 쉼을 얻듯 주님 앞에 인생의 순간순간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영혼의 쉼을 얻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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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위 113-1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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