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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3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기독 인구는 약 850만 명으로 정체되어 있다. 이 숫자는 단순한 현상유지로 해석될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20~30세대 청년 기독 인구가 약 60%이상이 감소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사회학자들은 한 세대 이내에 한국의 기독교 인구가 약 400만명 이하로 감소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내가 섬기는 서울대 캠퍼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CCC, IVF, JOY, UBF, YWAM 등 선교단체에 소속된 학생 구성원 숫자가 약 600여명에서 현재 약 300여명으로 정확히 반토막이 났다. 기독교수회는 바통을 이어갈 젊은 교수들의 가입이 용이하지 않다고 한다. 교수와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너무 바빠졌고, 학습권 침해 등을 명분 삼은 노방전도 등의 금지로 선교 여건은 더 열악해졌다. 지역교회 청년대학부 역시 아전에 비하여 많은 교회들이 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에 대한 선교 비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날 선교 현장의 많은 젊은이 사역자들은 마치 아합과 이세벨이 통치하던 이스라엘의 엘리야처럼 지치고 외로워하고 있다. 선교 여건이 날로 척박해지고 고립되어 가는 현장 속에서, 결국 혼자 남은 것이 아니냐는 엘리야식 자괴감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날 동시에 하나님께서 수천 년 전 엘리야에게 주셨던 동일한 희망의 메시지를 다시 듣고 힘을 얻기도 한다.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니라.”(왕상 19:18)


수년 전 서울대학교회에서 함께 섬기던 물리학과 교수님 한 분에게 비보가 닥쳤다. 미국 유학중이던 촉망받던 아들을 사고로 잃은 것이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신실하게 대학교회와 자기 연구실 학생들을 복음으로 섬기던 기독인 교수님 가정에 일어난 일이었다. 주안에서 조차 상황 해명을 제대로 못한 나는 장례예배를 인도하며 내내 난감해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나는 깊은 슬픔에 힘겨워 하는 그 분의 연구실을 매주 심방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사건이후 더 신실하고 존귀한 복음전도자로 세워져 가는 그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의미의 힌트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그 교수님은 현재 매 학기말 마지막 수업시간이 되면 자기 학생들에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소개하는 간증을 나눈 후 자비량으로 준비한 3만 원 짜리 성경책을 모두에게 선물한다.


주중 두 차례 학생 그룹 성경공부를 직접 인도하고 대학교회는 물론 기독교수회에서도 가장 활동이 왕성한 복음전도자가 됐다. 전공인 이론 물리학 연구자로도 세계적 위상이 더 높아져서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중 한 명으로도 주목받고 있고 최근에는 영국 물리학회 심사위원으로도 피선됐다.
또 한 분은 내가 2016년 봄까지 서울대학교회 목사로서 정해진 임기 4년을 마쳤지만, 여전히 캠퍼스에 남아서 학생들을 섬길 수밖에 없도록 만든 통계학과 교수님이다. 이 분은 내가  새로운 사역지에 부임할 때까지 만이라도 매주 한 번 신앙 교제를 계속 하기를 원하셨다. 다만 동시에 마침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신의 연구실 대학원생 한 명을 함께 섬겨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나는 아름아름 여러 경로를 통해 매학기 새로운 학생들과 연결되었고, 현재 대학원 학생들만 10여명을 섬기게 됐다. 또 지난 학기부터는 신앙서적을 함께 읽고 나누는 석박사과정 대학원생 독서 스터디 모임까지 새로 맡아서 인도하고 있다. 이 통계학과 교수님은 내가 서울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섬기는 마지막 날까지 모든 주차권 공급을 책임지기로 했다. 또 자신의 관할 세미나실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교수님은 현재 서울대학교회 학부예배와 중국어예배 학생들을 동시에 섬기면서, 학생들과 매달 영등포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한 배식봉사를 18년째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학교에는 약 2000명의 교수가 있다. 그 중에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기독인 교수님의 숫자는 10%, 약 200여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 200여 명 중에 복음을 영접하지 못한 약 3만 명 이상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섬기며 소수의 캠퍼스 선교사들과 함께 귀한 동역을 감당하고 있는 분들은 약 30여명 가량이다. 전체의 숫자에 비해서 너무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작아 보이는 숫자의 주인공들이 바로 엘리야 시대의 남은 자 칠천 명의 후예들이다. 이 남은 자들의 섬김과 헌신이 지속되는 한 아직 이 땅 젊은이 선교의 불씨는 살아있다. 이제 모든 한국 교회 성도들의 그들을 향한 중보기도의 동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석종준 목사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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