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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에 치약 짜기

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88

이런 얘기까지 이런데다 쓴다는 게 창피하고 부끄럽다만, 공감할 분도 있으리라 여겨져 써본다. 며칠 전 일인데, 새벽 1시를 넘어서까지 아내랑 딸이랑 이런저런 얘기로 늦게 잠들어서인지 다음날 몹시 피곤한 가운데 잠에서 깨었다. 그리곤 화장실에서 세면을 하려는데, 그만 사건(?) 하나가 벌어졌다.
글쎄 내가 오른손엔 면도기를 들고, 왼손엔 치약을 들고는 그 면도기에 치약을 짜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얼마나 당황하고 놀랐던지 그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무리 전날의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지만, 아무리 잠도 덜 깼다지만 그 사건은 용납이 안된다. 


물론 이게 처음은 아니다. 1년 전에도 그랬다. 하지만 그때는 오른손엔 면도기를, 왼손엔 치약을 딱 들기만 한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엔 그 치약을 꾹 누르기까지 했으니 한 단계 더 나아간 셈이다.
그렇게 해서 그날 아침 주둥이로 튀어나온 그 치약을 다시 집어넣으려는데 왜 그리 슬프던지…. 이러다 내년쯤엔 정말 면도기에 치약 바르는 일이 생길 터. 아무튼 그날 그 일은 너무 당황스러워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


몇 주 전에는 교회 로비에서 내 책 사인(sign)을 갑자기 해달라는 성도님이 계셔서 해드리려는데, 도무지 이름이 생각이 안나 결국은 실례를 무릎 쓰고 여쭤본 적이 있다. 얼마나 죄송하던지. 그뿐 아니다. 요즘은 그렇게 잘 떠오르던 단어도 안 떠오르고, 물건도 차에 잘 두고 내려 다시 주차장 가서 가져오고, 기록하지 않은 약속은 당연히 잊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적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고…. 아무튼 예전에 없던 내 모습에 이래저래 놀라고 있다.


자, 이렇게 얘기하면 “뭘 그런 것 갖고 다 놀래냐?”며 나보다 더 심한 얘길 들려줄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휴대폰을 금방 쓰고도 어디다 뒀는지 찾지 못해 결국 집전화로 휴대폰에 걸고서야 싱크대에서 찾는 분, 외출하기 위해 주차장 내려갔다가 빠트린 물건이 생각나 집에 올라갔는데 도대체 뭘 가지러 올라왔는지 몰라 다시 내려가시는 분, 심지어 안경을 손에 들고도 여전히 찾는 분 등등.
그러니 이걸 자연스런 나이 듦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단기기억장애라도 온 건지 나도 헷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더 심해지기 전에 쉼과 회복의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건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소변 보고 지퍼 올리는 것조차 잊는 일은 없어야지 않겠는가? 계단에서 넘어졌을 때 올라가다 넘어졌는지 내려가다 넘어졌는지도 모를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는가?


한 친구가 모임에서 동창을 만나 너무 반가워 따로 밥이라도 먹자고 식사 약속을 잡았단다. 다음날 낮 12시로. 그랬더니 그 친구가 좋다며 수첩에까지 적더란다. 그러곤 모임이 끝날 즈음 다시 확인 차 물었단다. “우리 내일 점심 먹기로 한 것 기억하지?” 그랬더니 친구가 “내일 점심?” 그러면서 수첩을 꺼내 확인해보더니 이러더란다. “나, 내일 12시에 이미 선약 있는 걸로 적혀있어 안되겠는데….”
택시를 타고 가던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기사에게 물었단다. “기사 양반, 혹시 내가 어딜 가자고 그랬지요?” 그랬더니, 그 기사 놀래서 하는 말, “할머니, 언제 타셨어요?”


한 할머니가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서는 그 누구도 기억 못하는 교가를 자기는 기억한다며 불렀단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그랬더니 친구들이 다 천재라고 박수를 쳤단다. 그래서 우쭐해진 할머니는 집에 와서도 영감에게 자랑했단다. “오늘 동창회에서 내 친구들 아무도 모르는 교가를 불렀다”고. 그랬더니 영감이 대견해하며 한 번 더 불러보란다. 그래서 할머니가 또 부르시니, 듣던 할아버지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하는 말, “여보 마누라, 근데 당신 학교 교가가 우리 학교 거랑 너무 똑같애. 당신도 우리 학교 나왔는감?”
지금은 웃지만 언젠간 내 얘기 될까 두렵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래저래 “생각의 전원까지도 잠시 꺼두라”는 신호를 하나님이 자꾸만 주시는 것 같다.


김종훈 목사 오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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