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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늘리기

백동의 새벽편지-17

김태용 목사
백동교회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경험했을 이야기다. 운전에 필수가 되어버린 네비게이션에 출발하기 전 도착할 장소를 입력하면 도착예정시간을 알려준다.  운전하다 잠시 휴게소에 들렸다 나오면 시간은 훌쩍 넘어가버려, 조급한 마음에 늘어난 도착 시간을 다시 줄이기 위해 속력을 내도 흘러간 시간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얼마 전 가까이에서 함께 목회하시던 분이 젊은 나이에 아직 가족에게나 주위 사람들에게 남겨진 일이 많이 있음에도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진도에 내려와 만난 지 1여년의 시간에 건강하셨던 모습이 금방 무너져 버렸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했다.  시간을 조금만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분명 성도로서 천국을 소망하지만 아직 이 땅에 살면서 해야 할 일이 생각나 죽음 앞에서 시간을 조금만이라도 더 늘리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일평생을 주님께 헌신하며 살아도 돌아보면 부족한 것뿐이고 아쉬운 마음뿐이다. 늦게나마 깨닫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을 쳐도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며 시간을 늘리려고 애를 써본다. 그렇지만 무엇이 그리 바쁜지 시간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기도의 시간,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 맡겨진 사역을 감당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욕심이 마음을 분주하게 만들어 가만히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나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제일 불쌍한 모습이지만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소리치는 릭 부이치치는 일보다, 사역보다, 그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내게 주어진 시간에 만족하고 행복해 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주님 안에서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8살 때 남들처럼 팔과 다리를 달라고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 드렸단다. 분명 하나님은 그런 기도를 들어 주실 수 있는 분이시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자기를 사용하시는 하나님 시간으로 볼 때, 기적이 일어나 팔다리가 생겼다면 지금처럼 더 많은 시간에 세계 여러 나라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하나님의 능력을 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만약 하나님께서 자신이 그렇게 간절히 원하며 기도했던 기적이 일어나 남들과 똑 같은 모습이 되어 60, 70을 살다 죽어 하나님 앞에 섰을 때, “팔과 다리가 있어 좋았느냐?”고 물으시면 아찔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너는 팔과 다리를 나보다 더 좋아했구나.” 말씀하실 것을 예상하니, 지금 내게 주어진 이 모습과 이 상황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용하시는 시간을 늘려 주시기 위한 멋진 계획이라 생각하고 감사한다며 “나는 행복합니다! I am happy!”라고 고함친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수많은 여러 환경도 하나님께서 나를 더 귀하고 오래 사용하시려는 시간 늘리기 위한 계획은 아닐까?
진도에는 겨울에도 밭에 푸른 채소가 심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농촌에는 있는 농번기란 것이 없다. 그래서 사계절 일을 하게 되는데, 일을 시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겨울에는 일찍 해가 지니 시간이 짧아 아쉽다고 말하고, 또 일을 하는 사람의 편에서는 일이 짧아 품삯이 적어 문제라고 말한다.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과하게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도 땅도 다 지쳐있다.
어느 교회에서 “구구단을 외우자”는 제목으로 설교하시는 소리를 들었다. 따라가지도 못할 미분적분 풀기 전에 구구단부터 외우고 기초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신 것이다. 모든 것이 빨라지는 시대지만 조급해 하며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이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미국에 있는 동안 주위에 있던 분들과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곳곳마다 있는 코트에 라켓과 공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모여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기초부터 배우지 않고 동내 축구 하듯 휘두른 것이 더 잘할 수 있는 자세를 놓쳐버려 다시 고치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 오래 잘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친 것이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요셉이 당장의 손해보고 자존심 상한 일로 인해 하나님의 계획을 보지 못했다면 요셉을 사용하시려는 하나님의 시간 늘이기에 쓰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절정에서 요셉의 고백이 멋지지 않는가? “이 땅에 이 년 동안 흉년이 들었으나 아직 오 년은 밭갈이도 못하고 추수도 못할지라 하나님이 이 큰 구원으로 당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당신들의 후손을 세상에 두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이곳으로 보내셨나니”(창 45:6~7).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내 욕심으로 시간을 늘리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계획으로 하나님께서 기쁘시게 쓰실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지금 행복하지 못하면 다음에도 행복할 수 없다.
주님, 오늘 하루도 헛되이 소비하지 않게 하시고 주께서 동행하시며 기뻐하시는 시간을 늘리며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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