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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실에 덩그러니

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90

김종훈 목사
오산교회

지난 며칠은 조금 일찍 출근한 탓에 목양실로 향하기 전, 먼저 대예배실에 앉아 좀 오래 머물렀다. 물론 나 외엔 아무도 없을 시간. 조명도 없고, 찬양대도 없고, 반주도 없고, 함께 예배하는 성도들도 없는, 적당히 어둑하고 심하게 고요한 그 큰 대예배실에 홀로 앉으니 새삼 느끼는 그 경건함에 마음이 푸근하다. 어쩌면 목사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익숙한 장소, 늘 설교하고 예배 인도하는 곳이건만 왠지 지난주는 참 다른 느낌이었다. 두 곳의 성전을 번갈아보아도 그랬다.


일단 그 분위기에 압도되니 찬양 한곡부터가 입에서 흐른다. “내 눈 주의 영광을 보네 우리 가운데 서신 주님 그 빛난 영광 온 하늘 덮고 그 찬송 온 땅 가득해~.” 그 흥얼거림을 따라 묵상과 읊조림을 반복하니 나중엔 “주의 영광 이곳에 가득해”란 후렴구만 남아 끝까지 반복된다. 마치 이사야가 보았던 성전의 영광도 이랬을까 싶었을 정도….그러면서 생각했다. 왜 하나님이 날 이곳에 이 아침에 앉히셨을까? 늘 앞에서만 성도를 바라보던 시선이 아닌, 앉아서 강단을 바라보게 하셨을까?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우선 며칠 전 한 집사님과의 대화부터 떠올랐다. 오후 내내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교제하며 느꼈던 마음. 우리 성도들은 목회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한 삶의 전투 현장에서 살고 계시다는 점, 교회에서 보는 평안한 모습이 절대로 전부가 아니라는 점, 훨씬 그들의 고민은 깊고 삶은 분주하다는 점, 그런 가운데에서도 주일날 전하는 말씀만은 어떻게든 붙들고 살아보려는 그 애씀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만남. 그 만남이 다시 생각나면서 그를 위해 먼저 기도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딱 들었다. 


그러고 나니 금세 내 마음은 다른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도 가 있었다. 어떤 이는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이는 뭘 만들고 있고, 어떤 이는 뭘 열심히 팔고 있고, 어떤 이는 운전대를 잡고 있고, 어떤 이는 고객을 만나고 있고, 어떤 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어떤 이는 회의 중이며, 어떤 이는 공부 중이고, 어떤 이는 상담 중이며, 어떤 이는 여행 중이며, 어떤 이는 뭔가 긴 차례를 기다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뭔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어떤 이는 중요한 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계신 모습들이 보였다.


어떤 이는 집안일 하느라 여념 없는 모습, 어떤 이는 군대에서 훈련 받느라 땀 흘리고, 병원에서 질병과 싸우느라 힘들어하시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예배실에 앉아서도 많은 심방을 다닐 수 있음에 놀랐다. 그러고 나니 짧은 기도도 이어졌다. “주님 저들과 오늘도 동행해 주시옵소서.” 그러고 나니 내 마음도 평안해져 비로소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또 하나 그렇게 대예배실에 덩그러니 있어보니 내 입보다 귀가 열리는 느낌도 있었다.


목회자는 어쩔 수없이 말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 듣는 일은 의외로 못한다. 그래서 요며칠은 조용히 들어만 보았다. 전하는 설교자는 없었지만, 세미한 가운데 주시는 그의 음성만을 기다렸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이 말씀 한 마디를 딱 내 마음에 주신다. “김 목사야. 고맙다.”
의외의 음성에 나도 놀랐다. 아무렴 내가 더 고마워도 고맙지, 하나님이 내게 고맙다시니 몸들 바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그 아침은 그 어떤 장황한 설교보다 하나님의 그 짧고 굵은 한 말씀이 내겐 힘이 되고 용기가 됐다. 그래서 나도 기도하고 일어섰다. ‘주님, 앞으로도 이 예배실이 저의 설교가 아닌 이런 하나님 음성을 더 듣는 곳 되게 해주세요.’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니 힘이 난다. 마음도 가볍고 은혜도 넘친다. 무엇보다 오늘도 이 하루를 삶의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성도들께 내가 할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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