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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쟁이 고무줄을 끼워드리며

백동의 새벽편지 - 22

김태용 목사
백동교회

주일 아침, 꼭 교회에 나오시라고 하면 이런 저런 핑계로 예배를 참석하지 못하는 할머니 한 분을 그날도 다시 방문했다. 거동이 불편하니 차를 운전해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집에 들어가며 “어머니”라고 불렀지만 기척이 없으시다. 차 소리가 나고 예배 갈 시간쯤 되면 화장실에 숨든지 바쁘다며 핑계를 대고 거절을 하신다.
그날도 아무런 소리가 없어 몇 번을 부르니 화장실에서 나오시며 “오늘은 고무줄이 끊어져서 못 가요.” 그러며 속옷을 보이신다. 보니 속옷에 고무줄이 끊어져서 다시 끼우고 계시다가 인기척이 나니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셨던 것이다.


적당한 옷핀이 없어 작고 낡은 옷핀에 고무줄을 끼워 옷 속에 넣으려고 하지만 눈도 어둡고 손도 어쭙잖은 연세에 옷핀에 손도 찔리시면서 애를 쓰고 계신 것이었다. “괜찮으시면 제가 해 드릴께요.” 말씀 드리니 “아니요. 내가 해야지 이까진 것 가지고 부탁드릴 수 있남요.” 하신다. 그러나 그 핑계에 교회 못 가겠다고 하시니 빼앗듯이 옷을 집어 들고 보니 옷핀이라고 작고 오래됐고 거기에 속옷도 바느질을 많이 해서 고무줄 구멍도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해드려야 핑계없이 교회에 따라 나설 것이고 예배시간도 임박하여 몇 번 핀에 손가락이 찔리기도 하고, 입으로 실밥을 뜯어 가면서 고무줄을 끼워 드렸다.


“아구 목사님이 이런걸 어떻게 아신데?” “잘 하시네” 그래도 어릴 적 어머니가 하시던 것을 본 것을 이렇게 써 먹을 줄 몰랐다. 고무줄과 씨름을 하다 보니 예배시간이 임박했다. “자, 됐지요? 일어나셔서 함께 갑시다”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차를 타고 교회로 모시고 오는 마음에 감사와 찬양이 나온다. 진도에 내려와 목회하며 양복을 입던, 일 복을 입던 주머니엔 사탕 몇 개씩을 넣어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길을 가다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신 어르신들을 만나면 인사를 드리고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힘내시고 건강하세요.”하며 건네드리고, 밭에서 일하시는 분이면 잠깐 내려 밭으로 들어가 작은 사탕 하나 껍질을 벗겨 입에 넣어 드리며 “수고하시고 건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눈다.


교회 주변은 초등학교마저 폐교하고 아이들이 전무하다. 노인 어르신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는데, 작년 말부터 근처 차로 몇 분 거리에 있는 마을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일을 맡겨 주셨다. 정원 29명의 아동들이 매일 저녁마다 학교를 마치고 들어와 함께 씨름도(?) 하고 저녁까지 먹고 집에까지 귀가시키는 일을 통해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원을 넘을 수 없어 받지 못한 대기 아동들이 가끔 들려 “언제 자리 나요?” 할 때마다 목사로서 ‘나 언제 천국 갈 수 있어요?’라는 소리로 들려 묵상해 본다. 갈 때야 순서가 없지만, 막상 시간적으로 준비해야 되는 분들에겐 고쟁이 고무줄을 끼워 드리면서까지 같이 가자고 애걸을 하는데, 이렇게 와서 만나고 싶어하는 어린 영혼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좋으신 하나님께 찬양이 저절로 나온다.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가 전체 70여명이 되는데 그 중에 29명을 돌보고 있다. 귀한 영혼들을 맡겨 주신 것에 감사하며 아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피아노도 가르치고 있다. 피아노학원 하나 없는 시골에 피아노를 배울 수 있어 부모들도 기뻐한다. 올 해 겨울방학에는 미국 체험학습과 어학연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벌써 몇 명 아동들의 부모들이 신청서를 냈다. 지역아동센터 아동뿐만 아니라 인원수가 제한되겠지만 적은 비용으로 개척교회나 미자립교회 청소년 자녀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넓은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무엇보다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계획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여건으로 하나님조차 왜소해 보이고 부정하고 방황할 수 있는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 어르신의 속옷 고무줄 끼워 드리며 전도하다 실망할까, 오고 싶어 순서를 기다리는 어린 영혼들을 붙여 주신 주님의 은혜에 어찌 찬양하지 않으며 감사하지 않겠는가? 주님,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하신 예수님처럼 일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끝까지 달려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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