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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93

김종훈 목사
오산교회

얼마 전 금요일과 주일은 좀 힘든 날이었다. 금요일 새벽, 새벽기도를 인도하려 나오려는데 갑자기 몸살 기운이 감돌면서 딱 쉬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 뭔가? 하지만 그 새벽, 갑자기 설교를 누군가에게 맡기기도 그래서 힘들지만 나가서 인도는 했는데, 그때부터 하루 종일 몸살기는 더 커져버렸다.


기도하면서 버텨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철야기도회 인도라도 누구한테 부탁할까 했지만, 그 역시 갑작스레 맡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오후 늦게 급히 내과를 찾았다. 주사 한방을 억지로 부탁을 하고는 약도 좀 세게 조제해 달라 부탁해 먹고는 철야기도회를 인도했다. 그래서인지 정신까지도 몽롱해져 그 기도회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없다. 술 취하면 필름 끊긴다더니 약에 취한 나도 그랬다.


하지만 프로(?)답게 애써 태연한 척은 했다. 물론 예민한 성도들은 눈치 채셨을 수 있다. “목사님이 다른 때보다 좀 힘들어 보이신다.” 그래서 철야기도회가 끝나기 무섭게 사택으로 돌아왔다. 아내와 딸아이는 아직 기도중이라는 문자를 받고는 “먼저 자겠다”며 누웠다. 그렇게 약 기운에 취하니 토요일 아침 늦게까지 잤다. 그러고 나니 신기방기, 몸은 한결 가벼워지더라.


그렇게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토요일 사역을 열심히 한 뒤, 사택으로 돌아가 주일을 위해 11시쯤 잠을 청했나?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몸살기는 가라앉았는데 웬일인지 이번엔 잠이 오질 않는다. 이리도 눕고 저리도 누워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없진 않았으나 그래도 새벽 1~2시께는 잠들었었는데, 그날은 그 시간도 훌쩍 넘겼다. 주일 아침엔 어김없이 5시30분에는 일어나야하는데, 큰일 났단 생각에 더 잠은 달아났다.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고, 기도조차도 먹히지 않았다. 그제야 비로소 불면증에 시달리는 몇 성도들 생각도 났다. 그들도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렇게 눈만 감은 채 한숨의 잠도 이루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정말 내겐 처음 있는 일. 그렇게 마침내 5시 30분, 알람소리는 들렸다. 정말이지 몸이 천근만근, 오죽하면 주일설교조차 맡기고 싶었을까? 하지만 그 역시 상황이 안 되니 억지로 몸을 일으켜 무겁기 한량없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샤워를 하고는 양복을 차려입고 교회를 향했다. 그래서인지 그날만큼 주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하나님 나 좀 살려 달라”고 간절히 붙들었다. 그렇게 또 난 여느 때와 똑같이 다섯 번의 주일설교를 다 소화했다. 하지만 그 설교를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혹 횡설수설은 안했을까 싶어, 교회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 금요일설교와 주일설교를 다시 들었다.  그렇게 내 설교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다시 보는데 참으로 신기방기. 놀랍게도 다소 피곤해 보이는 건 있었으나 여느 때와 다름없이 프로답게(?) 잘 소화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은혜가 넘침도 느꼈다.


솔직히 말해 딴 때보다 더 성령충만해 보였다. ‘아, 그래서 지난 금요일 밤 성도들의 기도소리가 유난히 컸었구나. 아, 그래서 지난주일 설교가 더 은혜로웠다는 평도 하셨구나’ 싶었다. 참으로 신기방기.
그래서 이 부족한 종은 또 깨닫는다. ‘역시 이 일은 내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성령께 의지하여 그 분의 힘으로만 하는 것이다. 몸살 나게 하시고, 잠 못들 게 하신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깨달음을 주시니 이 또한 감사하다. 신기방기할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몸살은 안 났으면 좋겠고, 잠은 잘 잤으면 좋겠다. 우리 교단 목사님들 모두 다 그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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