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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게 많은 목사

하늘붓 가는대로 -107

권혁봉 목사
한우리교회 원로

나는 어떤 작은 그리스도인의 모임에서 성경을 강해하고 있었다. 열심히 로마서를 강해하는데 모인 무리 중 한 사람이 자꾸만 의문의 꼬리가 이어진다면서 질문 소나기를 퍼부어재키질 않나. 나는 친절히 이것저것을 대충 대답해 주고 본 강해로 들어가려치면 “또”하고 질문을 해오는 것이었다.


가령 근친상간은 성경에 금하고 있는데 가인은 누구와 결혼했겠나요? 틀림없이 누이와 결혼하지 않았겠소? 하나님은 사람이 선악과를 따먹을 줄 아셨을까 모르셨을까요? 하나님이 아시고도 그냥 두셨다면 자비의 하나님이 아니라 무정한 하나님이 아니겠소? 이런 질문에 나는 성실히 대답해 주었지만 그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마침내 그는 금융관계에 있어서 노후문제를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문의해 왔다. 그의 질문은 복지문제였다. 그때 나는 일언지하에 “나는 모릅니다”라고 답하니 질문자는 어이없다는 듯이 목사가 이런 것쯤 카운셀링해 주지 않느냐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나는 또 말했다.
“나는 성경 밖에는 아는 것이 없어요.” 그는 아주 많이 실망하는 듯 보였다.


설교자는 만문만답(萬問萬答)을 지닌 자가 아니다. 세상살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예수님이 일찍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10:16)


세상은 이리떼요 제자들은 순한 양이라고 했는데 순한 양이 억지로 이리떼가 되려고 할 때 우스꽝스럽게 된다. 이미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정체를 알고 있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대로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그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요8:44) 그리스도인은 어느 쪽에는 아주 무지하고 그 반대쪽에는 아주 유식한 사람들이다. 그까짓 문학세계를 모른다고 부족한 사람이랴. 그까짓 정치세계를 모른다고 무식한 사람이랴.


강단에 선 목회자가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말이 많은 것이 오늘날 문제로다. 핵심 성경만 알고 그것만 잘 제시해주면 될 것인데 무슨 잡소리를 내고 있느냐 말이다. 강단이 소음의 발원지같이 느껴진다.
노자 도덕경에는 배움은 더 복잡하게 만들고 믿으면(도를 하면) 단순해진다고 했다(爲學日益 爲道日損. 老子 48장).


본인은 성경에서 말하는 “율법과 복음”을 80평생 외치는 목사인데 최근에 모 출판사에서 이에 관한 큰 책을 냈기에 구입해서 서문과 목차를 보고선 아예 덮어버리고 말았다.
무례하다고? 이 저자는 몇몇 국내외 유명한 학자들의 율법과 복음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고 그것들을 서로 비교, 검토, 비평하는 것이었다. 성경 밖에서 말하는 율법과 복음에 관한 설명엔 좀 무지해버리고 대신 단순한 성경 이야기에 푹 잠기면 마음 편할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런 책을 언필칭 논문이고 학술이라고 하겠지만 하나님은 자기 말씀의 학문화(學問化)를 원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지라. 어떤 무지도 때로는 미덕이다. 그래서 모르는 게 많은 목사가 경건한 목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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