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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가지고 뭘 그렇게 요란스럽게 구느냐

하늘붓 가는대로 -109

권혁봉 목사
한우리교회 원로

한 평생을 살아온 시니어(Senior)들에게는 한국의 어제와 오늘은 마치 지옥과 천국을 방불케 하는 느낌을 지닌다. 노년들이 피차 만나면 조국의 발전상에 그저 감격해서 노년들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서 감탄하고 지금의 젊은이가 바통을 잘 받아서 달리고 있다는 현실감에 만족한다. 그리고 언필칭 “세상 많이 변했구나”라고 하루에도 몇 번 씩 토로한다.


가령 스포츠 세계를 한정해 놓고 보자.
도대체 골프가 뭔가?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스포츠인가? 지독히 가난했던 노년 십대 때 야산에서 소를 먹이다가 귀가할 즈음이면 막대기자로 토막 막대기를 멀리 쳐 내는 놀이를 했다. 힘껏 쳐서 토막 막대기가 멀리 멀리 던져지면 그날 저녁엔 보리밥이라도 먹겠다고 기뻐하고, 거꾸로 이놈의 토막 막대기가 멀리 못가고 가까이 떨어지면 그날 저녁엔 틀림없이 죽그릇이 안겨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막대기치기 놀이를 한 우리들은 지금 골프의 선구자요 선조다. 호화로운 잔디밭이 아니라 자연 야산에서 토막 막대기를 던진 것이 골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학설(?)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 땅의 노년들의 이야기임은 물론이다.


그럼 축구란 무엇인가? 지금 세계는 축구 스포츠가 우상이 되고 있지 않는가? 호날두 몸값이 1조 3200억이고 메시는 3920억, 네이마르는 2930억 등 유럽 축구 “바이아웃”(buyout)은 턱없이 높고 높다. 그런데 22명이 90분 동안 공 하나 갖고 뛰어다니는 놀이가 축구인데 이것에 인생을 담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노년은 옛날 잔치집에서 도륙한 돼지 오줌통에 바람을 넣어 골목에서 차던 것이 축구 스포츠의 원조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년들의 생각일 뿐이다.


또 농구란 무엇인가? 그 원형은 큰 나뭇가지에 돌덩이를 넣는 행위였다. 높이뛰기란 뭔가? 소년들의 장대높이뛰기 놀음이었다. 장애물 경기란 무엇인가? 목동 아이들이 바위 건너뛰기 달림 놀이이다. 역도란 무엇인가? 소년들이 바위 들어올리기 내기이다. 여기서 누가 큰 바위를 들어 올리느냐에 따라 업어주기 내기를 했었다.


요사이 권투에 재미를 잃은 사람들이 격투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스포츠 돈벌이 하는 자가 두 사람을 링 위에서 선혈이 낭자하게 피의 링을 만드는 잔인한 싸움을 붙여놓고 사람들이 즐기도록 한다. 그러나 옛날 어른들이 동네의 작은 아이들을 불러놓고 힘자랑 내기로 씨름을 붙이다가 싸움꼴이 됐고 우는 아이 웃는 아이에게 엽전을 주는 순전히 귀여운 놀이였는데 지금은 어른의 격투기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격투기 시조는 골목아이의 힘자랑이었다.


무릇 짐승도 놀이를 한다. 사람은 물론 놀이하고 그것이 오락으로 발전하고 마침내 그것이 스포츠가 되고 그것이 명예와 부를 낳는 사업으로 끝맺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그런데 지금 대단하게 여겨지는 그것들도 그 원형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뭘 그리 요란스럽게 구느냐이다. 모든 것이 지나가는 허(虛)이다. 거기엔 혼(魂)이 없다. 혼이 업는 것들은 피(皮)뿐이다. 이런 인위적 허상(虛像)말고 참으로 그것이 최고야 하고 붙잡을 사람들의 일들이 없을까. 영원하고 참으로 귀중한 하늘 일들은 없을까. 거기 영원한 생명이 깃들 값나가는 그런 일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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