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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밥의 묵상 1-17

정길조 목사
천안참사랑교회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룻기1:16~17)


2012년도 3월의 일입니다. 저희 아들이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저에게 다가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버지 저 결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너무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한 나머지 배우자가 될 여자아이에 대하여 궁금한 몇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첫 질문은 “신앙생활은 하겠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안 합니다” 였습니다.  이 아이는 저희집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며, 신학교까지 나온 녀석인데 불신자 며느리를 데리고 들어오겠다는 황당한 결정에 저희 부부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람 생각이 앞서기보다는 하나님 뜻을 구하는 눈과 귀를 열어놓고 깊은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얼마나 좋으면 그런 아이랑 결혼하고 싶어 할까?” 싶어 “그럼 한번 데리고 와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 아침, 그것도 9시에 데리고 왔습니다. 함께 온 여자 친구에게 제일 먼저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 혹시 조용기 목사님 아니?” 답은 “모르겠는데요” “그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아니?” 그에 대한 답변 역시 “모르겠는데요”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던 저는 속으로 “아니 생짜도 생짜 나름이지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목사와 교회도 모른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조건부를 걸었습니다.
“네가 결혼하기 위해서는 예수를 믿을 뿐 아니라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 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성경공부에 들어갔습니다.


일주일에 성경공부 한 번, 숙제는 창세기부터 매일 3장씩 일주일에 21장 읽기, 그리고 매일 기도하기(처음에는 5분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30분으로 올라갔습니다).
3개월이 지났습니다. 예비 며느리가 성령으로 거듭났습니다. 일주일에 성경을 21장씩 읽어오던 아이가 성령을 받으니 그때부터는 가속도가 붙어서 어느새 신약성경까지 스스로 독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물어봤습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어느 구절이 네 마음에 제일 와닿니?”라는 질문에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마20:16)는 구절이 제일 마음에 와닿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이 저에게는 “모태 신앙으로 자란 저희 아들을 제치겠다”는 야심찬 거룩한 열정의 소리로 들려 왔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결혼 날짜를 잡아 그해 10월 3일, 저희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그때 며느리는 “두 아버지가 생겨서 좋아요”라는 결혼 소감을 얘기하며 정식으로 저희 가정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그 후 저는 며느리를 볼 때마다 얼마나 예쁘고, 귀엽던지 그 어떤 사람보다도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무엇보다도 신앙을 세워 주는데 혼신을 다했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부터 “룻기서”가 새롭게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저는 ‘이방 여인인 룻이 엘리멜렉 가정에 시집가서 10년도 채 함께 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토록 믿음이 좋았을까?’하는 의문이 늘 제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 며느리를 맞이해보니 룻 역시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정에 시집가서 시부모한테 하나님 말씀을 철저히 교육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엘리멜렉 가정이 그때 당시 모압 지역에 거주하게 된 이유는 베들레헴에 기근이 심하여 믿음보단 육신을 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즉, 하나님의 뜻을 벗어난 삶의 결말은 더 큰 환란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던 룻은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 순종해야 함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복을 받는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을 것입니다. 룻이 시어머니인 나오미가 과부고 늙고, 가난하고, 자신의 삶에 유익하기보다는 짐이 됨을 왜 몰랐겠습니까? 그리할지라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쫓아갈 때는 힘들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낯선 이국땅으로의 이주는 대단한 모험이 필요했겠지만 그의 믿음이 이와 같은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게 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 후 룻은 생의 밑바닥과 같은 삶의 자리에서 보아스라는 부자를 만나 결혼하여 잘 살게 됐고, 나중에는 증손자인 다윗 왕이 탄생하는 놀라운 하나님의 축복을 받게 됐습니다.
“선을 행하는 각 사람에게는 영광과 존귀와 평강이 있으리니…”(롬2:10)
저는 여기에서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룻의 이러한 믿음이 고작 10년 안에 이뤄졌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우리들도 비록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기간 안에 룻과 같이 크고, 강한 믿음을 키워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늘 희망찬 앞날을 설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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