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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에게 물렸으나

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한명국 목사
예사랑교회

1964년 신대원에 입학해 여름방학 동안 고향집에 가지 아니하고 계속 첫 목회지인 도안교회를 돌보기 위해 하숙집을 구했다. 인자한 할머니는 둘째 아들, 교회에 나오지 않는 박현매 고등학생과 방을 같이 쓰게 했다.
9월 개학 후 오솔길을 따라 교회당으로 올라가는데 오른쪽 발목이 큰 가시에 찔렸다. “따끔”거리며 아팠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예배를 인도하는데 계속 발목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가리토시(멍울)가 생겨 절름거리며 예배 후 내려와 나는 우선 할머니에게 보였더니 “이거 큰일 났시유, 뱀에게 물렸구먼유!”하고 들기름 병을 갖고 와 발라주면서 빨리 유성으로 연락해  대전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으나 나는 절대로 아무에게도 입 벙긋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다.


월요일 아침 학교를 가려는데 발목이 부어올랐고, 색깔이 불고 누렇고 푸른색으로 뱀처럼 얼룩덜룩했다. 기숙사 동방인인 최한원 전도사는 사감 김 집사에게 얘기했고 나는 할 수 없이 목동병원으로 따라갔다. 의사는 뱀에게 물린 것이 확실하니 재빨리 치료해야지 그냥 두면 다리를 끊어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미 나았는데, 사람 겁주는구나” 하고 재빨리 도망쳐 올라와 다리를 절름거리면서 수업을 했다.
수요일 저녁은 도저히 도안교회에 갈 수 없어서 최재선 전도사를 내 대신 보내고 교인들에게 안심시키기 위해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전했다.


저녁에 잠자기 전에 부어오른 다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릎 밑 아랫다리까지 검푸른 남색으로 변하고 발등과 발가락이 크게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나는 놀라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정말 이러다가 광신자가 되지 않을까? 다리를 끊어 절름발이로 작대기를 집고 목회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나는 이미 주일에 아래의 주님의 말씀으로 다 나은 줄 4일간 계속 의심 없이 기도하고 담대히 아래의 말씀을 믿어 왔다.


“우리가 믿음으로 행하고 보는 것으로 하지 아니함 이로라”(고후5:7)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으며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세를 주었으니 너희를 해할 자가 결단코 없으리라”(눅10:19)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으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막16:17~18)


여기서 바울 사도가 멜리대에서 독사가 손을 물고 달렸으나  “그 짐승을 불에 떨어 버리매 조금도 상함이 없더라”(행28:5)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놋뱀을 쳐다보고 불뱀에게 물린 자들이 다 나음을 받았는데, “나는 그래도 명색이 예수 그리스도의 보내 피로 구속받은 목회자, 주님의 종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나을 것을 철석같이 믿어 왔는데, 이제 이 꼴이 무엇인가? 안 그래도 고개를 흔들며 다른 신학생들이 날 보고 “저러다가 큰일 나겠는데….” 등으로 걱정도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 주성범 교수는 “한 선생이 그렇게 믿으니 나도 나은 줄 믿는다”고 편들기도 했다.
전에는 주님께서 늘 머리위에 가까이 계신 것 같아 침상에 드러누워 “주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지금 잠 잘 자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하고 이렇게 기도했는데 그날 저녁은 도저히 그렇게 드러누워 기도할 수 없었다.


나는 침대 옆에 꿇어앉아서 오늘 밤 사이에 기적적으로 고쳐 달라고 정말 간전하게 기도했다. “엘리야는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이로되 그가 비가 오지 낳기를 간절히 기도한즉 삼 년 육개월 동안 땅에 비가 오지 아니하고 다시 기도하니 하늘이 비를 주고 땅이 열매를 맺었느니라”(약5:17~18)는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엘리야는 결코 아니지만 엘리야도 나와 성정이 같은 인간이었고 다른 점이 있다면 “간절히 기도”했다는 것이라. 나도 간절히,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1학년이었지만 기숙사 교도부장을 하라고 해서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종을 쳐서 신학생들이 새벽기도하게 깨우는 일을 철저하고 즐겁게 했다. 그날도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세면장에서 세수하고 발을 씻는데, 이게 웬일인가! 뱀에 물린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의 발이 똑같이 되어 있지 않은가! 나는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계속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감사를 드렸다.


세면장에 온 다른 신학생들이 쳐다보며 수근거렸다. “한 전도사가 갑자기 미친놈이 되어 버렸네!” 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나는 중단하고 ‘내가 5일전에 말씀 따라 기도하여 이미 나은 줄을 믿었지 않았는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막21:22) 또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막11:24)고 예수님의 말씀을 믿은 대로 됐는데, 이제 와서 ‘할렐루야’ 할 것이 뭐 있느냐는 생각에 “할렐루야 취소! 할렐루야 취소!”라고 외쳤다가 또 다시 생각하니 ‘할렐루야는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것인데 좋고 기쁜 일에 취소 할 것 뭐 있노’ 그래서 “할렐루야 취소를 취소!” 라고 외쳤다. 정말 미쳤는지 나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번은 동리의 불신자 어른들이 “예수 선상, 예수 선상!” 하고 불러서 갔더니 “뱀에게 물려도 끄떡없으니 이제 ‘전도사’ 일은 접어두고 ”땅꾼“ 노릇하면 돈 많이 벌겠슈!”라고 놀라면서 빈정대는 듯 말했다. 돌이켜 보면,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고 밀어붙인 무모한 일이었으나 지역사회와 교회에는 좋은 영향을 주었다.
10개월 후 1965년 첫 주에 계산해 보니, 8명 교인이 80명으로 늘어났고, 주일학생은 20명에서 120명이 됐고 헌금은 50원에서 500원으로 늘어났으며, 동리의 훼방꾼 핍박자들 여러 명이 돌아서서 교회에 나오기도 했다.


교회가 성령의 역사로 평안할 때에 군복무를 위해 떠나게 됐다.

그날 교회당은 울음소리로 높았고, 20여명 교인들은 유성까지 마중을 나와 사진까지 찍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41:10)
나에게 매주일 점심과 저녁을 공궤한 박성식, 진식, 성순의 어머니가 치유함으로 더욱 교회는 부흥됐다.


3일 일하면 4일은 방에 눕고, 4일 일하면 3일 안방 신세가 되는 병으로 송아지를 팔아 신약과 한약의 치료로 낫지 않아 용문산 기도원에 3개월 예배하고 안수 받았으나 낫지 않은 고통중인 여인이 한 달간 갈 때마다 식사 대접받고 기도해 주었더니 감쪽같이 나아서 동리에 소문으로 새신자들이 나오는 계기가 된 것과 함께 저의 성경의 “따르는 표적”으로 주님께 영광이요 교회엔 활기가 넘치게 됐다.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며 저가 두루 다니시며 착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자를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행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