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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家族)

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96



김종훈 목사
오산교회

나와 아내 그리고 둘째 딸, 이렇게 세 사람은 한동안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큰 딸과 헤어진 뒤 30분은 족히 그랬던 것 같다. 난 그저 앞만 보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향해 운전만 할 뿐이었고, 아내와 둘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창밖 경치만 구경할 뿐이었다. 물론 이는 지난 두주간의 반가운 가족 해후(邂逅)에 깊은 정이 들어서이다.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저 재밌게만 떠들며 지내다 갑자기 또 가족 중 하나를 타국에 홀로 두고 와야 하는 미처 준비되지 못한 이별의 아쉬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서이다. 게다가 갑자기 자기만 남겨둔 채 세 명의 가족을 한꺼번에 보내야 하는 처지가 너무 황망하여 참았던 울음보를 그냥 터뜨리고야만 큰 딸의 역력한 허전함도 매몰차게 두고 와야 했음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 전 미국에서 있었던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물론 “뭘 그 정도 이별 가지고 그러시나, 더 큰 이별의 아픔도 있는데….”라 여기실 분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쉽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어느 가족이든 타인이 알 수 없는 그 가족만의 역동과 말 못할 사연이 다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 가지 생각이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들었다. 첫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았던 울음보를 여과 없이 터뜨릴 수 있는 가족이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가’이다. 부모가 몰라서 그렇지 그 아이도 마음껏 울고 싶을 때가 있었을 게다. 억울해서 울고, 힘없어서 울고, 힘들어서 울고, 도와줄 사람 없어 울고, 외로워서 울고, 의논할 사람 없어 울고, 짐 날라줄 사람 없어 울고, 차 태워줄 사람 없어 울고, 스트레스 풀 대상 없어 울고, 먹고 싶은 음식 못 먹어 울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울면 더 서글퍼지니 안 그런 척하며 참고만 살았을 아이. 운다고 누가 받아줄 이도 없기에 그냥 삼키는 것에만 익숙해졌을 아이. 그래서 그것이 더 스트레스가 되고, 병이 되었을 아이.
모름지기 사람에겐 이따금 감정의 배설도 필요할 때가 있는데, 각양의 감정 섭취에는 소화시킬 수 있는 감정도 있지만, 배설해 내보내야할 감정도 있는데 억지로 안 되는 소화만 시키려 했으니, 가뜩이나 홀로 헤쳐 나갈 일도 많고 져야 할 짐도 많은 아이가 어디 울 곳조차도 없었을 테니 꽤나 힘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랜만에 가족 품에 안겨 잠시라도 엉엉 우는 그 아이를 굳이 달래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배설의 시원함을 경험하게 하였다. 누가 뭐래도 가족은 세상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감정배설소임을 알기 때문이다. 


둘째, 사람은 누구나 ‘마음 통장’이란 걸 갖고 있다는 것이다. 돈 통장만이 아닌 마음 통장, 그 잔고 또한 풍성해야 한다는 것, 그게 부족하면 돈 통장 부족한 것만큼이나 힘들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 ‘마음 통장’은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이번에 보니 세 가지 정도는 있어야 되겠더라. 하나는 보호자, 하나는 공급자, 또 하나는 친구. 달리 말하면 날 지켜줄 사람, 날 채워줄 사람, 나랑 장난칠 사람.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나는 딸아이의 보호자 역할을, 아내는 공급자 역할을, 동생은 친구 역할을 해준 셈이다. 덕분에 딸아이의 그간 바닥난 마음 통장도 좀 채워지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가족은 이래저래 소중한 공동체인가 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떨까? 교회 역시 하나님의 가족 아닌가?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또 하나의 공동체. 찬송과 기도로 묵었던 감정도 시원하게 배설하고, 말씀의 공급도 받으며, 성도 간 지지와 섬김을 통해 빈 마음 통장도 채우는 공동체. 그 공동체가 바로 우리 교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이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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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에 응답하는 목회자 자녀로 나아가자’
침례교다음세대부흥위원회(위원장 이종성 총회장, 사무총장 안동찬 목사)는 지난 1월 8~10일 한국침례신학대학교(총장 피영민)에서 2024 목회자 자녀(PK&MK) 영성수련회를 가졌다. 200여 명의 목회자 자녀가 함께 한 이번 수련회는 “부르심에 응답하라”란 제목으로 2박 3일간 말씀과 기도, 나눔과 결단의 시간을 가졌다. 개회예배는 목회자 자녀들로 구성된 찬양팀의 찬양으로 정지선 자매가 기도하고 총회 청소년부장 박요한 목사가 성경봉독을, 홍지훈 형제가 ‘축복하노라’를 특송한 뒤, 이종성 총회장이 “하나님의 자녀”(요 1:12)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종성 총회장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은 목회자의 자녀는 고민과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여러분들이 대견스럽다”며 “이번 영성수련회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나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법인 한국침례신학원 이사장 이은미 목사(광천)의 격려사에 이어 다음세대부흥위원회 사무총장 안동찬 목사(새중앙)가 내빈을 소개하고 총회 전 총무 조원희 목사(신전)가 인사하고 한국침례신학대학교 피영민 총장이 축복하고 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