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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를 위한 더욱 깊이있는 구약 설교의 세계

<서평>


구약 설교, 어떻게 할 것인가
┃대니얼 블록, 트렘퍼 롱맨 III세 외 6인 지음 ┃차준희 옮김┃462쪽┃26000원┃새물결플러스


주변에 설교 좀 한다하는 분들 중에도 구약을 구석구석 골고루 설교해봤다는 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만난다 하더라도, 흔히 말하는 은혜로운 영적인 설교 말고, 본문에 충실한 설교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나도 설교 사역을 20년 넘게 하고 있지만, 구약 본문을 구석구석 충실하게 설교했다고 자부하기는 힘들다. 


분명히 신학교에서 해석학도 배우고, 설교학도 배웠지만, 구약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본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수십 년을 설교해야 할 사람들이 구약을 대부분 손이 가지 않는 곳으로 남겨둔다는 건,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보기 드물게 잘 된 책이다. 유명한 구약 학자 열 세 명이 주요 장르와 본문과 주제별로 하나 씩 맡아서 구약 본문을 설교까지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이 모든 걸 다 설명해주지 않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이 구약을 설교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책이 아주 친절한 것은 아니다. 어떤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사실 저자들이 유명한 구약학자들이다보니, 현장에서 어떻게 설교해야 하는지를 놓고 씨름하는 목회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더 친절하고, 더 자세한 책을 내놓으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는 설교자들의 책임이 더 커 보인다. 본문이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히 주어진 현실이고, 그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책임은 오롯이 설교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일부러라도 목회자들이 어려운 책을 집어 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을 읽을 목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읽고 반드시 각 주제별로 더 자세하고 발전된 책을 찾아서 읽어보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책 각 장별로 더 읽어야 할 추천도서들이 있지만, 다들 번역되지 않은 책들뿐이라는 점이다.


역자나 출판사에서 이 책을 편집할 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 말고, 우리말로 번역된 책들 중에 읽을 만한 책들을 알려주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에 비해서 찾아서 읽을 만한 책들이 아주 많아졌다. 목회자들이 조금만 수고한다면 얼마든지 찾아서 읽을 수 있다.


어떤 분들은 이 책을 보면서, 예전에 두란노 출판사에서 내놓은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시리즈를 떠올리실 수도 있다. 몇 가지 비교하자면, 두란노에서 나온 시리즈에는 표절로 문제가 된 책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지 않다. 내용면에서도 두란노 시리즈는 책별로 개요와 설교 예시를 제공해주고 있어서 실용적인 면이 강하지만, 이 책은 각 장르별로 혹은 주제별로 설교자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신학적 맥락을 짚어 주고 있어서, 설교자들이 더 깊은 구약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책의 일관성 면에서도 이 책이 더 훌륭하다. 두란노 시리즈는 여러 저자가 참여해서 책 한 권을 나누어서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은 한 사람의 저자가 한 가지 주제를 책임지고 있어서 훨씬 내용이 일관되고 튼실하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 하나는 열 세 명의 학자들이 내러티브 플롯, 내러티브 등장인물, 율법, 탄원시, 찬양시, 지혜문학, 아가서, 이사야, 에스겔, 묵시문학, 소예언서, 어려운 본문, 구약의 그리스도라는 각각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틀에 박힌 형식이 없다.


이 열 세 명의 학자들이 모두 세계적인 수준의 학자들이니만큼 자기 나름대로 제안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텐데, 이 책의 편집자가 그 장점들을 획일화시키지 않고, 풀어 놓았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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