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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상담의 윤리-비밀유지(1)

상담과 치유-40

심연희 사모
RTP지구촌교회(미주)

상담사로서 매년 자격증 재발급을 위해 들어야 하는 과목 중 하나가 윤리학(ethics)이다.
상담을 하면서 옳고 그른 것도 구분을 못해서 매년 수업을 반복해야 하는가, 이 재미없는 과목을 굳이 또 들어야 하는가 투덜대기도 한다. 하지만 해를 거듭해 갈수록 윤리적 삶의 강조가 상담과 사역에 얼마나 중요한지 통감하곤 한다. 아주 약간의 판단 착오가 내담자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고, 잠깐의 느슨함이 법정 싸움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담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목회자에게도 마찬가지의 윤리 강령이 적용된다. 돕고자 하는 선한 의도로 시작된 상담이 자칫하면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기본윤리는 물론 성경이 기준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주님 앞에 어떤 모습이 바른가는 우리를 디자인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가장 정확한 기준을 제공한다.


그래서 윤리학은 이미 말씀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상담의 윤리강령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법률적인 틀을 제공한다. 상담의 윤리학에서 가장 강조되는 원리 중 하나는 비밀유지(confidentiality)의 원칙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비밀유지원칙은 상담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결코 쉽지 않은 원칙다. 내담자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은 어느 누구에게도 나에게 상담을 받으러 왔었다는 사실조차 알릴 수 없다. 강의나 설교, 교재에서 예로 사용되는 사례조차 내담자의 허락이 있는 경우에만, 내담자의 개인적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한도에서 가능하다.


경찰이나 변호사가 전화를 해도 먼저 내담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그들과 통화할 수 있다. 비밀유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자격증을 뺏기는 것은 물론 법적 소송까지 각오해야 한다.
흔히 한인들을 위한 실제적 상담은 전문상담기관이 아니라 가족, 친구, 교회에서 가장 많이 이뤄진다. 목회자만 아니라 사모, 소그룹 리더, 주일학교 선생님, 여선교회 회장 등의 리더십들을 통해 교회 내에서의 상담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끊임없이 이뤄진다.


전문적 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비밀유지의 원칙을 소홀히 생각할 수 있다. 기도 제목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상담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우리 모두에게 비밀유지의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 비밀유지는 상담을 요청한 사람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인 것이다. 내담자와 신뢰를 형성하는 기본 바탕이다. 그리고 상담자 스스로 보호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밀유지는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10대 청소년이 찾아와 낙태를 하겠다고 의논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의 리더가 찾아와서 바람을 피고 있다고 고백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소그룹 중 한 사람이 불법적인 마약을 상시 복용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남편에게 계속 맞고 폭언을 듣는다는 여성은 어떻게 도와야 할까? 친한 교인이 찾아와 죽고 싶다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