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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복음서 구원론 : 하나님의 나라(천국-3)

김광수 특임교수 / 한국침신대 신학과

필자는 지난 호에서 하나님의 나라/천국의 본질적인 의미에 관하여 지난 세기에 이루어진 학자들의 연구를 살펴봤다. 20세기가 시작하면서 일부 학자들은 하나님의 나라/천국을 묵시적 개념으로 이해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예언자들을 통한 하나님의 예언과 약속의 성취로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구원/심판하시는 주권적 권능의 행동이라는 것과 그 나라의 도래는 매우 임박해 있지만 그러나 그것의 실현은 아직은 미래적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다가 다드라는 학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의 시제에 관한 연구와 비유 연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이미 시작되었으며 하나님의 백성의 현실의 실재가 되고 있다는 것과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해하는 틀을 미래에서 현재로 옮겨와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드의 연구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나라/천국은 이미 아직 아니의 틀 곧 이미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완성과 완결은 아니다라는 틀에서 이해하는 관점이 이뤄졌다. 이번 호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천국의 이해에 있어서 구약 성경의 배경과 중간기 유대교의 배경을 알아보려고 한다. 예수님의 교훈들은 기본적으로 구약 성경의 말씀들과 그것들에 대한 유대인들의 해석과 적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나라하면 흔히 나라의 삼대 요소인 영토, 국민, 주권을 생각한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나라는 헬라어로 바실레이아인데, 이것은 말쿠트라는 아람에 상응하는 단어였다.

마태가 자주 사용한 어구인 천국하늘들의 나라는 아람어 어구인 말쿠트 샤마임의 헬라어 번역이다. 아람어 말쿠트왕권, 왕의 통치, 통치, 주권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의 나라라는 문자적인 어구가 직접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구약 성경 전체를 통해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왕으로서 통치하신다라는 하나님의 통치 사상의 형태로 하나님의 나라가 제시되어 있다.

 

출애굽기15:18에는 여호와께서 영원무궁하시도록 다스리시도다/여호와의 다르심이 영원무궁하리도다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구절의 아람어역(탈굼)에는 그의 말쿠트가 영원히 설 것이다라고 번역되어 있다. 아람어 말쿠트나라혹은 왕국이라는 추상 명사를 뜻하기 보다는 일차적으로 왕으로서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행동”(God’s Action)을 가리킨다.

 

구약 성경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언급되거나 이스라엘을 위한 하나님의 놀라운 행동을 언급하는 구절들에서 하나님의 나라 사상이 표현되었다. 출애굽기 15:11~13에는 하나님이 왕으로서 이스라엘을 다스린다는 사실이 출애굽 때 하나님이 행하신 위대한 일들을 통하여 표현됐다: “여호와여 신 중에 주와 같은 자 누구니이까 주와 같이 거룩함에 영광스러우며 찬송할 만한 위엄이 있으며 기이한 일을 행하는 자가 누구니이까? 주께서 오른손을 드신즉 땅이 그들을 삼켰나이다. 주의 인자하심으로 주께서 구속하신 백성을 은혜로 인도하시되 주의 힘으로 그들을 주의 성결한 처소에 들어가게 하시나이다.”

 

시편145:11~13에는 주의 나라주의 권능과 당신의 권능의 행동들과 병행하여 제시됐다: “그들이 주의 나라의 영광을 말하며 주의 업적을 일러서 주의 업적과 주의 나라의 위엄 있는 영광을 인생들에게 알게 하리이다. 주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이니 주의 통치는 대대에 이르리이다.”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에서 기이하고 놀라운 일로 표현되는 하나님의 권능의 나타남이다. 하나님이 그의 위대한 행동(구원 행동/통치행동)을 통해 왕이 되시는 그런 통치 행동을 가리킨다.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는 일차적으로 지역이나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며 하나님의 통치나 왕권을 나타내는 추상적 개념도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행동을 나타내는 어구로서 하나님이 왕으로서 그의 행동을 나타내시고 표현하시는 동적인 개념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행사하시는 놀라운 권능과 위대한 행동(특히 구원하시는 행동)에 의하여 특징지어지는 어구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다스리는 어떤 영역이나 장소 이전에, 하나님의 구원하시고 통치하시는 행동을 가리키는 역동적인 개념이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범죄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예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영원히 버리지는 아니하시고, 때가 되면 그들을 포로됨에서 해방과 자유 그리고 치유와 회복을 주실 것을 예언했다. 하나님의 정한 때에 이루어질 구원에 관한 예언자들의 교훈에서 종말론적인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가 처음 발견된다.

 

예수님이 전파한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그 예언자들이 예언했던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였다. 그들은 자기 백성의 구원을 위하여 결정적 사건이 될 하나님의 미래적(종말론적) 활동을 예언한 것이다.

하나님의 이 미래적이고 결정적인 활동은 그가 과거에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행동하신 활동들과 같은 용어들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이 활동은 결정적이고 마지막이며 완전한 활동이 될것이기에 종말론적 활동이다.

 

이사야는 새로운 혹은 종말론적 출애굽을 예언했다. 예레미야는 새로운 혹은 종말론적 계약을 예언했다(31:31~34). 에스겔은 새로운 혹은 종말론적 백성의 부활과 종말론적 성전의 재건을 예언했다. 소예언서들에서도 유사하게 주님의 날에 이루어질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이 예언되어 있다(2:12~13; 4:1~7; 3:14~20; 21 ). 다니엘은 특히 공생애의 예수님이 자기를 가리킬 때 사용했던 인자와 관련된 하나님의 종말론적 역사를 다음과 같이 예언하기도 했다: “내가 또 밤 이상 중에 보았는데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자에게 나아와 그 앞에 인도되매 그에게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주고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각 방언하는 자들로 그를 섬기게 하였으니 그 권세는 영원한 권세라 옮기지 아니할 것이요 그의 나라는 폐하지 아니할 것이니라”(7:13~14).

 

하나님의 마지막 그리고 결정적 행동으로서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 개념이 예언자들에게서 시작됐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런 결정적 행동 속에서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방문하시고 그들을 구원하시어 그들에게 자기가 왕이신 것을 나타내시는 그런 활동을 가리킨다. 이러한 예언자들의 교훈의 영향을 받아 후대의 유대인들은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와 관련된 각종 묘사들과 개념들을 발전시켰다.

 

특히 묵시문학을 통해 세상의 변형, 역사의 종말, 죽은 자의 부활과 같은 하나님의 마지막 활동에 관해 표현했다.

하나님의 나라가 담고 있는 핵심적 사상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위하여 실행하시는 결정적인 구원 행동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셨다는 것은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자기 백성을 방문하여 구속하시는 하나님의 마지막 그리고 결정적 행동에 관한 복음을 전파하셨다는 것을 말한다.

 

예수님 시대에 유대인들이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다. ‘카디쉬라는 일세기 유대인의 기도서는 일상적인 회당 예배에서 사용되었는데, 그 기도서에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당신의 나라가 임하옵시며라는 주기도문과 매우 흡사한 구절이 나온다.

주기도문은 유대교의 기도서보다 훨씬 간략하다.

 

주기도문에서는 유대교 기도서의 삼인칭 대명사가 이인칭의 개인적 관계의 말로 표현됐다: 유대교 기도서(“하나님이 그의 나라를 이룩하게 하소서”)와 주기도문(“당신의 나라가 임하게 하옵시며”). 전자는 일세기 유대교의 일반적인 표현이며 후자는 예수님의 특별한 표현이다.

 

전자는 나라를 이룩하게 하여 주소서라는 기원이며 후자는 나라가 임하게 하여 주소서라는 기원이다. “나라를 확립하게 해달라는 것은 인간의 노력을 강조하는 반면, “나라가 임하게 해달라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의 역사를 부각시키는 점에서 매우 다른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유대교 문헌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관련하여 사용된 동사는 한결같이 확립하다’/‘이룩하다이다. ‘오다’(임하다)는 동사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반면에 예수님의 경우에는 하나님의 나라에 관하여 대부분 오다라는 동사를 사용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확립한다혹은 이룩한다는 표현을 전혀하지 않았다. 다른 유대교 기도서와 묵시문헌들에서도 나라가 나타난다,” “하나님이 그의 나라를 일으킨다,” “주님이 나타난다,” 그리고 하늘의 주가 그의 보좌에서 일어나신다라고 표현되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와 관련하여 오직 오다/들어가다, 주다/받다라는 동사들을 사용하셨으며 유대교 문헌들에서 사용된 동사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셨다.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노력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자신의 활동에 의해 오는 것이며 주어지는 주권적인 은혜의 역사라는 것을 강조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