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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철학의 정점: 신앙과 이성의 조화 – 1

 

성경에서 신앙과 이성의 관계가 문제시되는 부분은 사도행전에 잘 드러나 있다. 바울이 아덴에 전도하러 갔을 때 바울이 아덴에서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철학자들과 만나 최초로 쟁론하는 장면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바울이 아덴에서 그들을 기다리다가 그 성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마음에 격분하여 회당에서는 유대인과 경건한 사람들과 또 장터에서는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과 변론하니 어떤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철학자들도 바울과 쟁론할새 어떤 사람은 이르되 이말쟁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느냐 하고 어떤 사람은 이르되 이방 신들을 전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니 이는 바울이 예수와 부활을 전하기 때문이러라”(행 17:16~8)

 

그러나 바울의 초점은 선교였고, 철학자들의 초점은 학문적 토론에 두었기에 이 둘은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입장을 보였다. 즉 바울과 철학자, 신앙과 이성의 긴장관계는 서로에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바울의 여정을 드려다 보면 초기 철학이 추구하는 이성의 절대성으로 기독교 신앙이 변질되고 이단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우려로 철학에 대한 경계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골로새서에 잘 드러나 있다.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 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골 2:8) 그러나 이러한 바울의 태도가 철학 자체를 비신앙적인 것으로 배격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바울의 전도여정을 살펴보면 자신이 지닌 학문적 지식과 배경을 충분히 활용하여 그리스도와 부활을 전파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이교생활의 전형적 대표도시인 고린도에 교회가 설립된 것은 매우 위대한 공적이다. 바울은 고린 도에 의로운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음을 보증하는 환상을 받았으며, 그래서 그는 동서양이 만나는 이 전략적 요충지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밤에 주께서 환상 가운데 바울에게 말씀하시되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어떤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 이는 이 성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 하시더라 일 년 육 개월을 머물며 그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니라”(행 18:9~11)

 

그리고 바울은 사도행전에서 더둘로의 고발에 대해 바울은 자신의 신앙을 이렇게 고백했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께 고백하리이다 나는 그들이 이단이라 하는 도를 따라 조상의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과 선지자들의 글에 기록된 것을 다믿으며 그들이 기다리는바 하나님께 향한 소망을 나도 가졌으니 곧 의인과 악인의 부활이 있으리라 함이니이다”(행 24:14~5)

 

신앙과 이성에 대한 연구를 촉발한 계기는 기독 교와 그리스 철학과의 만남이었다. 초기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이성의 산물인 철학과의 조우는 서로 간의 긴장관계를 형성하였고, 신앙과 이성의 관계는 주요 이슈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신앙과 이성의 긴장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영원한 진리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이재룡은 기독교철학의 독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독교철학의 독특성은 세계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명하려는 그리스 철학과 철학적 함의 들을 담고 있는 기독교의 계시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생겨났다. 특히 교부들은 하나님의 계시를 선포하기 위한 수단으로 플라톤 경향의 철학을 수단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계시로부터 받은 관념 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에 교부들은 관념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철학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 신학자들은 신앙과 이성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왔다. 특별히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 안셀무스(Anselmus Cantuariensis, 1033~1109),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74), 보나벤투라 (Sanctus Bonaventura, 1221~1274) 등은 신앙과 이성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조명한 대표적인 신학자들이다. 중세 이후 인간 이성의 합리성과 충족성을 전면에 드러낸 모더니즘은 지나친 이성중심과 과학주의로 이성의 절대성을 내세우며 초월적 진리를 거부하려고 했고, 이에 합리적 이성을 축소하고 신앙주의로 돌아가려는 양극단의 병폐는 항상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그러기에 신앙과 이성은 기독교 역사 속에서 항상 진행되어온 거대담론이며 매우 까다로운 문제이다. 이성은 학문 일반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능력이고, 신앙은 이성을 넘어선 초월적인 계시를 받아들이는 인간에게 허용된 초자연적 능력이다.

 

신앙과 이성 사이의 관계는 그 경계선을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성을 초월한 계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알기 위해 믿는 것인가 아니면 믿기 위해 아는 것인가?

 

신앙은 이성을 거부하는가? 아니면 신앙과 이성은 조화를 이루어 진리를 확고히 하게 하는가? 기독교신학은 신앙의 진리에 대한 이성적 사유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김종걸 교수 한국침신대 신학과(종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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