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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윗의 도피 생활(3) 어리석은 나발과 총명한 아비가일(삼상 25:1~44)

이희우 목사의 사무엘서 여행-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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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 곳 없이, 안식처도 없이 계속 쫓기는 다윗,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 설상가상으로 멘토이자 영적 스승인 사무엘 선지자마저 죽었다 (1절). 민족의 지도자요, 선지자인 사무엘을 잃은 온 이스라엘이 다 슬피 울었지만 아버지 같은 영적 후원자를 잃은 다윗은 장례식에 갈 수조차 없다. 오히려 본토에서 가장 먼 아라비아 반도 최남단 바란 광야로까지 피신간다. 거기서 마온 사람인 한 부부를 만났다. 남편 나발은 어리석은 사람이었지만 부인 아비가일은 총명한 여인, 그들을 만나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를 생각해 본다.

 

어리석은 사람, 나발

나발은 다윗이 그의 목장을 보살펴주면서 알게 된 지역의 부자였다. “양이 삼천, 염소가 천마리”(2절), 당시 시골에서 이 정도면 큰 부자, 2절뿐만 아니라 6절에서도 그를 ‘부하게 사는 자’ 라 했다. 문제는 그가 부자답지 못했다는 것, 그는 자신의 부를 합당하게 관리할 능력이 없었다. 다윗이 먹을 것 좀 달라고 부하들을 보냈지만 아예 모른다고 했다. 배은망덕, 어리석은 짓이다. 결국 이 일 때문에 목숨도 잃고, 재산도 잃고, 아내도 잃는다. ‘나발’의 이름 뜻이 ‘바보’ ‘미련한 자’인데 이름처럼 멍청했다. 오죽하면 잠언에서 “미련한 자”라 할 때 이 ‘나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나발은 미련할 뿐만 아니라 완고하고 행실이 악했다(3절). 성경은 그를 “불량한 사람”이라고도 했다(17, 25절).

 

우리는 흔히 “사람이 착한데 좀 미련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구약의 세계에서 이 말은 틀린 말이다. 구약의 세계에서는 착한 사람은 어리석지 않고, 어리석다면 착할 수 없다. 지혜라는 것은 선악을 구분하는 능력, 지혜가 없으면 악한 것이다. ‘악한데 지혜롭다’라는 말도 있을수 없다. 결국 망하기에 그건 어리석은 것이다.

 

부자답지 못했던 나발은 양 다섯 마리 아끼려다가 양 삼천 마리와 자기 목숨을 잃는다(18절). 나발은 양떼를 지킨 공로를 인정하지 않은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물론 다윗이 마치 건달이나 조폭마냥 지역의 안전을 지켜주며 대가를 요구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작은 단위에서는 깡패나 강도로 불 릴지라도 그게 국가가 돌아가는 원리이기도 하다. 국가는 기업이나 국민의 소유를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걷는다.

 

어찌보면 합법적인 강도,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다. 그래야 평화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이 크지만 국가적 관리, 사회적 시스템 때문에 저항하기도 쉽지 않다. 나발도 자기 관리 비용을 생각했어야 했다. 나만 잘살겠다거나 내 손으로 내가 벌었으니 다 내 거라는 마음보다 나눌 줄알았어야 했다.

 

나발이 어리석다는 또 다른 이유는 미래를 헤아리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발은 가진 재물 때문에 교만해졌는지, 아니면 사람 볼 줄 몰라서 그랬는지 다윗을 우습게 생각했다. 탈주한 노예 취급하고(10절), 아비 없는 자식 취급을 한다(11절). 모욕이다. 말이라도 곱게 하지 안하무인격으로 완전 무시했다. 다윗은 명예를 생명같이 여기는 사람인데, 자존심이 상한 다윗은 분노하여 나발의 집을 없애버리겠다며 병사를 이끌고 쳐들어간다(13절). 잘못 건드렸다.

 

안 그래도 도피생활의 피로가 극에 달한 다윗, 아내마저 빼앗겼다(44절). 스승 잃고, 아내를 빼앗긴 다윗에게 심한 모욕감을 줬으니 다윗이 그냥 있겠나? 나발은 분위기 파악을 못한 것, 아내 아비가일과는 너무 대조적이다(28절).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시대의 흐름을 알지 못한 어리석은 자, 판단할 수 없다면 최소한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지는 말았어야 했다.

 

나발은 자기가 무슨 짓을 벌였고 이 때문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잔치를 벌인다(36절). 아내가 다윗에게 가서 용서해 달라고, 살려달라고 빌던 그 시간에 왕 같은 잔치를 벌이며 흥청망청한 것이다.

 

아침에 술이 깬 후 자기 아내의 지혜로운 대처로 위기를 넘겼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몸이 돌과 같이 굳었다(37절). 그런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이미 늦은 것, 성경은 “여호와께서 치시매 그가 죽었다”(38절) 고 했다. 너무 미련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지만 수습할 능력이 없었다. 차라리 열흘 사이에 다윗을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면 어땠을까?

 

그것마저 못한다. 죽을 줄 몰랐기 때문이거나 자존심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나발’, 이름대로 ‘나발’로 끝나고 말았다. 바보!

 

지혜로운 여인, 아비가일

반면에 그의 아내 아비가일은 다르다. 지혜로 운데 예쁘기까지 하다(3절). 남편 나발의 어리 석은 행동에 대한 하인의 보고를 받고 가문의 위기임을 직감한다. 재빨리 움직인다. 위기를 위기로 아는 이 판단력이 지혜일 것이다. 통 크게 선물꾸러미를 준비하고(18절) 다윗을 맞으러 간다. 지혜롭다. 선물은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것(잠18:16, 잠21:14), 뇌물은 나쁘지만 선물은 좋은 역할 할 수 있다.

다윗 일행을 만난 아비가일은 엎드려 그 얼굴을 땅에 댄다. 납작 엎드린 것이다. 이게 지혜다.

 

그리고 남편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남편의 어리석음을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24절). 그러면서 자기 남편이 원래좀 미련하다고 한다(25절).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남편 편을 들지 않았다. 잘한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하나님이 보호하시는 자요, 하나님이 쓰시는 자이십니다”(29절) 상대를 높여준다.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30절)이시라며 “무죄한 피를 흘리지 마소서”(31절) 그렇다. 너무 지혜롭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다윗의 화가 풀린다. 아비가일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을 녹인 것이다. 아비가일은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했다. 칭찬과 인정으로 사람을 감동시켰다. 결국 다윗은 나발을 용서한다. 아비 가일이 남편을 살린 셈이다.

그뿐인가? 아비가일은 미래를 향한 선택도 과감하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좀 가혹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 나발이라는 어리석은 남편을 의지하고는 살 수 없음을 직감했을 까? “여호와께서 내 주를 후대하실 때에 원하건대 내 주의 여종을 생각하소서”(31절), 단순히 목숨을 구해달라는 뜻만이 아닌 것 같다. ‘내 주의 여종’, 아비가일은 나를 데리고 가셔도 좋다 는, 일종의 청혼의 의도가 담긴 말까지 한다. 당시에는 전쟁을 이기면 상대방을 정복하고 그 배우자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열흘 후에 나발이 죽고 다윗이 사람을 보내자 결국 아비가일은 주저없이 따라나서 다윗의 아내가 됐다. 결단력 있고 형세 판단도 정확한 여인, 위기의 순간에 지혜가 돋보이는 여인이었다.

 

하나님의 보호

계속 강조하지만 다윗은 쫓기는 와중에 점점더 거인이 되고 있다. 함께 하는 용사가 600명 정도였는데 여기에 과부 아비가일까지 합세했으니 부자 나발의 소유가 다 흡수되어 기반이 든든해진다. 그런데 다윗은 주변에 많은 원수들이 있었지만 그 원수들을 자기 손으로 직접 처리하지 않았다. 이게 중요하다. 복수는 하나님께 맡긴 것, 나발도 다윗이 죽인 게 아니다. 성경은 여호와께서 치셨다고 했다(38절). 자기 손으로 복수하지 않았다. 로마서에 보면 사도 바울도 원수를 용서하라고 했다(롬12:19~20).

 

성질 같아서는 직접 내 손으로 원수를 처리하는 것이 시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려면 나도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 또 복수한다 해도 마음이 후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원수의 힘이 강하면 복수도 못한 채 속만 끓이다가 죽을 수도 있다. 초대교회의 원수 사랑을 숭고한 윤리라는 면에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볼 수도 있다. 어려운 심판을 하나님께 맡긴다는 측면이다. 하나님이 심판하시면 쉽다. 후유증도 없다. 이게 최고의 복수 아닌가? 결론이다.

 

능력이 있어도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정의로운 심판을 믿고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그래야 다윗이 명예 회복을 경험한 것처럼 우리도 이길 수 있다.

아비가일의 말 중에 다윗은 하나님의 생명 싸개로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한 부분이 감동이다 (29절). 생명 싸개는 생명 보자기, 하나님이 소중하게 들고 다니며 보호하는 보자기다. 다윗이 그 안에서 생명을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 그 어떤 것도 다윗을 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비가 일이 말했던 생명 싸개! 하나님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편안히 쉬게 하신다.

 

폭퐁우가 몰아치는 밤이라도 어머니 뱃속은 안전하고 편안하듯 하나님은 생명 싸개에 싸고 지켜주신다. 쫓기는 몸이지만 거인 되고 있는 다윗을 보면 그렇다. 그의 집은 견고한 반석 위에 다져지고 있다. 우리도 생명 싸개의 포근함을 느끼는 하나님의 사람이어야 한다.

이희우 목사 신기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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