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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철학의 정점: 신앙과 이성의 조화-4

Ⅲ. 신앙과 이성의 균형

 

종교적 신앙과 이성적 인식의 문제는 기독교 철학의 중심 과제일뿐 만 아니라 조직신학, 변증학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문제이다.

이 문제로 인한 질문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믿음이 먼저인가? 아니면 앎이 먼저인가? 신앙이 이성에 의존하는가? 아니면 이성이 신앙에 의존하는가? 이성은 신앙에 걸림돌이 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이성과 신앙의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인가?

 

합리주의와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스스로의 이성을 자각하기 이전 2000년 가까운 서양의 역사를 지탱한 것은 바로 기독교였다.

과학과 이성이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고작 300년 남짓이다. 그 기간 동안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과 인간 이성에 대한 자각은 어느덧 종교와 신앙을 낡고 구태의연한 것으로 치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종교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이라는 이름의 이성과 계시라는 종교가 어색하지만 여전히 공존하고 있고, 그로 인해 예기치 않은 갈등이 벌어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오늘의 현대사회다. 그렇다면 과학의 시대를 살며 이성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사유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한다고 자부하는 현대인들에게 초월자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신앙이란 시대착오적인 믿음에 불과한 것일까? 신앙을 목숨처럼 떠받드는 이들에게 이성은 편협한 잣대일 뿐일까? 신앙과 이성은 물과 기름처럼 절대로 섞일 수 없는 가치인 것일까? 하지만 오늘의 현대사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역사 속에는 분명 신앙과 이성이 함께 공존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인간은 신앙과 이성이라는 두 개의 날개로 진리를 추구하기 위한 날개짓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 날개짓의 시작이 바로 중세신학의 문을 연 아우구스티누스였고, 그의 신학을 바탕으로 더 높이 도움닫기를 시도한 이가 바로 아퀴나스이다.

 

과학을 중심에 둔 사고체계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들의 중세적 사고방식은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앙을 뒤로한 채 과학만이 저만치 앞으로 달려나가는 현대사회가 성숙한 사회일까? 그렇지 않다. 신앙과 이성, 이두 날개가 제대로 균형을 잡으며 날개짓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신앙과 이성의 조화는 기독교 철학자들 사이 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그 방식은 ‘신앙과 이성의 분리’에 의한 조화, ‘신앙과 이성의 합일’에 의한 조화 그리고 ‘신앙과 이성의 구분’ 에 의한 조화이다. ‘신앙과 이성의 분리’에 의한 조화는 한마디로 신앙과 이성이 상호 무관하다는 의미이다.

 

‘신앙과 이성의 분리’에 의한 조화는 14세기의 가장 두드러진 철학자 중 하나인 윌리엄 옥캄(William of Ockham, 1287~1347)에서 비롯되어 근대로 넘어오면서 계몽철학의 선구자인 칸트가 신앙과 이성의 분리를 극대화시켰으며, 자유주의 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슐라이어마허(Friedrich Schleiermacher, 1768~1834)가 해석학을 통해 구체화시키게 된다.

 

‘신앙과 이성의 합일’에 의한 조화는 신학과 철학의 대상을 동일하게 보는 것으로부터 초래된다. ‘신앙과 이성의 합일’에 의한 조화를 처음 주장한 철학자는 알렉산드리아의 유대인 철학자 필로(Philo, B.C25~A.D45경)이다. 필로는 그리스 철학과 유대신앙을 결합하려는 시도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철학적 여정을 거쳐 기독교 신앙에 입문했기에 신앙과 이성을 동일시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철학을 추구하는 과정에 신앙을 고백한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안셀무스의 ‘나는 알기 위해서 믿는다’는 표현을 통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신앙과 이성의 구분’에 의한 조화는 아퀴나스가 추구한다.

 

신앙의 원천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 그는 신앙은 이성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한편 이성은 명백한 것에 동의하므로 그 자체로는 신앙과 무관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성이 초월하는 신앙에 동의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총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1. 아우구스티누스

신앙 우선주의가 지닌 극단적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신앙과 이성에 대해 종합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사람이 아우구스티누스이다. 그는 기 독교 신앙과 그리스 철학을 서로 연결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사유의 틀을 확립한 사람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빌리자면 신앙은 이해로 가는 첫 단계이다. 믿음 없이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앙은 지식을 전수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의 계시에 대한 신앙이 인간 이성에 앞선다고 믿었다. 반면 그는 자신이 믿으려고 하는 바의 정체에 대해 알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믿음은 이성을 통해 이해되고 설명되지 않으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는 하나님을 바라보고자 하는 이성은 믿음을 통하여 모든 허무로부터 정화된 이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건전한 이성에 의해 믿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계시를 믿는다고 해, 권위는 믿음을 요구하며 인간에게 이성을 예비하도록 한다고 피력한다.

 

이성 없는 신앙은 맹목적일 수 있고, 신앙 없는 이성은 진리로 나갈 수 없다. 그러므로 신앙으로 먼저 받아들이고 나면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아우구스티누스는 ‘나는 알기 위해 믿고자 하며, 믿기 위해 알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먼저 신앙의 우선순위를 강조하고 그러나 신앙은 이성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초월적 신앙에 의해 가능하지만 이성을 통해 더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철학이 사람에게 지혜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고 있는 한 철학은 좋은 점을 갖고 있다고 인정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 철학을 사용하여 기독교교리를 설명했다. 안셀무스의 ‘나는 믿기 위해 알려 하지 않고 알기 위해 믿는다’는 표현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을 매우 잘 표현해주는 것이다.

 

이 말은 신앙이 이성에 선행한다는 의미이다. 신앙을 전제로 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로티누스(Plotinus, 205~270)가 일자(一者)와 다양한 만물의 원리 즉 누우스(nous)로 종합하고자 한 철학적 시도를 통해 기독교를 이성적으로 표현할 수단을 발견했다. 그는 모든 고대철 학자들 가운데서 플라톤주의자들이 기독교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다.

 

아우구스티누스 이후 서구의 사상가들은 이성을 통해 어떻게 초월적인 존재에 도달하는지 지속적인 논쟁을 해왔고, 교부들과 스콜라학자 들은 한결같이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주장하게 됐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러한 신앙과 이성의 합일에 의한 조화는 인간에게 부여한 문화적 사명을 잘 설명할 수 있기에 안셀무스, 루터, 칼빈 등에 의해 지속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종걸 교수 / 한국침신대 신학과(종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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