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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제 목사 “이데올로기는 결코 우리의 구세주가 아냐”

정치 공간에 그리스도인으로 서기┃고성제 지음┃294쪽┃17000원┃아르카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한국 사회는 좌우는 물론 남녀 그리고 세대로 갈라져 극심한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온갖 네거 티브가 난무하며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는 매듭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현실은 비단 교회라고 다르지 않다. 정치는 교회를 이용해 표를 갈구하거나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해왔고, 교회 또한 정치와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세를 더욱 확고히 해왔다. 이로 인해 교회 내부는 의도했든 아니든 치열한 이데올로기의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논하는 책이 등장했다. 고성제 목사의 ‘공간에 그리스도인으로 서기’는 제목 그대로 정치 공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에 대한 성경적 지침을 제시한다.

 

책은 1부에서 기독신문에 연재됐던 저자의 설교 들을 다시 정리했다. 2부와 3부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정치적 갈등 때마다 레위기의 말씀 등을 기초 삼아 설교한 것을 책의 주제에 맞게 서술한 것이다. 설교자들이 정치에 대해 교인들에게 설교하고자 할 때 참고가 될 내용들이다. 또한 일반 독자들은 정치 공간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서야 할지에 대해 성경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다.

 

저자 고성제 목사(평촌새순)는 지난 2019년 세상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었을 당시, 교회에서 정치 문제에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주제로 설교했다. 그는 자신의 설교로 인해 처음에는 교회에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정반대로 갈등이 가라앉고 교회가 차분해졌다고 한다. 설교 중에 성도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회 안에 있는 ‘양 진영’의 사람들 사이에서 긴장 도가 낮아졌다. 모두가 자신들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납득하게 됐고, 그것 때문에 공동체의 평화를 잃을 정도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탓이었다.

 

고 목사는 “기독교적인 기준과 가치는 양 진영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어느 만큼은 존중하며, 참고 들을 만큼 ‘성숙한 모습’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고 목사는 교회가 이데올로기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데올로기는 성경으로 수렴돼야 할 대상이지 성경이 어떤 이데올로기가 옳다고 그것을 지지하는 그런 형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외형적으로 볼 때 이데올로기가 성경의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있어 보인다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그깊은 면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사실을 성도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고 목사는 많은 목회자들이 마치 이데올로기 자체가 성경의 이야기인양 자신이 지지하는 이데올로기를 성경적 입장이라고 이야기하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고 목사는 지금 이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갈등의 원인을 “세상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술 문명의 발달이나 산업 혁명 등에서 비롯한 소유 관계의 변화, 분배의 변화가 우리로 하여금 각자의 위치에 위협을 느끼게 하고 끊임없이 갈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이 책을 써낸 이유도 이 갈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인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한동안은 이런 갈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교회가 외면 하고 계속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 목사는 자신이 책을 기록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이데올로기는 결코 우리의 구세주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올로기로는 바람직한 세상이 오지 않을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에 의존하며 이를 중심으로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고 목사는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에 의존하면 이데올로기가 우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범영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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