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굴종(屈從)과 굴복(屈伏)

박종화 목사의 가정사역-13

박종화 목사

빛과사랑교회

 

해리 티바웃(Harry Tiebout)은 굴종(순응:compliance)과 굴복(순복:surrender)을 구분해 중독된 자신이 중독을 부인하는 것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이해를 돕는다.

 

주로 어린 시절 가족의 역기능 체계에서 받은 상처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정서중독이나 알코올, 또는 약물중독으로도 이어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상호의존증(相互依存症)을 갖게 한다. 그러나 중독된 사람은 이러한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이 대단하다는 망상에 빠져 자기가 자신을 계속해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망가진 의지다.

 

역기능 체계 속에서 원래 자기가 주체로 자기를 잃고 자신보다 힘센 대상으로부터 받은 상처에 기인해 갖게 된 죄책감과 수치심이 중독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러나 자신은 중독을 부인하고 모든 것을 이겨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종교적으로든, 정서적이든, 약물이든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중독의 특징이다.

 

중독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통제하려고 했던 삶의 여러 가지에 있어서 통제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자기 스스로 이것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가로부터 자신의 중독된 행동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자신의 행동들을 적어보고 인지적으로 깨닫고 인정하며 중독된 행동들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스스로 중독을 멈추고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할 때, 몹시 혼란스럽고 괴로운 고통을 동반하게 될 텐데 이것은 과거 상처 입은 내면 아이와의 만남이며 치유를 위한 직면이기에 두려워 하지 말고 용기 있게 맞서길 바란다. 상담자는 상담에 앞서 이 부분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는 참 자기를 잃고 거짓 자기로 살게 한다. 스스로 거짓 자기를 참 자기로 생각하고 있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참 자기(실제로는 거짓 자기)는 중독되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거짓 자기는 중독된 자신을 부인하게 하며 역기능 가족 속에서 죄책감을 떠안게 되어 굴종(순응)이란 형태로 나타난다. 피해자로서의 굴종은 다시 성인이 된 후에 가해자로서 자녀를 굴종시키는 가해자가 되게 한다.

 

어떤 경우에는 정신과적인 치료의 도움을 받아 증세가 호전되어도 다시 중독된 행동으로 나오고, 중독이 치료된 것 같아도 다른 형태의 중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다. 중독의 뿌리는 죄책감과 수치심이기에 죄책감과 수치심이 내포되어 있는 강박을 치료해야만 중독은 치유된다.

 

치유는 거짓 자기를 벗고 참 자기를 찾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있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스스로 느끼고 끌어안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중독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스스로 중독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굴복(순복)이다. 치유를 위해 굴복이 있어야 한다.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인정하는 가운데 부인(否認)과 망상(妄想)이 지속될 수도 있다. 거짓 자기는 치유의 중요한 과정에서 직면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주위를 분산시키는 힘이 있다. 다시 말해 거짓 자기는 역기능을 계속 유지시키려는 힘인 부정적인 항상성을 통해 거짓 자기가 참 자기로 믿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는 내면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참 자기와 거짓 자기의 정체를 가려내려는 직면을 통해 이제는 자신의 주도권을 거짓 자기가 아닌 참 자기에게 넘겨주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동안 자신이 느끼지 못했지만 죄책감이 만들어 낸 중독된 행동들과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며 자신의 가족에게 상처를 줬던 행동과 부정적인 말들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중독된 행동들을 인식하고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이나 말들을 줄이거나 멈추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상담자들은 처음 상담을 배울 때 현재 중독자들이 행동들이 굴종의 형태인지 굴복의 형태 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그들의 중독된 행동이 줄어드느냐, 증가하느냐로 판단하기 쉽다. 이것은 중독의 뿌리를 내면의 수치심과 죄책감이 아닌 단지 중독된 행동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죄책감과 수치심의 치유가 없다면 중독된 행동들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다른 중독된 형태나 행동으로 나오게 된다.

 

굴종과 굴복의 차이를 다시 살펴보자. 굴종은 어린 시절 원래 갖고 있었던 참 자기가 역기능적인 대상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죄책감과 수치심을 갖게 되며, 자신의 참 자기가 자기보다 힘센 대상으로부터 자신의 자아경계선이 무너진 가운데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 굴종이다. 굴종을 당하면 참 자기를 잃고 거짓 자기가 참 자기인 줄 알고 자신의 중독을 부인하거나 중독을 느끼면서도 그 행동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신의 중독을 스스로 인정하며 중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인정해야 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렇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굴복이다. 참 자기가 거짓 자기로 넘어갈 때의 굴종이 다시 거짓 자기의 굴복을 통해 참 자기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 굴복을 통해 거짓 자기가 굴복되고 참자기를 향한 방향전환과 함께 중독의 치유는 시작된다. 이 유일한 방법이 수치심을 끌어안는 것이다. 수치심은 자기의 한계를 느끼게 해준다. 그 한계는 완벽한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고 자신이 완벽한 통제를 할 수 없다는 것과 현재 중독된 행동들을 스스로 단념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의 최종 목적은 중독을 완전히 치유하는 것이다. 그 중독을 내가 인정하고 굴복한다고 해서 완전히 치유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사랑하며 치유의 과정을 함께 해 줄 전문적인 상담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매일매일 하루를 이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이겨 나가야 한다. 이러한 하루하루의 싸움을 승리하며 그 승리가 지속될 때 어느 순간 역기 능의 항상성이 순기능으로 바뀌게 되고 자신의 중독이 치유되어 참 자기가 기능을 하는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