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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블루를 대비하라

뉴노멀 시대의 교회-10

궁인 목사

휴스턴 새누리교회

코스타(KOSTA) 강사

 

미국에서 목회하는 필자는 최근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면서 3년 만에 새벽기도회를 다시 시작했다. 새벽기도회를 마지막으로 모든 공식 예배가 정상화됐다. 상반기를 목표로 하는 평신도 소그룹 (목장)만 다시 시작한다면 모든 교회 사역과 부서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예배와 조직은 다시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도들과 성도들의 헌신을 코로나 이전으로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필자가 사역하는 휴스턴은 1년 전부터 마트와 레스토랑에서 마스크도 안 쓰고 다니고 모든 일상생활이 안정을 찾은 듯 보이지만, 신앙생활에서만은 아직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오진 않은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성도들은 전염병으로 인한 극한의 두려움과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 어쩌면 영원히 팬데믹 이전으로 돌이키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매우 오랜 기간 성도들이 집에 고립됐고 가족 위주로 생활을 하다 보니 우울감을 호소 하고 있는 성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 동안 성도 간의 교제와 만남의 자리가 줄고, 만나도 식사 한 번 하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이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고, 사람들과의 대화나 관계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표면적으로는 매우 정상적인 관계와 대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화나 관계를 해석하는 방식이 매우 자기중심적으로 변경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이야기도 자신의 감정과 방식으로 해석해서 나쁜 이야기로 바꾸고, 사소한 대화마저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립된 생활을 해온 성도들에 대한 특별한 목양이 필요해졌다.

 

사람들이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마음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팬데믹 기간 동안 너무도 많은 가짜 뉴스와 정보들이 다양한 SNS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됐고, 사실에 대한 검증이나 대화의 기회도 가지지 않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상황까지 왔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보면 팬데믹 이후에는 성도의 20~30%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목회자가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다른 교회를 출석하거나 이사를 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집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고, 영상 설교를 시청하거나 간단한 기도를 하는 수준의 신앙생활에 익숙 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과의 교제도 자신과 친하게 지내고 안전하다고 여기는 사람과만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커졌다. 결국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하고만 대화하니,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수정해줄 누구도 없어진 것이다.

 

얼마 전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별세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향년 54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우울증이 악화되어 사망했다는 소식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울한 감정과 우울증은 돈이 많고 적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나 안했나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울증과 우울감에 대부분의 성도들이 몇 년간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회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목회자들도 이런 감정과 상황에 같이 노출되어 있었다. 이러다가는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여겨진다.

 

우리 모두는 이전에 겪어보지 않은 상황을 겪고 있다. 몇 년간의 전염병, 자가 격리 등을 통한 사회적 관계의 단절, 미디어와 매스컴 의존적 의사소통, 전염되지 않으려고 안전이 확인된 사람과의 교제만 추구하다 보니 우물 안의 개구리식 인간관계 형성 등이 그런 것들이다. 결국 이런 요소들이 목회 상황을 지뢰밭과 같이 만들었다. 다 튼튼해 보이고 정상적으로 보여도 발 아래 무엇이 있는지 모르게 됐다.

 

사소한 농담이 다툼을 만들 수도 있고, 사소한 오해가 교회를 분열로 이끌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진실이나 사실보다는 해석과 나의 확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못된 생각을 바꿔줄 어떤 기준이나 권위도 이제는 많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목회현장에서 더욱 한마디 한마디를 살피고, 사소한 반응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가랑비에 옷 졌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살살 찾아오고 야금야금 갈아 먹는 사단의 계략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 블루(코로나 블루는 코로나와 우울증을 뜻하는 블루의 합성어이다)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블루를 대비해야 한다.

팬데믹이 바뀌어 놓은 삶의 방향이 어디로 나아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사소한 각도인 1도 정도 밖에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어 놓았을지 모르지만 시간은 이 1도에 엄청난 파괴력을 부여할 것이다. 1도가 틀린 체로 비행한다고 생각해 보라 처음에는 작은 차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목적지는 멀어진다. 우리 이 1도가 엄청난 반전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포스트 코로나 블루’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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