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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허락하신 귀한 사명 '일터'

일터와 목회-2
신재철 목사
좋은나무교회
유튜브 ‘좋은 인터뷰’ 운영자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는 일들을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매일 지하 1층, 지상 1층, 2층 주차장을 청소합니다.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는 정도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분리수거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물망에 쌓인 물품을 정리하고 묶어 둡니다. 새 그물망으로 교체도 합니다. 분리수거장은 정말 다양한 물건이 나옵니다. ‘왜?’라는 질문이 절로 나옵니다. 도무지 어디에도 분류될 수 없는 물품을 누군가 던져두고 가버립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제법 담담해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나오면 폐기물로 처리하고 관리비에 청구해버립니다. 스트레스 받을 일도 아닙니다.


작은 아파트지만 소소한 행정 업무가 있습니다. 관리비를 정산하고 기관에서 오는 공문서들을 확인 후 조치합니다. 소방, 전기, 승강기와 같은 전문 영역은 용역 업체를 선정해 함께 일합니다. 저는 업체들이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협조합니다. 행정적으로 제가 책임자이기에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고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소방 시설에서 예산이 제법 필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반상회를 통해 상황을 설명했고 대부분 입주민이 수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한 입주민이 나서서 예산 집행을 방해했습니다. 제가 가만히 듣다가 큰 소리를 냈습니다. “화재 나고 인명 사고 나면 저와 같이 구속되실 겁니까? 그렇다면 오늘 문서 만들어서 서명하시죠!” 목회만 하던 제가 이제 그런 말을 할 줄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입주민은 아무 말도 못 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이처럼 소소한 민원과 시설 및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교회 교역자의 삶과 일반 직장인의 삶
다른 직장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으로만 한정하자면 나쁘지 않습니다. 중소형교회 부목사의 업무와 작은 아파트 관리인의 일이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큰 교회가 아닌 이상 시설관리를 전담하는 사찰 집사님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량 관리, 시설 유지보수에 사역자의 손이 제법 갑니다. 그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교회가 유지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교회들이 그렇게 관리되리라 생각합니다.


관리실에 출근해보니 컴퓨터로 정리된 문서 파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어르신이 관리하며 펜으로 갈겨쓴 노트가 전부였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모든 문서를 양식화하고 저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월 단위, 연 단위 재정 결산’ ‘입주민 현황 및 비상 연락망’ ‘차량 현황표’ ‘입주민 차량 스티커 제작’ 소소한 일들을 하나씩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고단한 일이었지만 결국 저에게 유익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달이 갈수록 일이 안정되고 업무에 소비되는 시간을 줄여주었습니다. 


아파트에 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용역 업체들이 있습니다. 기사님들이 오면 제가 응대하고 기록을 확인합니다. 필요하면 견적을 내고 입주민 대표와 논의도 하고요. 그런 일을 하며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목사 시절 만났던 전기 사장님, 승강기 사장님이 떠올랐습니다. 소방 업체 방문에 응대하며 여기저기 시설을 점검했던 기억이 겹쳤습니다. 그리고 입주민을 상대하는 제 모습이 부목사 시절 성도님과 대화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입주민을 성도 대하듯 존중했더니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중소형교회 부사역자 경험이 이런 유익을 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과연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 때
1인 관리실을 운영하고 있기에 힘에 부치고 난감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 번은 태풍으로 인해 아파트 지하가 침수됐습니다. 새벽 내 급한 부분을 수습하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였습니다. 마침 주일이었기에 급하게 교회로 향했습니다. 예배 후 다시 돌아와 뒷수습을 이어갔습니다. 당시에는 내가 목사 맞나 싶은 생각도 들고 조금 서글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성질 없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논리도 예의도 없이 지속적으로 저를 괴롭히는 입주민에게 한 번은 큰 소리를 냈습니다. 저를 알고 계신 분들이 그 모습을 봤다면 엄청 놀랐을 겁니다. 지금도 그분에게는 큰 소리를 내야 수습이 됩니다. 이런저런 제 모습을 보며 인생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터 목회에서 가장 큰 일을 꼽으라면 교회 새가족입니다. 물론 지금도 얼마 되지 않는 교회 식구들이지만 이 중 절반은 아파트 일을 하며 연결된 분들입니다. 가장 놀라운 일이고 하나님의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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