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래 트랜드 예측을 본격적으로 화두로 만든 것은 14년 전인 2009년부터 “트렌드 코리아”가 출간되면서부터이다. 매년 10월이 되면 서점가를 술렁이게 하면서 30만 권 정도는 기본으로 팔린다는 이 책은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팀이 기획하고 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3”은 위의 책과 같은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에도 한국교회의 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 몇몇 책이 출간됐다. 그러나 이 책이 발간사에서 밝히고 있듯이, 정기적인 출간을 목적하에 기독교적 시각으로 한국교회 트렌드를 분석하고 제시하기는 처음인 듯하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3은 희망 친구 기아대책과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협력으로 20222년 초부터 7월까지 담임목사, 부목사, 개신교인, 일반 국민을 망라해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기초로 저술됐다. 한국교회 관련 총 6개의 조사를 심층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10명의 전문가가 분석 집필하여 11가지 키워드로 미래 트렌드를 제시한 것이다. 마지막 11번째 항목에서는 미국 기독교 트렌드를 설명하는데, 한국 상황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반영한 듯하다. 이 책은 부제처럼 “정확한 조사 데이터에 근거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2023년 한국교회 전망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3”의 2023 트렌드 분석은 매우 신뢰성 있어 보인다. 그 이유는 비록 소비자 심리를 분석한 것이기는 하지만 매년 높은 트렌드 분석 결과를 보이는 김난도 교수팀의 “트렌드 코리아 2023”의 분석과도 상당 부분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 트렌드 2023가 제시하는 플로팅 크리스천, 하이브리드처치는 “트렌드 코리아” 2023 오피스 빅뱅과 공간력, SBNR은 체리슈머, 몰라큘라이프는 인덱스관계, 액티브 시니어는 네버랜드신드롬, 쫓아가면 도망가는 세대, MZ는 (Z세대 다음이기는 하지만) 알파세대, 격차교회 서바이벌 목회는 평균실종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맞이하게 될 2023년 삶의 자리에 대한 이해는 세상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트렌드 분석의 신뢰도는 예상되는 트렌드를 특징 짓는 신조어를 제시하여 표준화시키고 있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좀 더 정확한 결과는 “한국교회 트렌드 2023”가 제시하는 키워드 중 주목할 만한 것은 ‘플로팅 크리스천’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11가지 키워드는 플로팅 크리스천,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하이브리드처치, 몰라큘라이프, 액티브시니어, 쫓아가면 도망가는 세대, MZ, 올라인 교육, 퍼블릭 처치, 격차교회 서바이벌 목회, 기후교회이다. 특히 앞부분에 제시된 코로나 이후 예배에 참석하지 않거나 온라인 방송을 통해 예배하며 한 교회에 정착하지 못한 성도들을 일컫는 ‘플로팅 크리스천’과 서구 교회 쇠퇴기 현상처럼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을 수 있고 종교적이지만 영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말한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우리 안에 영적 갈망이 얼마나 깊이 드리워져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라 하겠다. SBNR은 플로팅 크리스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후 등장하는 키워드들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플로팅 크리스천’은 책을 읽는 내내 염두에 두어야 할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3”가 제시하는 키워드를 재분류해보면 2023년에 마주하게 될 한국교회의 상황과 해법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키워드는 관련 영역에 따라 다음과 같이 재분류해 볼 수 있다. △영적 갈망을 추구하는 차원(플로팅 크리스천),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차원(플로팅 크리스천, SBNR, 몰라큘 라이프, 하이브리드 처치), △급변하는 세대의 필요를 추구하는 차원(액티브 시니어, 쫓아가면 도망가는 세대, MZ), △성도의 필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교회교육의 차원(하이브리드 처치, 올라인 교육), △교회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차원(퍼블릭 처치, 기후교회), △교회 양극화를 극복하려는 차원(격차교회, 서바이블 목회) 문제를 알면 답이 보이는 것처럼, 이를 정리하면 2023년 한국교회의 방향성은 “코로나19라는 강제적으로 맞이하게 된 재난 상황으로 말미암아 가속화된 우리 시대의 영적 갈망은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공동체 관계 속에서 급변하는 세대인 시니어와 MZ 세대를 아우르며 성도의 필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임과 교회와 가정을 잇는 교회교육을 지속하고 기독교회 내적으로는 교회의 양극화 현상을 줄여나가는 노력, 외적으로는 교회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선교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주목할 것은 이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 시기에도 소그룹 공동체 중심의 교회는 트렌드 키워드가 제시하는 현상을 상당 부분 비켜나갔다는 점이다. 소그룹 공동체 중심 교회는 부흥을 위한 방법으로 모임 형태를 소그룹화하기보다는 교회의 본질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코로나 팬더믹 속에서도 전체 교인이 함께 모이는 것은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어려웠지만, 오히려 교회 안팎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형태의 모임은 더 활성화 됐고, 오프라인 모임에서의 유대성의 질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평소에 다양한 소그룹을 통한 관계 형성과 활동이 체질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 시기에 교회 내외의 약자를 돕기 위한 구제와 선교가 더 활발하게 일어났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헌금이 이전보다 더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코로나가 한참 진행 중이었던 2021년 1월, 김관성 목사(당시 행신교회, 현재 낮은담교회)의 사회와 정성진 목사(거룩한빛 광성교회 은퇴목사)와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가 패널로 참여한 신년 대담 “교회의 본질을 생각하다”에서 김형국 목사는 관련 통계를 언급하며 교회의 본질에 입각해 공동체성을 추구한 교회와 프로그램 중심의 교회가 코로나 이후 큰 차이가 있게 될 것을 언급한 바 있다. 한마디로 교회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가 생명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가지 떨칠 수 없는 생각이 있다. 우리가 빅데이터를 선지자로 여기며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트렌드는 ‘사회나 사람들이 변화하고 나아가는 방향‘이다. 한국교회의 미래 대응 노력에는 당연히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런데 자칫 트렌드를 읽는 일에 몰두하다 트렌드를 능히 초월해서 일하실 수 있으신 하나님을 뒤로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트렌드 분석에 사용한 과학적 설문 조사와 그로 인해 알게 되고 축적된 데이터(빅데이터)를 더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빅데이터를 선지자로, 하나님이 아닌 것을 하나님(전지한 존재, Omnisciens, 옴니쉬엔스)으로 여기는 착각에 빠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눈앞의 미래에 대한 공시적 접근과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통시적 접근도 함께 이루어져야 균형 잡힌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보다 더 암울하고 어려운 시기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종말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승리임을 성경은 증언한다. 나라(제국), 기관 그 어떤 것도 아닌 교회만이 유일하게 주님 오시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법궤나 성전 또는 이를 대신하는 현대판 대체물이 있어서 불패(不敗)이고 미래를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이 계신 것”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는 믿음이 미래를 여는 열쇠가 아닐까. 중국 공산화 이후 선교사 추방, 기독교 핍박으로 중국에서 기독교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것과 달리 핍박 시대에도 계속된 중국 기독교의 부흥, 자신의 투옥으로 교회 존립이 더 어려울 것을 염려했으나 오히려 핍박 속에서도 든든히 세워져 있는 교회를 본 루마니아 지하교회 지도자 리처드 범브란트 목사의 이야기와 같이 역사 안의 수많은 증거가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이시고, 교회가 하나님의 것임을 증언한다. 그러므로 주님이 주시는 지혜와 지식을 사용하여 적확한 도구를 통해 상황을 바르게 분별하자.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다윗처럼 매사에 묻고 행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는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교회진흥원 박찬익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