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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계시(3)

쉽게 쓴 조직신학이야기 - 3
조동선 교수
한국침신대(조직신학)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없더라도 일반 계시를 통해 구원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자들(포괄주의자들)은 요한복음 14:6과 사도행전 4:12과 같은 ‘오직 예수로만’의 구원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해석을 거부한다. 이들은 두 본문이 직접적으로 복음을 듣지 못한 자들의 구원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본문의 청중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의 구절은 예수님이 자신의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고 후자의 구절은 베드로가 유대 종교 지도자들에게 말한 것이다. 따라서 오직 예수님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예수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음으로 그 분만이 구원의 길임을 인정할 수 있는 자들에게 주어진 신학적 도전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누구인지 들어본 적이 없거나 혹은 들었다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오직 예수’의 신앙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괄주의자들과 달리 우리는 요한복음 14:6과 사도행전 4:12을 기록된 각 책뿐만 아니라 성경 전체에서 이해해야 한다. 예수님은 자신을 오랫동안 따라다녀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알만한 제자들이 아니라 어둠에 있는 유대인이든 헬라인이든 이 세상 모든 죄인에게 비추이는 빛으로 오셨다(요 1:9; 3:17). 그러므로 그분을 영접하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모두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요 1:12). 제자들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분이 하나님의 어린양이며 메시야이신 것을 믿으면 구원을 받지만 믿지 않으면 이미 심판을 받고 멸망의 상태에 있는 것이다(요 3:18~19).


또한 사도행전 4:12 자체가 복음을 듣지 못한 자들의 구원 문제가 아닌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회개에 대한 촉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만일 베드로가 이미 구약 성경에 지식적으로 정통한 경건한 유대 종교 지도자들에게 그들의 구원을 위해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면, 특별계시도 없이 무신론자로, 불가지론자로, 우상숭배자로서 자신의 죄성 안에서 살아온 이방인들에게 예수님에 대한 믿음의 절대적 필요성을 약화시켰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포괄주의자들의 또 다른 주장은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의 구원 문제는 구약 성도들의 구원 문제와 동일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약의 성도들은 인류의 구원자가 나사렛에서 자란 예수라는 인물이며 대략 33세에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가 3일 후에 부활하고 승천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했는데도 구원받았다, 그렇다면 동일하게 역사적 예수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알지 못했던, 즉 그리스도의 성육신 이전의 이방인들뿐만 아니라 그 이후 아직까지도 복음을 듣지 못한 현대인도 구약의 성도들처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행사하지 않고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복음을 듣지 못한 도덕적 책임자들과 구약의 성도들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방인 불신자들과 달리 구약의 성도들은 오실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것만큼의 특별계시를 그대로 믿었다. 창세기 3:15은 인류의 원수인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여자의 후손에 대해, 시편 16편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해, 시편 110편은 다윗의 주이신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해, 이사야 53장은 죄의 짐을 대신 짊어지고 고난받는 종이신 그리스도에 대해, 다니엘 7장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통치권을 지니신 인자이신 그리스도에 대하여 증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구약 성경이 자신에 대해 증거한다고 하셨다(요 5:39). 바울은 자신이 회심하기 이전부터 초대 교회가 전파하던 복음의 내용이 “(구약)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장사 지낸 바 되셨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임을 지적했다(고전 15:3~4). 


우리는 이미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고 그들은 하나님의 속죄에 대한 약속과 절기와 제사법 등에 주어진 오실 메시야를 믿는 것이다.


바울은 로마서 1:2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대한 복음이 이미 구약 선지자들에 의해 예언됐다고 선언한다. 이 복음은 구약이 약속한 것의 성취이다. 베드로는 구약의 선지자들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영이 그리스도에게 닥칠 고난과 그 뒤에 올 영광을 미리 증언하여 드러내” 주셨다고 말한다(벧전 1:11). 물론 구약의 선지자들이 자신들이 예언한 모든 내용을 신약의 저자들처럼 충분히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의 성도들은 일반 계시만을 의지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약속된 메시야의 역사적 측면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지만 그분에 대한 하나님의 계시를 믿음으로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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