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할 때 맨 처음 생각하게 되는 것은 함께 개척 교회를 이룰 사람들과 예배를 드릴 장소이다.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매우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함께할 사람들이고, 함께 모일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함께 교회를 세워갈 사람들은 매우 중요한데, 일단 이번엔 사람보다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두 번의 교회 개척을 경험했다. 예전에 대전에서 교회를 개척했고, 이번이 두 번째의 개척이다. 대전에서 개척할 땐 가장 먼저 예배실을 구하는 것에 신경 썼다. 나는 주로 서울에서 살았고, 서울의 교회에서 섬겼기에 가장 익숙한 지역은 서울이나 수도권이기에 서울 근교에서 개척하려는 마음을 가졌는데, 그 당시 내가 서울 근교에서 개척하는 것을 반대했던 분이 있으셔서 두 번째로 친숙한 도시인 대전에서 개척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 교회가 사용하던 빈 예배실이 있는 상가건물의 한 층을 세내어 교회를 시작했다. 전통적인 스타일로 꾸며져 있던 예배실의 모든 의자들과 강대상 등의 시설을 필요한 교회에게 무상으로 드리고 예배실을 새롭게 꾸미는 데 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다행히 그 당시 처형이 필요한 개척자금을 헌금해 주어 시작할 수 있었다. 아마 그러한 자금이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당시에 왜 예배실 장소에 그렇게 목을 맸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물론 안정된 장소가 마련됐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약 개척자금이 여유롭게 준비되어 있다면 예배실을 얻어서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개척을 준비하는 주변의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척자금이 여유로운 분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빚을 내야 하는 형편이었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전세나 월세로 예배실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예배드릴 시간에만 빌려줄 장소를 찾아보도록 하라고 권면한다. 어떤 회사의 회의실이어도 좋고, 학교의 강의실이어도 좋고, 기독 단체의 세미나실이도 좋다. 정 어려우면 주일에 문을 열지 않는 카페 등의 장소도 좋다. 물론 이러한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찾아보면 예상치 못한 분들의 도움으로 예배드릴 장소를 찾을 수 있다.
나는 지금의 교회를 개척할 때 김포시 구래동에 있는 한 공유예배실에서 교회를 시작했다. 그 공유예배실은 주일에 9개의 교회가 같은 장소에서 시간만 달리해 예배를 드렸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오후 4시에 예배를 시작했다. 예배실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0분이었다. 수요일에는 9개의 교회가 연합으로 예배를 드렸는데, 그래도 20명 정도만 수요예배에 참석할 정도였다. 그런데 한 시간 반 정도를 사용하되, 앞 교회가 예배를 마치고 나가고, 뒷 교회가 예배 드리러 들어오기에 예배는 한 시간 정도에 마쳐야만 했다. 그래서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장소를 찾다가 지금의 고양시 일산의 세미나실을 빌려서 예배드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교회 이름도 라이트하우스 김포교회에서 라이트하우스 고양교회로 바꾸게 됐다.
공유예배실을 사용하거나, 지금처럼 기독교 단체의 세미나실을 빌려서 사용할 때의 이점은 의자나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서 이러한 부분에 재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물론 카페 등을 사용하게 될 때에는 강대상 대신으로 사용할 간단한 보면대라든가, 스크린 이용이 필요하다면 스크린과 비머(Beamer) 등이 필요하겠지만, 전세나 월세로 예배실을 얻어 세팅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다행히 공유예배실이나 지금의 세미나실이나 모두 마이크 시스템과 ppt 등을 할 수 있는 시설, 스트리밍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설, 에어컨 등이 다 설치돼 있어서 별도의 시설을 위한 재정이 거의 들지 않았다. 김포에 있었을 땐 방송 송출을 위한 캠코더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폼목이었다. 지금의 세미나실은 방송 장비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대표 홍민기 목사)와 함께 개척한 교회들은 거의 대부분의 교회들이 아직도 월세나 전세 등의 예배실을 갖고 있지 않다. 성도들의 숫자가 수백 명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전세나 월세로 예배실을 얻어 사용하는 교회가 한두 개 생기기 시작했지만, 성도들의 숫자가 늘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였다. 그 정도까지 성장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예배실을 전세나 월세로 얻거나 건축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어떤 교단의 노회나 지방회에서는 가정집에서 교회를 시작하거나, 월세나 전세로 얻지 않고 예배시간에만 특정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하는 교회는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교회를 시작하기 위해 꼭 월세나 전세로 예배실을 얻어야 한다면, 아마 초대 교회들은 지금의 교단에 교회로 가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교회 개척 초기에는 가정집에서 시작한 예들은 매우 많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신 사람들이 모여 한 공동체를 이뤄가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한 교회이다. 그 누구도 그것을 교회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지금 라이트하우스 고양교회는 한 기독교단체의 세미나실에서 예배드리고 있다. 주일에만 사용하고 있다. 물론 충분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월세나 전세로 예배실을 얻을 생각은 아직 없다. 지금의 세미나실에서는 80명 정도까지도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이상의 성도가 모이는 교회로 성장한다면, 좀 더 넓은 장소로 옮기되 역시 우리 교회의 모임 시간과 예배 시간에만 모일 수 있는 장소면 족하다고 여기고 있다. 불필요하게 건물에 재정을 많이 들여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교회를 개척하려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권면하고 싶다. 전세나 월세로 예배실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예배 시간만이라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길 권한다. 성도도 별로 없는데, 매월 월세 내는 것을 힘겨워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그러한 데 쓰지 말기를 바란다. 오히려 그 고민보다 성도들이나 사역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