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예루살렘교회는 성령의 충만함을 입은 사도들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해 나갔다. 그러나 초대 예루살렘교회의 주 선교대상은 대부분이 본토 유대인에 국한됐다. 열두 사도들이 유대인이었고 그 외에 예수를 쫓는 많은 무리들이 유대인들이었으므로 복음전도는 자연히 유대인들로부터 시작됐다(행 1:13~14).
이러한 이유로 초대교회는 유대주의적인 요소를 다분히 소유하고 있었다. 조상 대대로 전수받은 율법의 유전과 랍비들의 구약성경에 대한 해석이 그들의 삶의 뿌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초기 기독교가 그처럼 유교적 요소와 사고방식을 가졌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복음은 조상이 유전한 행실(벧전 1:18)과는 명백히 구분되므로 초대교회는 점차 형식적이고 율법적인 유대교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는 복음이 유대인에게만이 아니라 이방인에게로 확장해야만 했으며, 이방지역에 흩어져 살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기독교 개종을 통해 초대 예루살렘교회가 부흥하는 데 큰 역할을 감당했다. 칼빈에 의하면 사도행전 11장 19절에 흩어진 자들이 유대인에게만 말씀을 전하고 이방인들에게는 말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에 대한 박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어리석은 종교적인 옹고집 때문이었다.
스데반의 순교와 더불어 흩어졌던 예루살렘교회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했다. 사도행전 8장 26절에 의하면, 주의 천사가 빌립에게 예루살렘에서 가사를 향해 가라고 방향을 지시해 줬다. 이렇게 빌립이 에디오피아인을 접근하게 한 것도 성령이었고(행 8:29), 빌립이 내시에게 침례를 베푼 후에 그곳에서 그를 옮겨 간 것도 성령이었다(행 8:39). 뿐만 아니라 고넬료의 가정을 개종시킨 것도 성령이었다. 성령은 베드로의 환상 이후에 고넬료의 하인들과 함께 하도록 지시했고(행 10:19), 고넬료와 그의 권속들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 용서 받았음을 확인해 줬다(행 10:43). 특히 누가는 고넬료와 그의 권속들에게 성령이 역사하심은 이방인들이 교회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신 것임을 여실히 보여줬으며, 이와 함께 이방 선교의 중심지로 안디옥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음도 증언했다. 후일에 안디옥교회가 이방선교 정책을 시도한 것은 교회의 급속한 확장을 위한 돌파구가 되는 계기를 가져다 줬기에 대단히 의의가 크다.
그런데 예루살렘교회는 고넬료 가정 전도와 이들의 회심 그리고 성령받는 사건을 통해 이방인 선교에 대한 눈을 띄게 됐다. 예루살렘교회의 주도적인 사도인 베드로가 제 육시에 기도하는 데 하늘로부터 환상이 내려왔고, 베드로가 그 환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 당황하고 있을 때, 성령께서 안심시키시며 이방인 선교의 첫 경험을 하게 이끌어주셨다(행 10:9~22).
베드로는 성령의 지시하심을 따라 순종했고 다음날 고넬료의 영접을 받고 그의 가정에 방문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을 증언하며 전도했을 때, 성령이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내려왔고 베드로는 이방인에게도 성령 부어주심으로 방언도 하는 장면을 보고 놀라기까지 했다(행 10:40~45).
곧장 베드로는 이 사실을 예루살렘에 보고했고, 때마침 스데반의 일로 흩어진 자들이 베니게와 구브로와 안디옥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했고 그 중에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구브로와 구레네 몇 사람이 안디옥에 이르러 헬라인에게도 복음을 전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믿고 주께로 돌아오는 일이 나타나자 이에 예루살렘교회가 바나바를 안디옥에 보냄으로써 명실공히 예루살렘교회도 이방인 선교에 눈을 돌리게 되는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오게 됐다(행 11:1~22). 칼빈은 예루살렘교회가 바나바를 안디옥에 파송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당시 사도들은 그리스도의 나라의 모든 짐을 담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각 곳에 교회를 형성하고 곳곳에서 모든 신자들이 순결하고 거룩한 신앙으로 만장일치를 이루게 하며 어느 정도의 신자들이 모이는 곳에서마다 사역자와 목사를 세우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복음의 순수성을 퇴색시키려는 사탄의 계략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고넬료의 성령 받음을 보고받은 예루살렘교회가 수리아 안디옥에 있는 이방인 신자들을 위해 선교사 바나바를 파송한 것은 이방인이라는 새로운 선교의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주께서 명하신 복음의 확장을 실천하는 초대교회의 순종하는 신앙을 보여준다 하겠다. 하나님께서는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사 십자가의 희생양이 되게 하셨고 당신의 자녀들을 일꾼 삼으사, 부족한 자들로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하신다. 이를 계기로 예루살렘교회가 이방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바울이 선교현장에 등장하게 된다.
예루살렘교회의 사도들을 대표하는 베드로에게서, 이방 교회인 안디옥교회에서 최초로 선교활동을 현 바울에게로 선교사역의 중심이 이양된다. 이방인에게 복음의 문을 여는데 쓰임받은 도구는 베드로였으며, 이를 기초로 적극적으로 이방인에게 복음을 증거한 이는 바울이었다. 안디옥에서 전도받은 자들은 소위 순수한 이방인들로서 최초로 복음과 접촉한 자들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바울의 활약이 안디옥교회를 거점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우리는 안디옥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특별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사도행전 10장에 나오는 고넬료가 회개해 성령을 받은 사건은 복음이 로마제국으로 침투하는 진보적 역사의 이정표가 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유대인 신자들에게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방인에게까지 복음사역의 영역을 화장시켰음을 보여줌으로써 이방인에 대한 전도를 정당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