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을 높이 세운 배 한 척
앞으로 나아가다 곧장 쓰러진다
다시 일어나 길 나서지만
길 찾지 못하고 제자리만 빙빙 돈다
중심을 세우지 못한 몸
저토록 힘에 부치는 먹이
나비 날개 한 쪽
일념으로 가지고 가야 할 이유 있겠지만
저 큰 짐 덜어주고 싶지만
쪼그리고 앉아 응원가를 부를 뿐
수없이 고꾸라지면서 놓지 않는 고집
소명의 한 세계
조금만, 조금만 더
대가 없이 지불되는 통증
무작정 울며 간구하는 기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데
발밑의 돛을 밀어줄 바람 한 점 없다
뒤집기 한 판으로 승부 벌이는 개미 한 마리
조영순 사모는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슛』외 다수가 있다.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며 좋은책터 굿글로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