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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너머-3

유수영 목사와 함께하는 창세기 여행 26

내가 구름으로 땅을 덮을 때에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내가 나와 너희와 및 육체를 가진 모든 생물 사이의 내 언약을 기억하리니 다시는 물이 모든 육체를 멸하는 홍수가 되지 아니할지라(창9:14~15)

 

다시는 온 세상에 홍수를 내리지 않으시겠다는 약속,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명령, 사람이 내린 선택에 책임이 부여된다는 말씀, 심판을 피해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주시리라는 선언을 담은 상징물로 무지개가 등장했습니다.


무지개가 생기는 과학적인 이유를 모르더라도 비가 갠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보는 기분은 참으로 황홀합니다. 비를 뿌리던 먹구름이 살짝 비켜선 자리에 햇살이 비치고 무지개가 걸리는 장면은 도시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장관이죠. 신비로운 무지개를 보면서 하나님 언약을 생각한다면 정말 좋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무지개에 담긴 언약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축복과 은혜의 상징으로만 생각하곤 합니다. 이것이 무지개 상징의 전부는 아니죠.


무지개 상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새 언약이 홍수 심판에서 나왔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심판은 두말할 것 없이 인간의 죄 때문이었죠. 무지개는 새 언약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면서 인간의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에덴동산을 나온 인간은 하나님 자녀로 살아가며 세상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했지만,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 자연이 모두 물에 잠기는 심판을 받았고 마침내 창조 수정까지 불러왔습니다.


그 아름답던 세계를 바꾸시기로 작정하셨을 때 하나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요? 아름다운 무지개 상징 뒤에는 죄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무언가를 채우는 과정으로 이해하곤 합니다. 신앙을 통해 내가 지금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나아가 인생 목표를 이뤄가는 원동력으로 삼고 싶어 하죠. 이런 마음 안에선 언약의 증표가 곧 나를 인정해 주셨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축복과 은혜의 동의어가 됩니다.


성경 안에서 사례를 찾는다면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홍해를 건너고, 구름 기둥과 불기둥, 만나와 메추라기 기적을 날마다 체험했어도 종살이에서 해방되었음을 잊은 채 은혜가 부족하다는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였죠. 심지어 애굽에서 살던 때가 나았다고 투덜대기까지 합니다.


징표와 이적의 결과만 볼 뿐, 그 너머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기독교인이 십자가 상징을 지니거나 소유합니다. 다른 누구를 떠올릴 것 없이 책을 쓰는 저와 읽고 계신 여러분이 대표적인 사례죠. 오늘을 사는 우리는 십자가를 어떤 상징으로 이해하고 있나요? 승리와 은혜, 기적의 상징인가요?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예수님의 희생과 고통이 십자가의 본질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예쁘게 꾸며도 십자가는 예수님의 수난을 드러냅니다. 무지개 또한 우리가 저지른 죄가 얼마나 끔찍한지와 이를 용서하신 하나님 은혜가 얼마나 값진지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창세기를 읽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무지개 너머에 담긴 참된 의미를 생각할 때입니다.

유수영 목사
제주함께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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