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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음악으로 풀어보는 성경이야기(274)

징계를 부르는 노래

기드온은 하나님의 전쟁을 감당하는 도중에 두 번이나 동족들과의 갈등이 있었다. 하나는 에브라임지파와의 갈등이었고, 다른 하나는 갓지파와의 갈등이었다. 에브라임지파는 기드온이 미디안과의 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대승을 거둘 시기에 늦게 참여해서 왜 자신들을 처음부터 전쟁에 합류시키지 않았느냐며 시비를 걸었다.

 

기드온이 나팔까지 불며 자원병을 모집했는데도 전쟁을 몰랐다는 에브라임지파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하지만 기드온은 그들과 싸우지 않았다. 승리 이후에 주어질 전공에 집착하는 그들에게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아비에셀(므낫세)의 맏물 포도보다 낫지 않느냐” 하는 말까지 하며 자신을 낮추었다. 자칫 내분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던 민감한 사안을 화합의 포도로 잘 마무리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의 동족간의 갈등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갓지파의 후손들인 숙곳-브누엘사람들이 음식제공을 거부하고 군대를 조롱한 사건에 대해 엄중한 대응을 선포하고 차후 약속한 말 그대로 냉정하게 처리한 사건이다. 겨우 300명의 군대로 이미 120,000명의 적을 섬멸시켰고, 여전히 기드온군대의 50배에 달하는 15,000명의 미디안연합군과 접전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기드온과 그의 군대가 숙곳에 이르렀을 때는 극한 피로와 함께 큰 허기를 느꼈다.

 

 기드온은 숙곳의 권력자들에게 음식을 요청했다. 하지만 저들은 의외로 기드온의 요청을 묵살했다. 근처에 위치한 브누엘사람들도 숙곳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음식제공을 거부했다. 숙곳-브누엘 사람들의 생각에 비록 지금은 기드온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지만, 겨우 300명의 군대로써 전쟁에서의 완전한 승리를 거둘 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의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미디안연합군이 다시 공격해 올 경우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몸을 사린 것이다.  저들의 비겁한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접한 기드온은 당연히 분노했다. 게다가 숙곳사람들이나 브누엘사람들이 비록 자신들과는 멀리 떨어져 살았지만, 야곱의 아들 갓지파의 후손들로서, 피를 나눈 형제들이었기 때문에 그 분노의 강도는 훨씬 더 커졌다.

 

요청하지 않아도 당연히 찾아와서 도움을 줘야 했던 그런 관계라고 생각한 것 같다. 기드온은 저들의 모습에서 심한 배신감마저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디안군대의 핵심 지도자인 세바와 살문나를 포획하여 돌아오는 도중 숙곳에 들러 그곳 장로들을 들가시로 징계했고, 브누엘의 망대를 부수며 그 주민들을 죽였던 것이다. 결국 숙곳의 방백들이 불렀던 조롱의 노래, “세바와 살문나의 손이 지금 네 손 안에 있다는거냐, 어찌 우리가 네 군대에게 떡을 주겠느냐”는 징계와 죽음을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기드온은 이중적으로 행동했는가? 에브라임지파의 분쟁에서는 그렇게 온유한 모습을 보였던 기드온이 숙곳-브누엘사람들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잔혹하게 징계를 내렸는가?  분명히 두 사건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에브라임지파는 기드온에게 시비를 걸긴 했지만 기드온과 하나님의 역사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기드온과 므낫세지파를 깔보며 전공에 집착하는 유치함을 보이긴 했지만, 그들은 분명히 자기 민족과 하나님 편에 서서, 직접 군대를 동원하여 다니며, 미디안의 잔존 세력들을 일망타진하는 일을 통해 거룩한 하나님의 사역에 협력했다.


반면에 숙곳-브누엘사람들은 민족과 이방민족 사이, 신앙과 속세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며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보였다. 만약 기드온의 병사들이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여 모두 쓰러졌다고 가정해 보자.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할 수도 없고, 나아가 역공을 당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숙곳-브누엘의 비협조는 단순한 비협조가 아니라 대적들인 미디안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가 된다. 하나님께서 지명한 지도자 기드온의 과업을 방해하는 것은 곧 바로 하나님의 사역을 방해하는 것이다.


교단 총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얄팍한 사회법을 방패삼아 교단의 발전과 하나님의 사역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자들이 있다면, 저들은 사단을 이롭게 하는, 믿음의 형제의 탈을 쓴 영적 배신자들이다. 하나님께서 직접 “들가시와 찔레”로 저들을 징계할 것이다.
 노주하  목사 / 대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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