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양병모 교수의 목회상담에서의 신앙공동체 이해와 적용

 

I. 서론

목회상담이란, 목양적 상황 하에서 사람들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다면적인 사회과학적 접근방법을 사용하여 전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목회적 돌봄의 한 형태이다.

 

목회상담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목회적 돌봄의 신학적 전통과 현대 심리학 이론들과의 접목을 통하여 인간 이해와 문제의 진단, 그리고 해결(치유)을 모색하는 학문으로 시작되었다. 따라서 초기부터 목회상담 분야에는 신학과 심리학이란 두 학문영역의 스펙트럼을 오가면서 여러 가지 연구와 저술들이 생겨났다. 이후 새로운 심리학이론들이 개발되면서 목회상담 역시 그 학문적 영역을 넓혀갔다.

 

목회상담학자 하워드 스톤(Howard Stone)은 목회상담의 태동 이후 반세기 동안 진행되어온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첫째, 목회상담이 지속적으로 신앙공동체의 돌봄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은 장기상담/치유를 지향해오고 있으며, 둘째, 목회상담이 기독교 전통의 핵심인 신앙공동체적 특성을 상실해 왔다는 사실이다.

 

초기 목회상담에 깊은 영향을 미쳤던 현대 심리학으로 인한 결과로 장기상담과 장기치유가 목회상담의 경향이 되었다. 또한 이로 인해 일반 목회사역과는 구별되는 목회상담의 전문화 경향은 목회상담을 신앙공동체 고유의 기능이 아니라 전문적 위탁의 영역으로 인식되게 하여 목회상담의 신학적 특성이자 학문적 실천의 장()인 신앙공동체의 목회상담적 기능을 약화시켰다.

 

더구나 사회의 전문화추세로 인하여 일부 목회자들이 목회상담 역시 일반목회자들이 쉽게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목회의 일반 영역이 아니라 목회상담전문가만의 영역으로 전문화시켜나가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 역시 목회상담을 신앙공동체 사역의 주요 기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현대의 극대화된 이성주의를 바탕으로 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로 인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역시 목회상담의 방향을 목회상담의 장()이자 신학적 뿌리인 신앙공동체에서 멀어지게 하였다. 이로 인하여 오늘날 신앙공동체는 목회상담에서 가장 잘 사용되지 않고 개발되지 않았으며 준비되지 않고 있는 목회상담자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문화와 사유화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교회 역사를 통하여 면면히 이어져온 목회상담의 공동체적 본질이 약화되어 오는 가운데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르러 평신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한 상호돌봄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회중 안에서의 소그룹과 가족의 상호작용을 통한 치유와 회복이 목회상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신앙공동체를 통한 돌봄과 상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목회상담의 태동부터 영향을 미쳐온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접근에 대한 반성을 가져왔다. 특히 포스트모던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으며 목회상담의 주요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치유와 해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목회상담이 간과해온 교회 전통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신앙공동체의 중요성과 그 기능의 재평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목회상담학의 학문적 특성인 신학과 심리학의 통합적 접근을 바탕으로 그 중요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신앙공동체를 목회상담적 입장에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간과되어온 신앙공동체의 목회상담적 기능인 치유와 해석의 기능을 재조명하고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II. 신앙공동체의 목회상담적 이해

신앙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하나님께서 속해있으며 하나님 역시 그들 가운데 연합을 이루고 계신다(고후 6:16). 이러한 신앙공동체는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우주적인 신자의 모임을 통칭하는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16:18; 1:22-23; 4:4; 5:23)라 할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지역적인 신자들의 신앙공동체를 일컫는다.

 

본 연구는 연구의 특성상 우주적인 의미의 신자의 모임으로서의 교회나 신앙공동체가 아닌 지역의 다양한 신앙공동체(고전 1:2; 살전 1:1)를 그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다. 신앙공동체를 이해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신앙공동체를 한 마디로 정의하거나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고유의 신앙전통과 사회 정치적 상황 및 개인의 성장배경에 따라 기독교의 신앙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문적으로 모든 학문이 각각의 고유한 영역과 그에 적합한 학문적 방법론이 있기에 신앙공동체에 대한 목회상담적 이해 역시 전통적이고 명제적인 신학분야(예를 들면, 성서신학이나 조직신학)의 신앙공동체에 대한 접근과는 구별되는 학문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학문적으로 목회상담이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의 바탕 위에서 심리학으로 대표되는 근대 사회과학을 접목하는 통합적 입장에서 시작되었기에 신앙공동체에 대한 목회상담적 이해 역시 신학적 접근과 사회과학적 접근의 통합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반세기 가까이 진행되어 온 목회상담의 전문화와 사유화 현상이 성서적이고 교회 전통적인 목회상담에서 벗어나 있기에 이를 회복하는 상호 관계적이고도 상호 돌봄적인 신앙공동체에 대한 접근이 신앙공동체의 목회상담적 이해에 요구된다

 

통합적이며 상호관계적인 신앙공동체에 대한 여러 가지 현대 목회상담적 접근 가운데서 본 연구에서는 신앙공동체의 상호관계성과 성서적 신론에 바탕을 둔 공동 상황적’(communal contextual) 접근과 교제 공동체적’(koinonia community) 접근을 중심으로 목회상담적 신앙공동체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신앙공동체 이해 모두가 목회상담적 학문적 특징인 신학과 심리학의 통합적인 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먼저 이러한 두 가지 접근들을 뒷받침하는 신학과 심리학의 통합에 기초한 목회상담적 신앙공동체 이해의 기본 전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목회상담적 신앙공동체 이해의 기본 전제

신앙공동체는 성서적 규범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의 반영인 동시에 이 땅에서의 그리스도의 현현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현현으로서의 기독교 신앙공동체는 이 땅에서 삼위 하나님의 형상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앙공동체에 대한 목회상담적 이해는 다음과 같은 전제에 기초해 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하나님과 교제하며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관계적 존재로 지으셨다. 관계적 본질을 지닌 삼위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창조된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적 본질의 충족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관계 속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삼위일체로서의 그분의 집단적 인격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 곧 신적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다른 그리스도인들과의 교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적 존재로서의 삼위일체 하나님을 이해하는 접근은 인간의 삶과 공동체 안에서의 사역의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양병모 교수

침신대 신학과(목회상담)



배너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