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역 앞 미군 부대가 철수한 넓은 공터에 강원도 축산물경진대회가 열리던 날 나는 우연히 그곳에 들리게 된 데에는 강의 차 춘천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조교목사와 함께 그 현장을 찾았다. 횡성한우를 위시해서 강원도의 대표적 牛公들이 모두 다 모였다. 아무래도 그 우공들은 우축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느라고 일종의 수감생활을 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 경진대회에 선발되어온 우공들은 그 중에서 특출한 부류에 속하는 우공들이었다.
넓은 빈터에 임시 축사를 짓고 한 마리씩 들어갈 수 있는 각방을 만들고 그 밑에는 쇠똥은 없이 깨끗한 짚으로 잠자리하고 먹이는 강원도 산촌의 깨끗한 건초이며 물통의 물은 사람이 마셔도 될 정도의 정수였다. 그리고 우공들을 쭉 살펴보니 경진대회에 출연한다고 한결같이 털갈이를 잘한 것들이었다. 몸의 털이 깨끗하고 두발도 정돈되어 있고 곤드레도 매끈한 나무뿌리로 해서 코를 꿰메고 있었다.
여기 선발되어온 우공들을 대강 세어보아도 백두는 넘는 것 같았다. 자공(雌公-암소)이 절대로 많고 그 다음엔 웅공(雄公-숫소) 들이고 끝으로 송아지 떼들이 자공엄마소 곁에 붙어있었다.
이 우공들은 흥분하는 것 같았다. 수감생활 같은 좁은 축사에 갇혀 있다가 무슨 행운이 터졌는지 좋은 트럭에 올라타서 산천구경하고 도착하고 보니 인산인해를 이룬 군중들 속에 음악소리가 들리고 온갖 간판이 울긋불긋 걸려있고 하여간 오는 날이 장날 같았다.
웅공들은 마침 발정기에 있는 자공들을 향해 구애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송아지들은 우리 엄마소 최고라서 이런 구경시켜준다고 엄메엄메하고 이런저런 우공들의 흥분은 절정에 이른 것 같았다. 사람들은 우공사이를 다니면서 이따금씩 우공 엉덩이를 탁탁치면서“횡성순수 한우라오”소리를 칠 때마다 우공들은“그려, 그렇다니까”하는지 몸을 공중으로 한번 치켜들었다가 내려놓는 것이었다.
우공들은 오늘 왜 이런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기에 그들은 마냥 흥분된 기분으로만 풀을 먹고 즐기는 것이었다. 나의 조교는 잠시 우공들을 작별하고 수십 개나 되는 임시 텐트거리로 들어섰다. 순수한 우공고기 몇g에 몇 원! 나는 똑똑히 물량과 값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고기를 팔고 있었다. 그리고 생고기를 파는 옆 텐트에는 임시 요리장치를 해놓고 불고기를 구워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고기를 사고 또 그 옆에 들려 불고기를 즐긴다.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이 결국은 牛公肉을 즐기고 있었다. 이 고깃집과 우공들의 임시 숙소 사이에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해가 질 무렵 우공의 숫자들은 줄고 있었다.
등급대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딴 우공들이 잽싸게 어디론가 박수갈채를 받더니 사라졌다. 여늬 우공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떠나가는 길옆에는 먼저 간 선배 우공의 육체가 나무판위에 널려있고 그들의 코에도 고기 굽는 냄새가 역겹게 들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시편 한 구절이 떠올랐다. “존귀에 처하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시49:20)63
水流(수류) 권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