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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음악으로 풀어보는 성경이야기(284)

나단의 예화


2012.10.14. 중앙일보에 실린 글이다.

財閥(재벌)’이라는 한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 어원을 보면 그렇다. 글자 ()’과 정복하다라는 뜻을 가진 ()’의 합성어다. 고대 중국에서는 군대의 장수가 싸움에서 이겨 돌아오면 축하 파티를 열곤 했다. 이때 문() 밖 왼쪽에 서 있던 공로 병사를 이라고 했고, 오른쪽 병사를 ()’이라고 했다. 지금도 閥閱(벌열)’이라는 말은 공로가 있는 가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안에 을 쓴 이유 역시 싸움과 관계가 있다. ‘(사람)’()’이 합쳐진 것으로 칼로 목을 베다라는 게 원뜻이다. 정벌(征伐), 벌목(伐木) 등으로 쓰임새가 발전했다. 결국 글자 싸움에서 칼로 적을 여럿 벤 수훈 병사의 집안이라는 뜻이다.


글자 ()’는 재물을 뜻하는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상태를 의미하는 ()’가 결합됐다. 말 그대로 돈을 벌고, 쌓아둘 수 있는 것이 바로 . 이 합쳐져 만들어진 財閥의 사전적 의미는 돈을 벌어 쌓아둘 수 있는, 여러 분야에서 공이 많은 가족이나 집단이 된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재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재벌은 복합기업 중에서도 주로 가족이나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특유의 기업집단을 가리킨다. 재벌은 생산구조상 다각화를 통해 여러 시장에 걸친 많은 다양한 계열 기업을 산하에 소유하고 있으며, 외형상 독립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산하 기업 간에 자본소유 관계나 임원 겸임 따위를 통하여 일관된 체제 아래 활동하는 다기능의 기업군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식으로는 대기업 그룹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재벌이 성장했다. 대기업들이 세제 등 각종 특혜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부의 편중현상 및 경제 독식현상이 심화되면서 재벌이라는 말에는 특혜, 독점, 비리 등의 부정적인 의미가 가미됐다. 사무엘하 12장에 보면 나단선지자가 다윗을 책망하면서 목축재벌이라는 개념을 비유적으로 사용했다.


양과 소를 많이 소유한 목축재벌이 겨우 새끼 암양 한 마리에 모든 소망을 걸고 사는 가난한 농부를 짓밟는다는 예화는 거대 경제조직이 소상공인이나 가난한 자영업자들의 경제권마저 빼앗는다는 의미에 있어서의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뼈아픈 지적이다. 물론 나단이 말하고자 한 것은 가축들로 비유된 다윗의 여인들이다.


그가 성공한 왕으로서 거느린 아내들과 첩들이 그 당시의 다른 고대왕국의 왕들에 비해 결코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아내 미갈, 아히노암, 아비가일, 마아가, 학깃, 아비달, 에글라, 밧세바와 10명의 후궁과 기타 많은 첩들이 있었다.


한 명 아내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필부들에 비한다면 가히 여인재벌이라 부를 만하다. 이러한 자가 단 한 명의 아내로 만족하며 소박하게 살아갔던 충신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았으니 나단선지자뿐만 아니라 하나님 보시기에도 죄질이 나쁜 매우 악한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나단의 예화는 알레고리적인 영적인 해석을 통해 일명 교회재벌에도 적용해봄직하다. 성장주의 신학에서는 큰 것과 많은 것이 선이다. 어느 정도 교회 자본이 쌓이면 그것을 담보로 제2성전, 3성전 하는 식으로 교회의 영역을 문어발식으로 확장시키는 교회.


많은 부교역자들을 지배하고, 주위에 있는 작은 교회들을 흡수해 교인을 늘려가는 교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방식을 최초로 주도한 모 목사는 세계적인 맴머드교회를 이룩한 후 엄청난 교회재정을 근거로 대학교도 세우고, 언론사도 세우고, 기타 기업도 운영하다가 결국 사법부의 심판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구원파의 문어발식 경영과 뭐가 다른가?


한국의 기독교역사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동시에 교회가 조롱당할 수밖에 없는 곤혹스런 상황도 함께 연출하고 말았다.


영세한 골목상권까지 무차별적으로 집어삼키는 타락한 재벌을 비판하던 일부 시민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재벌교회를 바라보면서 건전한 교회들마저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많은 여인들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여인을 탐했다는 점에서 나단의 책망은 일부 재벌교회를 향한 책망으로도 들릴 수 있다. 연약한 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부흥이 참다운 부흥이겠는가?


노주하 목사 / 대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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