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인도네시아 침례교여성 지도자 강습회가 끝난 후 배성연 해외선교진흥부장님과 나는 정재교 선교사님과 정영명 선교사님 가정이 사역하고 있는 족 자카르타로 이동했다. 처음으로 선교사님들의 사역지를 돌아보게 되어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고 바쁜 사역에 지장을 드리지나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성령의 인도로 각 가정과 정말 좋은 교제의 시간을 가졌고 사역의 필요들을 보게 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족자공항으로부터 살라띠가에 있던 정영명 선교사님 댁으로 차로 이동중 경험했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우리가 지나가던 도로에 큰 돌들을 깔아놓고 있었는데 조금 가다보니 도로에 불을 지르고 곧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이 분위기가 험악했다.
옆길로 피해 가는데 우리가 외국인임을 알아본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우리가 탄 차를 세웠다. 정선교사님이 약간의 지폐가 든 봉투를 주고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지만 정말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땀이 쫙 나는 순간이었다. 말로만 듣던 선교지의 위험을 피부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우리가 선교사님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매일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음날 아침 정선교사님 부부가 가르치고 계시는 초교파 신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의 진지한 질문에 답변도 해주고 또 수련회 장소에 가서 정선교사님의 유창한 인도네시아어 설교도 듣고 나는 짧은 간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주님께 헌신한 인도네시아의 남녀 신학생들의 뜨거운 찬양과 기도의 모습을 보며 세계 곳곳에서 주님은 일하고 계심을 다시 확인하며 마음이 든든했다.
그 날 오후 족자에 계신 정재교 선교사님 댁으로 이동했다. 족자는 인도네시아에서 4~5번째로 큰 교육도시로 약 70여개의 대학이 있다고 했다. 물가도 싸고 바틱과 은세공이 유명한 곳이었다. 정 선교사님은 그 때 당시 그 곳에서 교회들을 돕고 제자훈련을 하고 계셨는데 선교지역을 옮길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대학생이 20만명 정도 되는 족자에 캠퍼스 선교사역을 할 사람이 시급하다고 하셨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즐겨 찾는다는 유명한 튀김 닭집으로 안내를 받아 생전 처음으로 밥을 소스에 비벼서 손으로 식사하는 경험도 했다. 잠깐 동안 이나마 인도네시아인이 된 기분이었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 점심을 사양했는데 정 선교사님 부부는 그 때 당시 선교지에서는 금싸라기 같았던 라면을 정성껏 대접해 주셨다. 그 사랑을 감사하며 바쁘게 마지막 방문지인 자카르타에 도착해 하호성 선교사님 가족의 환영을 받으며 자카르타 한인교회 선교관에 여장을 풀었다.
하호성 선교사님은 그 때 당시 선교사역과 한인교회사역을 동시에 힘들게 하고 계셨다. 하 선교사님이 준비하신 일정에 따라 그 곳에서도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주일 오전에는 인도네시아 총회 부총회장님 교회 예배에 참석해 특송하고 이어서 같은 건물에서 예배드리는 한인교회에서 배성연 부장님은 대표기도를 하고 나는 설교를 했다.
저녁에는 인도네시아 총회장님 교회 창립 13주년 기념예배에 참석했다. 이 예배에 서 하 선교사님의 유창한 통역으로 나는 또 다시 설교를 했다. 창립 기념예배는 3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교인들의 인내심이 대단했다.
이 창립예배의 사회는 여성 평신도였고 설교자의 사례는 역시 옷감 한 벌과 준비 위원장인 부목사가 서명한 감사 편지였다. 선교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총회장 목사님 댁에 들러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누워있는 총회장 목사님의 아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에는 하 선교사님 가족들과 함께 하 선교사님이 초교파적으로 한인 목회자들에게 프리셉트 성경강해하시는 한인교회를 방문했다. 말씀을 통해 한인 목회자들이 하나가 되어 공부하는 모습도 좋았고 침례교 선교사가 그 모임을 이끄는 것이 보기 좋았다. 한국에서부터 무거운 프리셉트 성경을 가방에 담아 이곳 까지 힘들게 가져 온 것이 보람있게 느껴졌다.
오는 날은 하 선교사님의 인도로 총회 총무 목사님 부부와 함께 식사하며 교제를 나누었는데 그 자리에서 다음해 3월 인도네시아 침례교단 총회시 전여회 합창단의 연주를 초청받았다. 일주일간의 인도네시아 일정이 빠르게 지나갔다. 한시도 헛되게 보내지 않은 정말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함께 해주신 여정이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 침례교 해외선교회가 최초로 선교사를 보낸 나라인데 우리가 교단에서 파송한 선교사님 가족들을 만나고 헌신적인 그 들의 사역을 직접 눈으로 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또한 우리를 환영해 주시고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주셨던 세분 선교사님과 사모님들께 감사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숙재 전 총무
전국여성선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