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요무대” 프로를 없애자고 하자 70대 대한민국 노령자들이 벌떼같이 반기를 들었다. 나도 그런 노령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왜 그런 반기를 들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안다.
“가요무대”에 나오는 노래는 해방 전후 그리고 6:25전쟁전후 극한 가난과 국난 중에 사람들의 마음을 만져주던 그런 청량제 소리였었다. 나도 10대 소년시절 전쟁 중에 고등교육을 받으면서 한 시간 수업이 끝나고 쉬는 가간엔 뒷동산에 올라가서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합창하다가 종이 울리면 교실로 들어왔었다.
다음 쉬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또 때가 되면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군행진곡도 불러재켰다.
말하자면 1950년대를 전후한 노래가 그 시절에 향수를 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령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일주일 내내 고대하던 “가요무대”를 빼버린다고? 안될 말이지.
그런데 내가 “가요무대”를 즐기는 일반적인 이유 외에 특별한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가요무대”는 옛날 가수들의 노래를 지금의 젊의 가수가 불러보는 계획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그 옛날 가수들의 현황을 방송국 직원이 가서 촬영해 왔고 그것을 방영했다. 그들은 늙었다. 병들었다. 시들었다. 황혼을 맞았다. 옛 생각에 울었다.
①윤일로 老가수 - 심근경색으로 투병 중
기타부기, 월남의 달밤, 여보소 남의 말을 너무 하지마세요.
후배 배일호가 부르다.
②오기택 老가수 - 뇌출혈 투병 중
아빠의 청춘
후배 박일남이 부르다.
③백야성 老가수 - 심근경색 수술 투병 중
마도로스 부산항구, 못난 내 청춘.
후배 현철이 부르다.
④나애심 老가수 - 노환 중
백치 아다다, 미사의 종, 과거를 묻지 마세요.
“장벽은 무너지고 강물은 흘러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은 흘러 끝없는 대지
위에 꽃이 피었네 아 꿈에도 잊지 못할 그립던 내 사랑아 한 많고 설음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
후배 문주란이 허스키 보이스로 구슬프게 부르다.
권목사가 이런 “가요무대”를 즐기면서 얻는 교훈은 무엇이다던가?
1. 선배 밑에서 후배가 있구나.
목사는 자기를 이어 나가 후배를 두고 있는가?
2. 선배는 후배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구나.
찾아간 후배들이 쇠잔해서 선배 얼굴에 눈물을 뿌리는 그 장면.
오늘 후배 목사가 선배 목사 얼굴에 눈물 흘린 자가 얼마나 될까.
3. 선배 못지않게 더 잘 노래 부르는 후배가 있구나. 선배는 후배를 믿으라.
내가 듣기로 선배 노가수의 노래를 후배가수가 더 인상 깊게 불러 주더라는 것.
자기 노래를 더 아름답게 부르는 후배를 둔 선배 노가수야 얼마나 기쁠까?
인맥(人脈)의 이어짐에 따로 복음의 이어짐도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水流(수류) 권혁봉